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촛불 든' 안철수·박원순 "하야" vs 문재인·손학규 "거국내각"
입력: 2016.11.13 05:00 / 수정: 2016.11.13 07:31

2016 민중총궐기대회가 12일 오후 서울 서울광에서 열린 가운데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임세준 인턴기자
'2016 민중총궐기대회'가 12일 오후 서울 서울광에서 열린 가운데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임세준 인턴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12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네 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모두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두고 온도차를 보였다. 대권을 1년 2개월 앞두고 각자에 유리한 해법을 모색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5년 만에 손을 맞잡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 조기 대선 실시에도 뜻을 같이하며 이날 광화문 광장에 함께 모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광장에 나왔지만 두 사람은 대통령의 하야보다는 거국중립내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연설 트럭에 올라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 국민의 요구는 분명하고 단호하다"면서 "대통령 하야가 혼란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야는 혼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은 헌법, 국가, 정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의 하야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 야당도 2선 후퇴를 주장하는데 2선 후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구태여 왜 대통령이 존재해야 되냐. 여기에 거국중립내각이니 이런 말들이 오히려 임시적 봉합책"이라고 밝혔다.

김제동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광장 콘서트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발언을 하고 있다./남용희 인턴기자
김제동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광장 콘서트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발언을 하고 있다./남용희 인턴기자

안 전 대표도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원보고대회에 참석해 "2016년 11월 12일은 역사에 기록될 날이다. 시민혁명과 국민항쟁의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외쳤다.

안 전 대표는 '책임총리제'와 관련해, "14개월 동안 국민이 뽑지 않은 권력이 대통령의 권한을 유지할 수 없고, 격차해소·외교공백을 메우기 힘들다"면서 "14개월동안 통 권한대행 총리가 관리만 하다보면 우리나라가 망가지는 만큼, 즉각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박 시장과 안 전 대표는 조찬회동에서 "대통령 하야가 전제되지 않은 '책임총리제'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 가장 빨리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대통령이 물러나고 빨리 다음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시장과 안 전 대표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하야'는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궐위로 조기 대선 체제에 들어갈 경우 정치판세가 요동치면서 두 사람이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현재 대권주자 1~2위를 유지하는 문 전 대표에 맞서기 좋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남윤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남윤호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입장자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12일 정오까지 결단하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압박한 뒤 부인 이윤영 여사와 함께 촛불을 들고 이날 광화문 행진대열에 참여했다.

손 전 대표는 "대통령은 이미 국민에 의해 탄핵당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요청한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애국과 애민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마지막 명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 하에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그 총리가 구성하는 '거국내각'이 과도정부를 이끌어 7공화국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9일 손 전 대표는 충북 청주시 서원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는 '하야'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지금 당장 대통령이 하야했을 때 생길 정치적 혼란을 감당할 준비가 안돼 있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법상 60일 내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해야하지만 지금 여야가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거국내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 맡긴 위임을 철회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 마음 속에서 탄핵당했다"면서 "박 대통령께서 오늘 전국에서 촛불들고 거리에 나선 수백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답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학규(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에 부인 이윤영 여사와 함께 참가하고 있다./손학규 제공
손학규(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에 부인 이윤영 여사와 함께 참가하고 있다./손학규 제공

문 전 대표는 지난 10일 미국 대선에 대한 메시지에선 "박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애국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마음을 비우고 국정에서 손을 떼고, 거국중립내각을 통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위기상황을 관리하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9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만난자리에서도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거국중립내각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실권을 뺏는 것이 상책이란 견해를 밝혔다.

손 전 고문이 말한 바 처럼 지금 당장 하야가 이뤄지면 60일 이내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현재 본인의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대통령의 하야는 그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문 전 대표의 경우 현재 1~2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만큼 도리어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며 다소 '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야권 대선주자들의 '엇갈린' 해법으로, 야3당 대표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모두 참석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거취를 두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촛불민심과 관련 박 대통령의 후속 조치에 따라 야권이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임세준 인턴기자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임세준 인턴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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