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엄수된 가운데, 유족 및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광화문=남윤호 기자 |
[더팩트 | 광화문=서민지 기자] "우리가 백남기다! 박근혜 정권이 저질렀던 모든 국정농단 우리가 이제는 끝내겠다!"
야권이 5일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끝내기'라는 두 이름으로 광화문에 모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잠룡들과 3당 대표도 한자리에 모였다.
오후 2시 시작된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58일, 사망한 지 41일 만이다. 유족과 장례위원회 관계자를 포함해 주최 측 추산 1만 명(경찰 추산 5700명)이 참석했다. 일부 의원들은 추도 노래가 흘러나오자 눈시울을 붉혔고, 시민들은 고개를 숙이며 고인을 추도했다.
영결식 도중엔 참석자들 전원이 기립해 "백남기 특검 실시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정권 퇴진하라!" "우리가 백남기다!" 등의 구호를 주먹을 꽉진 채 외치기도 했으며, 각당 대표의 추도사도 이어졌다. 각당 대표와 정치권 지도자들은 백남기 농민의 마지막을 기리며, 그 뒤를 이을 것을 다짐했다.
문재인(맨 앞 왼쪽 두 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맨 앞 오른쪽 두 번째) 충남지사 등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광화문=남윤호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도사에서 "엄중하고 비상한 시국이다. 국민은 '자격 없는' 대통령이 국가의 근본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똑똑히 목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오로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과 국정을 볼모로 삼고 있다. 깊은 실망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면서 "우리는 국정농단으로 헌정이 마비되어 버린 꽁꽁 언 나라를 바로 바로 세워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들어야 한다. 민심에 반하는 총리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바삐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추 대표의 말에 박수치며, "국민을 지키겠다, 특검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하신 약속 반드시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해야할 일이 남아있다. 반드시 특검으로 고 백남기선생 사인 밝히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고인께서는 생전에 다 하지 못했던 일을 살아남은 우리에게 맡기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두 번째 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세 번째 줄) 등 야권 정치인들이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참석, '박근혜 퇴진' '박근혜는 하아햐라' 피켓을 든 시민들 사이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광화문=남윤호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백남기 선생님을 불러본다. 편히 누우셨는지 여쭙기도 염치없다. 마지막 가시는 영정에 참회의 눈물 아니 사과한마디 올려드리지 못했다. 뼈에 사무치도록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백남기라는 이름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참담한 끝을 보이고 있다. 당신이 가고 우리는 남았지만, 어르신이 파종한 소중한 씨앗을 반드시 키워 결실 맺도록 하겠다. 백남기 선생님은 이제 편히 쉬시라. 앞으로 살아남은 저희들이 온전히 책임지겠다"면서 "헌정질서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정권을 단호히 끌어내리겠다. 민주공화국의 이름으로 철저히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제 우리가 모두 함께 들고 일어나서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쓰겠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이땅에서 주인임을 확인하는 섭리를 일구겠다. 이제 우리가 불의한 권력을 정점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 시키겠다"고 말하면서,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특히 이 대목에선 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잠룡들도 박수를 치며 동감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차 국민행동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남용희 인턴기자 |
박 시장은 "이땅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이 대통령 물러나라고 한 것이 무슨 죄냐. 그런데 당신에게 돌아온 것은 살인적인 물대포였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라면서 "이런 부도덕한 권력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나.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거절했다. 불허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박수로 동참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문 전 대표는 "백남기 선생님께 죄송스럽고 백남기 선생님 유족분들께 죄송스럽고 이땅의 모든 농민분들께 죄송스러운 심정"이라는 말을 남겼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며 "지금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처럼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무너진 헌법정신과 무너진 정의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온 몸을 던지겠다"고 영결식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영결식 직후인 오후 4시부터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같은 자리에서 시작됐다. 주요 정치인들은 집회엔 참석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지만 중고등학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까지 시민 약 7만 명이 자리를 채우면서 광화문 광장은 가득 찬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