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의 색다른 인문학] '자승자박' 친박, '감탄고토' 비박, '좌고우면' 야권
입력: 2016.11.21 11:08 / 수정: 2016.11.21 11:08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최순실 씨 등과 공모했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관련해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정면 반박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는 국회에 탁핵을 요구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최순실 씨 등과 '공모'했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관련해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정면 반박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는 국회에 탁핵을 요구했다./ 청와대

[더팩트 | 박종권 편집위원] 가을밤도 깊은 요즘 사자성어(四字成語) 공부하기 딱 좋다. 여름이 아니어서 반딧불이 없고, 겨울이 아니어서 눈이 없다 탓하지 말자.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아니더라도 등촉지하(燈燭之下) 아닌가. 광화문에서 시작된 촛불이 전국 방방곡곡에 들불처럼 번져 밤을 밝힌다.

먼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 국민 세금일랑 주머닛돈이니 예산으로 펑펑 쓰고, 기업 자금은 쌈짓돈이니 말 사고 호텔도 산다. 어르며 을러대고는 선의와 기부라 강변한다. 자기 논에 물 대는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닐 수 없다. 세금을 무리하게 거두고 재물을 가혹하게 빼앗는 가렴주구(苛斂誅求) 정치의 현대판이다.

남의 눈 속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 보인다. 검찰조사 피하면서 검찰에게 "지위고하 막론하고~" 호령이다. 검찰이 호가호위(狐假虎威) 국정농단에 "공동정범~" 발표하자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 되받는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자 자가당착(自家撞着)도 유분수다.

박 대통령 보호에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검찰의 발표에 박 대통령은 사리사욕이 없는 분이라고 옹호했다. 특히 이 대표는 비박계의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문병희 기자
박 대통령 보호에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검찰의 발표에 "박 대통령은 사리사욕이 없는 분"이라고 옹호했다. 특히 이 대표는 비박계의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문병희 기자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속이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 따로 없다. 어쩌면 유구무언(有口無言) 상황에서 짐짓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는 것일까. 법조 출신들의 언어 희롱과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보면 식자우환(識字憂患)이 따로 없다.

야당은 주판알 열심히 튕기며 좌고우면(左顧右眄)이다. 하야(下野)가 나을까, 탄핵은 역풍이 불까 촛불 눈치 보면서 셈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이다. 공동의 적 앞에서는 오월동주(吳越同舟)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여당은 자신의 줄에 제 몸이 묶인 자승자박(自繩自縛) 친박,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 비박이 멱살잡이 중이다. 목하 캄캄한 정국에서 암중모색(暗中摸索)하느라 갑론을박(甲論乙駁) 요란하지만, 원래 견원지간(犬猿之間)이 아니던가. 진흙탕 개싸움,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목불인견(目不忍見), 눈 뜨고 못 보겠다. 어차피 토사구팽(兎死狗烹) 이후 이합집산(離合集散)할 수순이 아닌가.

청와대는 "탄핵하라"며 배수진을 치고 건곤일척(乾坤一擲) 승부를 준비하지만, 어느덧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갈 길은 먼데 날은 벌써 저무니 어쩌랴.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아랫돌 빼어 윗돌 괴어 보지만, 하석상대(下石上臺)는 미봉책에 불과할 터이다. 야당에 영수회담과 총리추천을 제의했는데도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은 국민의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탄핵과 하야 등을 놓고 여전히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추 대표. /임세준 인턴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은 국민의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탄핵과 하야 등을 놓고 여전히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추 대표. /임세준 인턴기자

그러는 사이에 나라는 달걀을 쌓은 듯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처했다. 미국과 중국은 호시탐탐(虎視眈眈) 노골적으로 윽박지른다. 사드(THAAD)는 강행하자니 중국이, 멈추자니 미국이 눈을 부라린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소리장도(笑裏藏刀), 미소 뒤에 칼을 감추고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린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둘러싸인 채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형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김칫국부터 마신다. 마치 대권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글로벌 시대 우물 안 권력놀음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기 쉽다. 나라의 미래가 흔들리면 선진국은 화중지병(畵中之餠)이요, 오히려 자칫 한반도에 포성이라도 울리면 만사휴의(萬事休矣)가 아닌가.

등산은 정상에 올라야 성공한 것이 아니다. 무사히 내려와야 성공한 것이다. 임기 도중 내려오면 아쉽겠지만, 인과응보(因果應報) 아니겠나.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려면, 이름을 더 더럽히지 않으려면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결단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입동(立冬)이 지나고 내일이면 소설(小雪)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설명할 수 없다.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여름 곤충에게는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여름이란 시간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편협한 지식인에게 도(道)를 설명할 수 없다. 자신이 듣고 배운 것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장자(莊子)의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도(道)는 한 순간에 깨우칠 수 있다. 점수(漸修)만이 아니라 돈오(頓悟)도 길이다. 혹시 아는가. 입동의 공원에는 철쭉이 꽃봉오리를 맺었던데, 소설의 눈밭에서 나비가 날아오를지.

sseo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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