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김진태 의원님, 아직도 '촛불'이 꺼질 것 같나요?
입력: 2016.11.27 05:00 / 수정: 2016.11.27 08:57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말했으나 촛불은 첫눈과 강추위에도 꺼지지 않고 더 세차게 타올랐다./더팩트 DB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말했으나 촛불은 첫눈과 강추위에도 꺼지지 않고 더 세차게 타올랐다./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4%' 지지율은 현 상황을 상징적 숫자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샤이 박근혜'는 없고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이 등을 돌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당조차도 무거운 민심을 듣겠다며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을 깎아내리는 대단히 경솔한 발언으로 들렸다. 김 의원이 정말 현 시국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아무리 자신의 소신이라도 할 말이 있고, 하지 않을 말이 있다. 김 의원의 발언 이후 절대로 꺼지지 않을 디지털 촛불이 등장했고, 횃불까지 나오게 됐다.

공교롭게도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은 진눈깨비와 함께 바람이 제법 불었다. 일부 시민은 촛불이 춤을 추면 손으로 바람을 막았다. 행진 중에 촛불이 꺼지더라도 옆 사람에게 전달받은 불로 초는 다시 타올랐다. 마치 LED 촛불처럼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경복궁역 인근에서 촛불을 나누고 있다./문병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경복궁역 인근에서 촛불을 나누고 있다./문병희 기자

또 하나. 기자가 만난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김 의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인지도가 중요한 정치인으로서는 큰 성과를 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진태' 이름 석 자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인 셈이다. 그걸 노렸다면 성공했을 수도 있다.

"뉴스를 통해 김 의원의 망언을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한 게 아니냐" "국민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으니 당장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심지어는 '김진태 의원이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마 보도할 수 없는 험악한 욕을 내뱉는 시민도 있었다.

김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의 하야를 반대하는 집회를 소개하면서 "춘천의 '애국시민'들이 하야 반대 집회를 하고 제 사무실까지 행진했다. 날씨도 추운데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분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도 국민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은 '애국시민'이 아니고 '희망'도 아니란 말인가.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취재를 하며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고 숭고한 민심을 느꼈다. 행동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촛불은 계속 타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수많은 시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고 준엄한 민심이 무엇인지 늦게라도 판단하길 바란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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