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최순실에게 '굽신굽신'...'국민 화병'도졌다
입력: 2016.11.04 06:34 / 수정: 2016.11.04 13:29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가 3일 서울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최 씨를 긴급체포한 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및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문병희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가 3일 서울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최 씨를 긴급체포한 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및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기업인들이 날 보면 굽신굽신한다. 기업인들 별거 아니다.”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60· 최서원으로 개명)씨 측근인 고영태 (40)씨가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고 씨가 언제부터, 무슨 힘으로 안하무인격 우쭐함을 만끽했는지는 따져 봐야겠지만 그의 눈에 비친 기업인들은 ‘별거 아니다’로 뭉뚱그려졌다. 최 씨와 말을 놓고 지낸다고 알려진 다양한 전력의 그에게, 기업인들은 '굽신굽신'하는 존재로 비춰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수사가 현실화될 것 같다. 전대미문의 국정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적 위기마저 촉발한 최순실 게이트는 최 씨의 구속수사로 본격적인 진상규명의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 국정 농단 무리의 국내 소굴은 최 씨가 설립·운영등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이다. 대통령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두 재단의 기금 출연 과정속 권력 외압설을 파헤치는 게 검찰의 최우선 과제다. 롯데 SK에 이어 삼성그룹 자금 관계자도 검찰에 불려갔다.

두 재단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등 내로라하는 굴지의 기업들이 수 십 억원대 자금을 출연했다. 모두 53개 기업이 총 774억 원을 냈다. 재단 기금 출연과정에서 최 씨 측이 청와대를 동원해 압력을 행사했는 지가 수사의 초점이지만 국민들은 나아가 기업들 출연에 따른 대가성 유무도 확 짚어주기를 바란다. 최씨 일당에게 '굽신굽신'한 기업인이 있다면 왜 그랬는 지를 알고 싶어 한다. 후진적 정경유착의 흔적이 있다면 차제에 도려내야 한다는 열망이 크다.

기업들이 두 재단에 은밀하게 비정상적으로 거금을 출연한 배경을 두고 세간의 관측은 크게 두 갈래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하나는 '기업도 피해자다'라는 것. 재계를 대상으로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청와대측의 압력과 요구를 받고 움직이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가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공개적으로 출연금을 마련했다는 자체가 기업이 피해자라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보험용 출연'가능성이다. 재단에 출연금을 내놓기 전후로 몇몇 그룹들은 '총수 리스크'가 걸려있거나 세무조사등 경영적 문제가 노출돼 리스크 예방차원에서 나선게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참여연대는 "단순히 정치권의 압력에 불가항력적으로 굴복했기보다는 각종 특혜의 유지· 확대와 각자의 소원 수리를 위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협력했을 개연성이 더 농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약점을 잡힌 몇몇 그룹은 추가 출연을 요구받기도 했다.

정권외압을 못이겨낸 단순한 피해자일 수도, 아니면 뒷거래의 야합을 위해 비선실세를 먼저 찾은 기업도 없지는 않을 게다. 야합기업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연출할 수도 있다.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지금까지는 출연 배경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언급하기 민감한 사안이다" "전경련에 물어봐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며 잔뜩 몸을 사리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권한과 권위는 물론이고 급기야 권좌마저 촛불광장에서 스스럼없이 이슈화되고 있는 마당에 어느 기업인들 고백을 할수 있겠는가.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 관련 진상규명과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남용희 인턴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 관련 진상규명과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남용희 인턴기자

그렇다고 재단 기부사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이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정경유착의 의혹에 휩싸일 우려도 없지 않아 재계들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재단 설립 취지에 공감한 자발적 출연 동참이라고 방어막을 치고는 있지만 일부 그룹에서는 대가성 출연 논란도 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첫 계단이 미르· K스포츠재단인지라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이에 거론되는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어느 때 보다 차갑다. 최씨 일당때문에 '국민 화병'이 도졌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팍팍한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재계에게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절대적 위기이다. 국가 경제정책이 실종되고 게이트 파문은 몇몇 그룹 핵심 경영진을 파고 들면서 재계를 꽁꽁 얼게 만들고 있다. 올 한해 살림살이의 결실을 맺고 내년 먹거리를 위해 한창 바쁠 시기에 재계가 최씨 일당에게 어찌보면 코가 꿰였다.

기업인들이 비선실세·밀실권력에 '굽신굽신'하지 않을 시기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아 이래저래 씁쓸하고 참담하다. 60세 이혼녀 최 씨를 놓고 볼때 '정치는 삼류고, 경제는 일류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 지 모르겠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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