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4당·대선주자, 거국내각 두고 '동상이몽'
입력: 2016.11.02 05:00 / 수정: 2016.11.02 05:00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거국중립내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여야는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문병희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거국중립내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여야는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문병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정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여야가 권력을 나눠 갖는 방안인 '거국중립내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야권 내에서도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보이면서 거국중립내각이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선을 앞둔 만큼 정치권 일부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향후 대선 가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더 큰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또,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다 해도 여야가 첨예한 대립 상태인 데다가 청와대 역시 야당이 제안하는 형태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해 안정화까진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與 "받아들여라" VS 野 "박 대통령 손 떼면"

여야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거국중립내각을 두고 충돌했다. 정진석(앞)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야당을 질타하면서 퇴장했고, 회동은 열린 지 10분 만에 파행됐다. /배정한 기자
여야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거국중립내각을 두고 충돌했다. 정진석(앞)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야당을 질타하면서 퇴장했고, 회동은 열린 지 10분 만에 파행됐다. /배정한 기자

새누리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가 헌법상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면서 국정 공백을 메우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선 우선 대통령이 탈당하고 사실상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즉 여야는 '대통령의 힘 빼기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거국중립내각을 두고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대비해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각 당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초전'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라가 위기라고 헌법을 까뭉갤 수는 없다.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여야가 협치할 수밖에 없다는 고심 끝에 나온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대여압박에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문제의 가장 핵심 증인은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거국내각은 박 대통령의 탈당으로 시작해 청와대에서 3당 대표들과 영수회담을 하고, 누구를 총리로 할 것인지 합의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총리가 조각하는 것이 거국내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거국중립내각을 두고 충돌했다. 정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야당을 질타하면서 퇴장했고, 회동은 10분 만에 파행했다.

◆ 야3당 "국정조사·특검 공조…거국내각은 의견 달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야권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문병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야권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문병희 기자

여야 뿐만 아니라 야권 내에서도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우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각종 현안 대응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지만, 거국내각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3당 차이가 좀 있다. 민주당은 아직 당론을 확정하지 않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역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 충분히 논의를 하고 시간을 갖고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 논의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배제하고 야당이 주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후엔 박 대통령과 여야3당 대표 영수회담을 통해 총리를 합의추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은 아예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단 강경한 입장이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통령 탈당 전제돼야 하고, 이후에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담을 통해 총리를 합의 추천하고 그 총리가 나중에 내각까지 추천하는 이런 형태를 당론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정의당은 과도중립내각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유는 일단 정의당은 대통 하야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처리하기 위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전제한 과도중립내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野 대선주자 다른 목소리…문재인·안철수 '충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연일 엇갈린 의견을 피력하면서 충돌하고 있다./이효균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연일 엇갈린 의견을 피력하면서 충돌하고 있다./이효균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연일 엇갈린 의견을 피력하면서 충돌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뜻하는 듯 말해 논란을 더했고,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 권력 나눠 먹기로 비칠 것"이라며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달 31일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입장문을 올려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면서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같은 날 SNS를 통해 지역위원장들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재인 전 대표가 처음 거국내각을 말씀했을 때 저는 그것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거국중립내각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데다 '박근혜 헌법파괴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검찰수사를 유야무야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설득했다.

이어 "현실 가능한 해법은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즉각 해임하고,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할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로 임기를 마치고, 새 총리 체제는 엄정한 중립을 유지하면서 국가를 임시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이같은 야권 주자간 갈등을 야기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인위적으로 조장한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여권에서 '개헌파'인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하는 것 역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불리한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을 추질하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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