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고3이 나섰다, 박근혜 퇴진! 대한민국 국민도 아냐"
  • 서민지 기자
  • 입력: 2016.11.19 19:50 / 수정: 2016.11.19 19:50
19일 오후 전국적으로 4차 촛불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전 집회에 모인 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광화문=남용희 인턴기자
19일 오후 전국적으로 4차 촛불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전 집회에 모인 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광화문=남용희 인턴기자

[더팩트 | 광화문=서민지 기자] "수능 끝! 하야 시작! 고3이 나섰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우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모이자! 분노하자!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참가자가 이날도 25만 명을 넘겼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인 건 전날(18일) 수능을 마치고 집회에 참가한 앳된 얼굴의 고3 수험생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민주노총 등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5만명(경찰추산 6만명) 이상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퇴진행동은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에 이어 4번째다.

광화문광장 곳곳에선 고3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보빌딩 앞에서 만난 6명의 여학생은 서로의 촛불에 불을 붙여주며, 구호 대열에 동참했다. 이 가운데 임지연(성북동·19) 학생은 "입시 생활을 하던 지난 2주간 이곳에 너무 나와보고 싶었다. 답답한 마음도 많았지만, 정유라에겐 '최순실 빽'이 있다면 우리에겐 '100만 촛불 빽'이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했다. 이젠 저도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고3 학생들은 한국외대 4학년 박 모 씨가 '정유라·장시호' 이야기를 할 때, "맞아요"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박 씨는 "고3 수험생들이 수능 끝, 하야 시작을 외치면서 거리로 나왔다.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우리 청년, 학생들이 왜 분노했나"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전국적으로 4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광화문=남용희 인턴기자
19일 오후 전국적으로 4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광화문=남용희 인턴기자

그는 "이화여대 입학할 때 금메달 가져와서 '이거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한 그 학생이 누구냐. 부모 잘만나서 특혜 받고 말타고 이화여대 들어간 정유라 아니냐. 학교다니는 내내 최하위권 성적 받고도 연세대에 성적 장학금 받고 입학한 사람도 있다. 그건 최순실 조카 장시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이들의 삶이 이렇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자면 수능 망하고, 수능 망하면 취업 못하고, 취업 못하면 제대로 못사니까 잠이 와도 찬물에 발 담그며 공부했다. 그러는 사이 저들은 온갖 특혜 속에 살았다. 너무 열받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자유발언에 참여한 고3 학생도 있었다. 진 모 학생은 무대에 올라 "저는 아직 어리고, 19년밖에 안 살았다. 어른들은 너희가 정치적 책임이 있냐고 묻더라.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 따위가 감히 싸가지 없게 나라의 주인들을 농락하는 걸 학교에서 집에서 주머니에 손넣고 구경하는게 어른들의 정치적 책임이라면 저는 어른이 되는 걸 포기하겠다"고 외쳤다.

진 양은 "얼마 전 저희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이 날아갔다. 저는 버스비가 아까워 50분 동안 걸어서 학교에 갔으며, 대학교 원서비도 아까워 3개만 냈다. 오늘도 아르바이트 가면 7만 원을 버는데 포기하고 이 곳에 왔다.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포기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청렴할 자신이 없으면 정치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광화문=임세준 인턴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광화문=임세준 인턴기자

진 양의 발언이 끝나자, 주변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허허허' 웃으며 "잘한다!" "누구 딸내미냐, 잘 컸다"라고 말하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또다른 고3 주 모 학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수능 끝나고 뉴스를 보는데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면서 "박근혜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국민이 아닌 자가 어떻게 대통령을 하나.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절규했다.

발언이 끝날 무렵 주 군의 목소리가 갈라지자, 주변의 어른들은 "우리 애들만 고생한다" "멋지다" "아이고, 다 컸네 다 컸어"라고 격려의 말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앞선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 500여 명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사전집회를 열었으며, "중고생이 명령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제창했다.

한편 오후 7시 35분 본 행사를 마친 뒤부턴 행진이 진행된다. 행진은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내자사거리까지 모두 7개 코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수단체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자유총연맹,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80여개 보수단체들도 이날 집회가 있었던 만큼,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02개 중대 1만 6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