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독일과 일본에서 본 '최순실 파문', 고개를 들 수 없다
입력: 2016.11.08 05:00 / 수정: 2016.11.08 06:08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거주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 인근 주민들은 최 씨 모녀의 갖가지 비위 의혹 상황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의아해 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최 씨 모녀 집 인근에 거주하는 한 독일인 여성이 정 씨의 관해 말하는 모습./프랑크푸르트=이효균 기자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거주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 인근 주민들은 최 씨 모녀의 갖가지 비위 의혹 상황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의아해 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최 씨 모녀 집 인근에 거주하는 한 독일인 여성이 정 씨의 관해 말하는 모습./프랑크푸르트=이효균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헛웃음과 한숨이 나왔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실소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의 감춰진 진실들이 자고 나면 하나씩 드러나는 것에 폐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허탈함이 그 이유다.

국가가 이렇게 운영됐다는 사실이 참담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찾지 못할 정도다. 필자는 지난달 19일부터 10박 11일 동안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를 찾아 취재했다.

취재 중 모녀의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독일인들과 교민들, 그리고 현지 언론의 보도는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했다.

최 씨 모녀의 자택 인근 주민들은 잇따른 취재진의 방문과 무단으로 집 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생활 보호에 극도로 예민한 독일인들 눈에는 한국 취재진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최 씨 모녀와 한국 대통령과의 관계는 독일인들에게 더욱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만약 메르켈 총리가 박 대통령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땠을까. 한 독일인은 "즉각 사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민들 역시 최 씨 모녀 파문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많은 교민은 "한국인이라고 말하기가 창피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본 지역TV를 통해 보도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뉴스. /이철영 기자
일본 지역TV를 통해 보도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뉴스. /이철영 기자

필자는 독일 취재를 마치고 예정된 일정으로 곧장 일본으로 향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연일 박 대통령과 최 씨 문제가 보도됐다. 일본에 있는 나흘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박 대통령과 최 씨 뉴스를 봐야만 했다. 공항에 있는 TV에서도 계속 보도됐다.

공항에 비치된 TV를 통해 최 씨 문제가 나오자 한 한국인은 "아... 부끄럽다"며 몸서리를 쳤다. 공항에 있는 수많은 일본인도 박 대통령과 최 씨 뉴스를 집중해서 보는 모습에서 같은 자리에 있었던 수많은 한국인들은 TV에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왜, 한국인들은 국내 소식에 고개를 떨구거나 돌려야 했을까.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내 나라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거기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수십만 명의 국민은 거리에 나와 박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외친다.

이 어이없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박 대통령이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그 이유는 딱히 대책도 없지만, 설마 했던 소설 같은 일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박 대통령과 최 씨 문제를 마주할 때면 한숨과 헛웃음이 나온다. 앞으로 얼마나 더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날지 모르겠다. 국민은 또 얼마나 깊은 한숨과 어이없는 헛웃음을 지어야만 할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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