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과 온도 차를 보인다. 검찰은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 측이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유영하 변호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영하 변호사는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중의 진박으로 통한다. 그는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박 대통령의 법률특보를 지낸 바 있다.
변호사로 선임된 유 변호사는 이날 오후 검찰에 선임계를 내고 애초 예정했던 16일 조사를 미뤄달라는 뜻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변호사 조사에 따른 국정 수행 부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유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해 맞춰달라고 했다. 저희가 준비되면 당연히 응할 수밖에 없지만, 물리적으로 전날 선임돼 사건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검찰 조사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이다.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해 모든 의혹이 정리되는 시점에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임기 중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어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 장치, 내란 외환죄가 아닌 한 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유 변호사가 검찰에 박 대통령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로서는 늦어도 17일에는 조사해야 한다는 태도다. 최 씨의 구속 만기일(20)을 고려할 때 공소장 작성을 위해선 박 대통령의 조사 내용을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조사 없이는 최 씨 공소장 명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검찰은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연루된 내용을 명시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늦어도 17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최순실에 대한 수사만 거의 완료돼 기소를 앞두고 있을 뿐,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 등은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검찰의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유 변호사의 요청을 일단 받아들였다. 다만, 늦어도 17일까지는 박 대통령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만약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면 검찰로서는 어쩔 수 없다. 검찰은 현재 참고인 신분인 박 대통령을 강제 구인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이 어차피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은 공소장에 최 씨와 박 대통령의 연루 내용을 빈칸으로 남겨야 한다. 박 대통령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변호사가 국정 운영 부담 등을 밝히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 특검까지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인한 대국민 담화, 지난 주말 100만 명이 운집한 촛불집회 등으로 비친 민심 등을 고려할 때 검찰 조사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17일 현직 대통령 최초 검찰 대면조사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