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정유라 독일 추적기<상>] "아~~" 눈앞에서 놓친 母女 조력자들
  • 이철영 기자
  • 입력: 2016.10.29 05:00 / 수정: 2016.10.29 05:00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 모녀의 조력자들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진 독일 슈미텐 비덱 타우누스 호텔 인근의 주택에서 지난 21일 오전(현지 시간) 최 씨의 측근들이 짐을 챙겨 급히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프랑크푸르트(독일)=이효균 기자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 모녀의 조력자들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진 독일 슈미텐 비덱 타우누스 호텔 인근의 주택에서 지난 21일 오전(현지 시간) 최 씨의 측근들이 짐을 챙겨 급히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프랑크푸르트(독일)=이효균 기자

[더팩트ㅣ프랑크푸르트(독일)=이철영·이효균 기자] "아~~."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요동치는 정국의 핵인 최순실(60) 씨와 정유라(20) 씨를 돕는 이들을 바로 눈앞에서 놓친 순간이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최 씨 모녀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찾았다. 독일 취재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귀국하는 날짜를 정해놓지 않았다. 최 씨 모녀를 찾아 인터뷰를 하지 못 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떠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언제 만날지 알 수 없는 안갯속 취재일정이었지만 워낙 전국을 들끓게 만든 장본인들이라 눈에 불을 켰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첫날 오후. 짐을 풀지도 않고 최 씨 모녀가 소유하고 거주했던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찾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곳이다. 호텔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고, 황급히 떠난 흔적이 사방에 역력했다. 재떨이에는 꽁초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행운이 따랐다. 이날 호텔 인근 현지인의 도움으로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최 씨 모녀의 새로운 집을 알게 됐다. 비덱 호텔과는 약 1km 떨어진 곳에 불과했고, 주민들은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취재진은 이미 알려진 최 씨 모녀의 집을 찾았다. 집 앞에는 최 씨 모녀를 찾으러 온 국내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취재진은 최 씨 모녀의 집을 그대로 지나쳐 새로운 집으로 이동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오후 국내 언론을 통해 최 씨 모녀가 황급히 집을 떠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그날 밤 취재진은 최 씨 모녀를 지근거리에서 돕는 측근들을 새로운 집에서 확인했다. 더는 이 집에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되돌아 가려는 순간이었다. 한 남성이 최 씨 모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남성은 흔히 집 안에 들어가는 일반인들의 모습과 달리 조심스러웠다. 불도 켜지 않은 채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했다. 약 30여 분이 지났음에도 집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그때 한국인 남성 한 명이 집으로 들어갔다. 집의 구조상 정면에서는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했다. 1층은 정면에서 볼 수 없었고 집 뒤에서만 확인 가능했다. 취재진은 이들이 집으로 들어간 후 불이 켜진 1층을 확인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알려질까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지난 20일 오후 취재진은 최순실 씨의 측근들이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은 최씨 모녀가 거주했던 집안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프랑크푸르트=이효균 기자
지난 20일 오후 취재진은 최순실 씨의 측근들이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은 최씨 모녀가 거주했던 집안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프랑크푸르트=이효균 기자

취재진은 이들을 통해 최 씨 모녀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21일 이른 아침 최 씨 모녀의 집 앞에서 한국인 남성 여러 명이 짐을 싸서 이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확인했고, 이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와 이화여대 입학, 학사 관리 특혜 논란으로 모습을 감춘 최 씨 모녀를 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였다.

