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영삼과 박근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입력: 2016.11.21 17:17 / 수정: 2016.11.21 17:17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으로 모두 정권 말 곤욕을 치렀다. /더팩트DB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으로 모두 정권 말 곤욕을 치렀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5%와 6% 지지율, 그 배경에는 비선실세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결코 깨질 거 같지 않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6% 지지율 기록을 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IMF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사태를 초래했을 당시 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1위와 2위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비선실세'다. 두 사람 모두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국민 앞에 머리 숙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는 차남 김현철 씨다. 김현철 씨는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나라사랑운동본부(나사본)라는 외곽조직을 만들었다. 돈은 30년지기인 박태중 씨가 댔다. 이후 박태중 씨는 이권개입(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비망록에서 "김영삼 후보로부터 직접 400억원 이상을 받아 나사본에 나눠줬다"고 적었다. 김현철 씨는 쓰고 남은 대선 자금 120억원을 받아 관리하며 '나사본' 이외에도 막후 비선조직 동숭동팀(전병민)과 언론·정책 모임인 광화문팀(김원용 교수)을 운영했다.

문민정부 출범 후 김현철 씨는 '중앙여론조사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기업들로부터 '활동비'를 챙겼다.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현철 씨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여론을 수렴해 아버지인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했겠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결국 참담한 표정으로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국민 앞에 숙여야만 했다. 또한 비선실세의 국정 놀음은 IMF환란의 단초가 됐다. 국민은 IMF의 고통을 온 몸으로 견뎌야만 했다.

'한보사태' 발발 20년.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또다시 국정농단에 홍역을 앓고 있다. 아무런 공직 경험도 정무적 경력도 없는 최순실은 대통령을 등에 업고 대통령 연설문 및 말씀자료, 일본 특사단 면담 시나리오 같은 민감한 외교 문건을 받아 봤다. 이 밖에도 각종 이권에도 개입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최순실 일가의 주머니를 불리는데 쓰인 셈이다.

최순실의 전횡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자백(?)을 이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과 관계를 인정했다.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성난 민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00만명에 가까운 촛불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고, 한 목소리로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치고 있다.

최순실의 국기문란 행위는 전방위적이다. 대통령 연설문 수정은 물론 민간한 외교에 개입하거나 국가 안보 기밀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여기에 친언니와 조카 딸까지 최순실 일가 모두가 각종 이권과 특혜 부당행위를 일삼으로 '순실의 시대'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양상만 보더라도 최순실과 '김현철 게이트'는 여러모로 닮았다. 김현철 씨가 여의도 중앙여론조사연구소와 룸살롱 '지안'에서 정·재계 인사를 만났다면 최순실은 '논현동 최회장'으로 불리며 논현동 카페 '테스타로싸'를 아지트로 애용했다. 또한 기업을 압박해 금전을 갈취 내지는 편취한 행위도 똑같다.

최순실과 김현철의 국정농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김현철 게이트'로 국가 경제는 붕괴됐다. IMF외환위기의 여파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의 영혼을 파괴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국기에 대한 맹세'에나 존재하는 말이 됐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는 매우 중대하고, 매우 심각하게 훼손됐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제명한 박정희 유신정권을 향해 외친 말이다.

공교롭게도 20여년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들 김현철 씨의 비위행위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자신 뱉은 말의 주인공이 됐다.

그로부터 20년. 국민은 또다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위태로운 나라를 바로 세워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는 20년 전 '닭(비선실세)'의 모가지를 제대로 비틀지 못한 과오를 극복해야 한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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