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민의당 김관영 탄핵추진단장(왼쪽부터)이 3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더불어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6명 등 총 171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국회=문병희 기자 |
[더팩트 ㅣ 국회=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3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야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이 박 대통령 탄핵안에 서명했다.
야3당은 예정대로 박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안 발의다. 야3당은 이날 오전 탄핵안을 발의하고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다음 날인 9일 표결로 탄핵안 가부를 결정한다. 탄핵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 보고로부터 24∼72시간 범위에서 표결해야 한다.
야3당은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국민 여러분 12월 3일 야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면서 "다섯 번의 촛불집회가 보여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온갖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무능한 대통령을 당장 퇴진시키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고 탄핵안 발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헌법을 위반하고 실정법도 위반한 박 대통령은 명백한 범죄 피의자이다. 헌법에 따르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 국회는 탄핵안 의결을 통해 범죄 피의자인 박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 야3당은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야3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3일 발의했지만,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시키기 위해서는 비박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박계는 2일 박 대통령이 7일까지 퇴임 일정 등을 밝히면 탄핵에 동참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배정한 기자 |
탄핵안이 발의되면서 박 대통령의 운명은 6일 후면 결정되게 됐다. 그러나 탄핵안이 9일 본회의에서 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이 찬성해야만 가능하다. 야3당이 모두 찬성한다 해도 의결 정족수에는 29명이 부족하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찬성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 탄핵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여당 내 비박계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전까지만 하더라도 야당과 함께 탄핵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비박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고개를 숙이자 비박계는 탄핵이 아닌 '명예 퇴진'으로 방향을 돌아섰다.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역시 박 대통령 담화 이후 탄핵이 아닌 4월 말 퇴진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 전 대표는 1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의 긴급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시국위에서 여야 합의로 4월 30일을 퇴진 날짜로 못 박자는 게 총의인 만큼 이에 대해 대통령의 답을 듣고 만약 그것이 안 될 경우에는 9일 탄핵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박 대통령의 4월 말 퇴진,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비박계도 이에 동참했다. 야당은 비박계가 9일 탄핵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1일 당론으로 박 대통령의 4월 말 퇴진, 6월 조기 대선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결단만 남겨 놓고 있다. 박 대통령도 탄핵을 통한 불명예 퇴진이 아닌 명예 퇴진을 위해 새누리당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상당하다. 만약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요청을 받을 경우, 야3당의 탄핵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배정한 기자 |
비박계가 야권과의 동참에서 돌아서면 탄핵안 가결이 불분명하지만, 변수는 있다. 비박계는 여전히 여야가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박계는 2일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4월 30일을 기준으로 퇴임 시점을 밝히고 2선 후퇴를 천명해달라"면서 "대통령은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퇴임 일정 등 입장을 발표해달라"고 촉구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비박계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9일 탄핵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비박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퇴임 일정 등의 입장을 밝힐 경우 탄핵안은 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늦어도 7일까지는 비박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퇴임 일정 등을 밝힐 것으로 전망했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이 퇴임 일정 등을 밝히더라도 예정대로 9일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한다는 방침이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은 물론, 비박계에 대한 부정적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박계가 표결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진행되는 주말 촛불집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발의된 탄핵안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여야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오는 9일 표결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야3당은 탄핵안에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원칙,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 ▲직업공무원제도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 ▲평등원칙 ▲재산권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사적자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 ▲언론의 자유 등 헌법 규정과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했다고 적시했다.
또한,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각종 범죄를 저질러 법률의 규정을 위배했다고 했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공직으로부터의 파면은 대통령의 직무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훨씬 상회하는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은 국론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론의 통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