정의당 이정미,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민의당 김관영 탄핵추진당장(왼쪽부터)이 지난 3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한 표결이 결정되는 '운명의 일주일'이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지난 3일 새벽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했다. 국회법에 따라 오는 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돌발변수가 곳곳에 있어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요구대로 오는 7일 이전에 '퇴진 로드맵'을 받아들일 것인지, 이에 대한 여야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정족수 채우기 등 이번주 중반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 <돌발1> 박 대통령 "4월 퇴진" 밝히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행동'을 벌이고 있다./문병희 기자 |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제안한 '4월말 퇴진-6월말 대선' 퇴진 로드맵을 받아들이면 또한번 탄핵 정국이 흔들릴 수 있어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추가 입장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4일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일정을 밝히는 것과 무관하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의사만 밝히면 탄핵할 필요가 없다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일부 비주류들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주류가 제안한 시점인 7일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3일 광장에서 드러난 촛불민심 역시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받아들이지 않았는 데도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는 경우, 탄핵에 동참하지 않은 새누리당 비주류에게 모든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추가 입장 발표를 내놓을 경우 새누리당 비주류 내 또다른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초 탄핵에 동참하기로 했던 새누리당 비주류가 9일 본회의탄핵 소추 무기명 투표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져 탄핵안이 부결되면 새누리당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야당의 경우는 탄핵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역풍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돌발2> 여야, '막판 협상'에 나서나
지난 1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전격 회동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박 대통령이 9일 탄핵안 표결 전 '4월 퇴진'을 명시적으로 언급할 경우 야권이 여권과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 야3당은 '여야 협상은 일체 없다'고 협의했지만,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는 등 '돌발변수'로 야권 공조가 흔들리기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과 2선 후퇴를 명시한다 해도, 탄핵안 표결 전까지 박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일 것을 촉구한 만큼 여야 협상 돌발변수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야가 협상에 나설 여지는 적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3일 광장을 메운 촛불민심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탄핵'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야권이 여권과 협상에 나선다면, 정치적 타협으로 비쳐지면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야권으로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지난 2일 탄핵안 의결에 반대하며 9일 탄핵을 주장했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어 야권이 여권과 타협할 여지는 더욱 줄어든 셈이다.
◆ <돌발3> 새누리당 비주류 '탄핵 찬성표'에 운명 결정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일정을 밝히는 것과 무관하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배정한 기자 |
야권이 탄핵을 밀어붙인다 해도 가결 정족수가 문제다. 탄핵안을 가결하기 위해선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현재 범야권은 172명이므로, 새누리당에서 적어도 28명이 찬성에 동참해야 가결이 가능하다.
여당 비주류가 사실상 9일 탄핵 표결 참여로 입장을 모았지만, 무기명 투표인 만큼 이들이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4일 회의 직후 '표결 동참은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도 "의원들의 찬반 여부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개개인의 권한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야권은 새누리당 비주류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오는 9일 탄핵안 표결까지 새누리당 비주류의 동참을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일 오후 논평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표결 참여 결정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다. 여야 정치권은 모두 국민의 뜻을 겸허히 따르고, 국민만 바라보며 대통령 탄핵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기 대변인은 "남은 일주일 우리당은 탄핵안을 발의한 172명의 의원들, 그리고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양심세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대통령 탄핵 성사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가 12월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촛불의 민심을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우선 새누리당은 소속의원들의 탄핵표결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에 따라 탄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