취재진은 이날까지 6명의 한국인을 확인했다. 모두 최 씨 모녀의 집에서 나온 이들이다. 이들은 차량 세 대를 이용해 나눠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재진도 이들의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뒤를 쫓았다.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들도 취재진의 존재를 눈치챘다. 현지에서 살았던 이들은 취재진보다 지리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진을 확인한 이들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길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결국, 취재진은 이들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최 씨 모녀의 모습도 그 순간 멀어지게 됐다.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서부터 정 씨가 자신의 거주지를 SNS를 통해 공개한 지역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에 밝지 않은 탓에 이들 모녀를 찾을 수는 없었다.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게 더욱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얻은 소득이라면 소문으로만 알려진 최 씨 모녀를 돕는 이들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다시 교민들을 중심으로 최 씨 모녀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일부 교민을 통해 최 씨 모녀가 말 구매 시 도움을 준 교민도 알게 됐다. 그러나 이 교포는 최 씨 모녀의 행방에 대해 묻자 입을 닫았다. 최 씨 모녀의 행적엔 항상 보이지 않는 공고한 벽이 쳐 있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최근까지 승마훈련을 한 프랑크프루트 인근 도시 리더바흐 호프구트 승마장. 정 씨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폴란드 국적의 한 직원은 정 씨가 말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갔지만, 여전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빨간 동그라미는 정 씨의 두마리 말이 지낸 마방으로 1번과 2번방에 말을 보관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최근까지 승마훈련을 한 프랑크프루트 인근 도시 리더바흐 호프구트 승마장. 정 씨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폴란드 국적의 한 직원은 "정 씨가 말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갔지만, 여전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빨간 동그라미는 정 씨의 두마리 말이 지낸 마방으로 1번과 2번방에 말을 보관했다.

최 씨 모녀의 행적을 찾는 단서로 남은 것은 정 씨가 훈련하는 승마장을 찾는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날부터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수십 개의 승마장을 직접 찾았다. 물론, 첫 방문지는 정 씨가 최근까지 훈련했다는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리더바흐에 있는 호프구트 승마장이었다. 이곳은 정 씨가 대한승마협회에 바뀐 훈련장소로 보고한 곳이다.

호프구트 리자와 근로자를 통해 정 씨에 대해 약간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극도로 취재진을 경계했다. 그간 수많은 국내 언론이 이곳을 취재했기 때문이다. 이곳 관리자는 취재진에게 "최근까지 훈련을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곳에 없다. 그리고 지금 이런 것들은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으므로 더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폴란드 국적의 승마장 직원은 정유라 씨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정 씨가 말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갔지만, 여전히 오고 있다. 말이 이곳에 없을 뿐 정 씨는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폴란드 국적의 승마장 직원은 정유라 씨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정 씨가 말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갔지만, 여전히 오고 있다. 말이 이곳에 없을 뿐 정 씨는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이곳에서 일하는 한 남성을 통해 관리자와는 다른 답을 들었다. 국내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내용으로 "정 씨의 말이 이곳에 두 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들이 이곳에 없다"며 "정 씨가 말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갔지만, 여전히 오고 있다. 말이 이곳에 없을 뿐 정 씨는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정 씨가 승마장을 또 언제 오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승마장 관계자가 돌연 나타나 취재진에게 "이곳은 개인적인 것들을 말할 수 없는 곳이다. 나가달라"며 직원의 말을 가로챘다. 벽이 또 쳐진 것이다. 최 씨 모녀를 찾기 위한 조각을 맞춰 나갈수록 이들의 모습을 찾는 것은 더욱더 어려워졌다.

정유라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프랑크푸르트 외곽 비블리스에 있는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훈련했다고 대한승마협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정 씨가 8월에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승마협회 보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예거호프 승마장.
정유라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프랑크푸르트 외곽 비블리스에 있는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훈련했다고 대한승마협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정 씨가 8월에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승마협회 보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예거호프 승마장.

최 씨 모녀의 흔적을 찾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외곽 비블리스에 있는 예거호프 승마장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그들이 떠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다시 최 씨 모녀가 최근까지 거주했고, 측근들의 이동을 확인한 슈미텐을 찾았다. 독일 현지인들을 통해 최 씨 모녀의 생활과 함께 거주했던 이들 그리고 새로운 단서 몇 가지를 확인했다. 돌고도는 최 씨 모녀의 추적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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