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총리 추천' 국회로 넘긴 박 대통령, 노림수 먹힐까?
입력: 2016.11.09 09:51 / 수정: 2016.11.09 09:55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마비된 정국을 풀기 위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정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마비된 정국을 풀기 위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마비된 정국을 풀기 위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야당이 반대하자 사실상 철회하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 의장과의 면담에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요청에 김 내정자는 세간의 이름만 오르내리는 불명예를 안은 채 본인의 말대로 "소멸"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이 정 의장에게 한 말은 이렇습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

정 의장은 "국회의 정당이 거국내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치 문제는 의장단보다는 정당이 중심이다. 하지만 국가 위기인 만큼 정당의 책임 있는 분들과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총리 권한을 명확히 해 줘야 한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또 거부해서 반발하게 하면 안 된다.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게 명확한 답을 요청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던진 국회 총리 추천 문제에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난국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평가했지만, 야권은 "권한의 모호함" "시간벌기" "국회에 책임 떠넘기기"라며 박 대통령의 탈당과 2선 후퇴를 주장했습니다.

이미 성난 민심으로 사실상 국정에 손을 놓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이번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 주시면 임명하겠습니다"라는 카드는 정치공학적으로 매우 시기적절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공을 국회에 넘겼으니 이제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국회가 총리 추천을 하지 못할 경우, 여당보다는 야권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수를 단번에 간파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 총리 추천 요청에 정치권은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됐다. 사진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배정한 기자
박 대통령의 '국회의 총리 추천' 요청에 정치권은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됐다. 사진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배정한 기자

그는 "국회에 던져놓고 국회에서 합의하라고 하는 시간벌기용"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딱 던져놓고 가면 언론이나 국민은 '누구를 총리로 추천하지'라고 넘어간다. 3당이 앉아서 추천되겠나. 저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엔 국회가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나면, '거봐라 총리 추천하라고 해도 못하잖냐'라고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덫, 늪에 이미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정치 공학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공은 받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여당은 야권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할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야권은 총리 추천을 하지 않거나 누구를 할 것인지를 놓고 야3당이 고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야3당 보다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손 전 고문이나 김 의원 둘 중 한 명으로 의견을 모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을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유 전 장관은 한 방송에서 책임 총리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나는 스위스나 독일 대통령처럼 국가 원수로서 지위에 맞는 의전만 할 테니, 모든 행정 각 부의 임무를 총리 당신이 전적인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서 수행하시오. 권한을 다 넘겨주겠소'라고 약속한다면 총리를 할 것 같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현재 박 대통령과 여당에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최 씨로 촉발된 국정 마비가 길어질 경우 시민들의 피로감을 느낄 것이고, 보수층은 결집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 반전입니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시간을 벌고 야권을 몰아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를 꺼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 발(發) '국회 총리 추천' 카드는 다시 한번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박 대통령의 이번 국면 전환 카드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