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대면조사' 거부 朴 대통령, 가면을 벗어라
입력: 2016.11.29 07:56 / 수정: 2016.11.29 08:20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이 마지막으로 요청한 29일 대면조사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의 수사도 받겠다며 눈물까지 흘렸지만, 끝내 검찰 조사를 거부하면서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임영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이 마지막으로 요청한 29일 대면조사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의 수사도 받겠다"며 눈물까지 흘렸지만, 끝내 검찰 조사를 거부하면서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은 29일을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국회 특검이 시작되기 전 피의자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고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마저도 거부했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도, 특검도 받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박 대통령은 또다시 그 약속을 저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국정농단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광장에 나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이런 모습에 더 분노한다. 국민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고, 들었으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검찰의 수사는 받겠다더니 받지 않는 '안하무인' 대통령에 더욱더 분노하고 있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5차 촛불집회 당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이효균 기자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5차 촛불집회' 당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이효균 기자

검찰이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안종범 전 비서관, 차은택 감독 등을 구속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공범이거나 사실상 주범으로 적시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위치에서 일개 사기꾼들이나 하는 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의 4%만이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다. 나머지 국민에게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게 된 것이다.

국민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광장으로 나와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외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 교포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할 수나 있을까. 이게 바로 박 대통령의 현실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촛불집회에서 한 여성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남용희 인턴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촛불집회에서 한 여성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남용희 인턴기자

이런 상황까지 왔을 때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야 할 모습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고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단 외에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상황에 억울해한다거나 분노할 수도 있다. '어쩌다 최순실과 엮여' 본인이 사면초가에 빠졌을까 화내며 자신의 '삶이 왜 이리 불행할까' 자괴감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의 국민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의 자괴감은 더욱더 크다. 어쩌다 우린 이런 대통령을 가졌을까 후회막심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그나마 남아있는 측근들의 보호막에 숨어있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돌파구를 위해 청와대와 대통령이라는 장막에 가려진 채 버티려 하는가. 숨는다고 숨을 수도 없고, 가린다고 가려지지도 않는다. 조금만 버티면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여전히 그러리라 판단한다면 오판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지지자와 국민에게 부끄러운 민낯을 보일 수 있는 용기다. 질소 가득한 과자처럼 겉만 화려한 포장지로 가려져 있던 정치인 박근혜의 민낯을 스스로 보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이다.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