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광화문=서민지 기자] "수능 끝! 하야 시작! 고3이 나섰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우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모이자! 분노하자!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참가자가 이날도 25만 명을 넘겼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인 건 전날(18일) 수능을 마치고 집회에 참가한 앳된 얼굴의 고3 수험생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민주노총 등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5만명(경찰추산 6만명) 이상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퇴진행동은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에 이어 4번째다.
광화문광장 곳곳에선 고3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보빌딩 앞에서 만난 6명의 여학생은 서로의 촛불에 불을 붙여주며, 구호 대열에 동참했다. 이 가운데 임지연(성북동·19) 학생은 "입시 생활을 하던 지난 2주간 이곳에 너무 나와보고 싶었다. 답답한 마음도 많았지만, 정유라에겐 '최순실 빽'이 있다면 우리에겐 '100만 촛불 빽'이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했다. 이젠 저도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고3 학생들은 한국외대 4학년 박 모 씨가 '정유라·장시호' 이야기를 할 때, "맞아요"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박 씨는 "고3 수험생들이 수능 끝, 하야 시작을 외치면서 거리로 나왔다.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우리 청년, 학생들이 왜 분노했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입학할 때 금메달 가져와서 '이거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한 그 학생이 누구냐. 부모 잘만나서 특혜 받고 말타고 이화여대 들어간 정유라 아니냐. 학교다니는 내내 최하위권 성적 받고도 연세대에 성적 장학금 받고 입학한 사람도 있다. 그건 최순실 조카 장시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이들의 삶이 이렇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자면 수능 망하고, 수능 망하면 취업 못하고, 취업 못하면 제대로 못사니까 잠이 와도 찬물에 발 담그며 공부했다. 그러는 사이 저들은 온갖 특혜 속에 살았다. 너무 열받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자유발언에 참여한 고3 학생도 있었다. 진 모 학생은 무대에 올라 "저는 아직 어리고, 19년밖에 안 살았다. 어른들은 너희가 정치적 책임이 있냐고 묻더라.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 따위가 감히 싸가지 없게 나라의 주인들을 농락하는 걸 학교에서 집에서 주머니에 손넣고 구경하는게 어른들의 정치적 책임이라면 저는 어른이 되는 걸 포기하겠다"고 외쳤다.
진 양은 "얼마 전 저희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이 날아갔다. 저는 버스비가 아까워 50분 동안 걸어서 학교에 갔으며, 대학교 원서비도 아까워 3개만 냈다. 오늘도 아르바이트 가면 7만 원을 버는데 포기하고 이 곳에 왔다.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포기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청렴할 자신이 없으면 정치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진 양의 발언이 끝나자, 주변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허허허' 웃으며 "잘한다!" "누구 딸내미냐, 잘 컸다"라고 말하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또다른 고3 주 모 학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수능 끝나고 뉴스를 보는데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면서 "박근혜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국민이 아닌 자가 어떻게 대통령을 하나.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절규했다.
발언이 끝날 무렵 주 군의 목소리가 갈라지자, 주변의 어른들은 "우리 애들만 고생한다" "멋지다" "아이고, 다 컸네 다 컸어"라고 격려의 말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앞선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 500여 명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사전집회를 열었으며, "중고생이 명령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제창했다.
한편 오후 7시 35분 본 행사를 마친 뒤부턴 행진이 진행된다. 행진은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내자사거리까지 모두 7개 코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수단체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자유총연맹,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80여개 보수단체들도 이날 집회가 있었던 만큼,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02개 중대 1만 6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