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념 시험대' 오른 與野 잠룡들의 '말말말'
입력: 2016.10.19 05:00 / 수정: 2016.10.19 11:49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논란으로 여야 잠룡들의 안보관이 시험대에 올랐다./서울신문 제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논란으로 여야 잠룡들의 '안보관'이 시험대에 올랐다./서울신문 제공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여야 잠룡들의 '안보관'이 시험대에 올랐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발간했으며, 회고록에서 그는 지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현재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고, 각 잠룡들은 이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안보 이념'은 국정 운영의 핵심이며, 대선 주자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번 논란은 각 여야 잠룡들의 '안보 경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한 여야 잠룡들의 발언을 정리했다.

◆유승민 "文, 대통령이라면 또 北에 물을 건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또 북한 정권에게 물어보고 결정할 것인가라고 말했다./문병희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또 북한 정권에게 물어보고 결정할 것인가"라고 말했다./문병희 기자

평소 '따뜻한 보수'를 표방해 중도적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19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에 소속하면서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강경 보수' 면모를 보였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문 전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 지금도 또 북한 정권에게 물어보고 결정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 전 대표는 인권에 대한 상식을 찾아볼 수 없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당연히 찬성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찬성을 주장하는 외교부의 의견을 묵살했을 뿐 아니라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대한민국 찬성, 기권 여부를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짓밟고 있는 북한정권에게 물어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인권'을 외면한 부끄러운 결정에 어떻게 '민주'라는 단어를 쓰나"라면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결정됐다고 하는데, 외교안보가 다수결로 결정할 일이냐. 문 전 대표의 말은 솔직하지도 분명하지도 못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 김문수 "문재인, 종북 이적 행위 반역자"

김문수 전 경기자사는 16일 페이스북에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연관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향해 종북 이적행위 반역자라고 비판했다./더팩트 DB
김문수 전 경기자사는 16일 페이스북에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연관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향해 "종북 이적행위 반역자"라고 비판했다./더팩트 DB

여권의 대선 주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6일 페이스북에 "종북 이적행위 반역자"라고 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저는 많은 좌익 사범을 알고 감옥에서 같이 생활을 해 봤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비서실장,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보다 더 많은 종북 이적행위를 한 반역자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김정일과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하고, 대북 비밀송금을 하고, 국정원장이 김정일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면서 "국민들께선 대한민국 주권과 영해를 김정일에게 갖다 바친 이들의 종북 반역행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與, 염치 없나? 국민은 '총풍 사건' 기억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공세에 정치가 최소한의 염치도 잃었다고 말했다./임세준 인턴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공세에 "정치가 최소한의 염치도 잃었다"고 말했다./임세준 인턴기자

야권의 잠룡으로서 연일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공세에 "정치가 최소한의 염치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을 근거로 2007년 UN 인권결의안 기권의 진실을 묻고 있다"면서 "판문점 총질을 사주한 총풍 사건을 알고 있는 국민이다. 국민은 묻고, 말해도 당신들(새누리당)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시장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북풍 조작'이라는 유튜브 링크를 함께 게재했다. 박 시장이 언급한 '총풍 사건'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에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 관련자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박 시장은 "최순실, 정유라, 우병우, 차은택 등 국민들이 몰라도 되는 이름까지 기억에 들어가 삶을 무겁게 한다. 대한민국이 아프다. 국민의 삶이 위태롭다"면서 "먼저, '청와대만이 아는 대답'을 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북한팔이' 또 시작…기권, 올바른 결정"

이재명 성남시장은 16일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선거 때마다 등장하던 북한팔이 종북몰이가 또 시작됐다고 지적했다./이새롬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16일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선거 때마다 등장하던 '북한팔이' 종북몰이가 또 시작됐다"고 지적했다./이새롬 기자

야권의 잠룡이자 더민주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16일 "권력비리로 정권이 불안해질 때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던 '북한팔이' 종북몰이가 또 시작됐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시장은 '시대착오 '북한팔이', 정면돌파로 청산해야'라는 제목과 함께 "2007년 10·4 정상선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한단계 도약하던 시기에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시 북한의견을 묻고 기권한 건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국익차원의 올바른 결정이었다. 반대 아닌 기권 정도로 끝낸 건 오히려 외교적 성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안보와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안보와 평화에 위해를 가하는 집단은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실체와 진실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하지 않은 종북몰이는 허깨비"라면서 "이제 평화와 통일을 말하면 '종북'으로 몰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털어내자"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진실을 믿으며, 실체없는 북한팔이 종북몰이를 정면돌파해 분쇄하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덧붙였다.

◆안철수 "'찬성'했어야…사실 확인 필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국민의당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실 여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임세준 인턴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국민의당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실 여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임세준 인턴기자

평소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당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상 상임공동대표와 국민의당은 대체적으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안보 이슈'에 대해 더민주와 '선긋기'를 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디지텍고등학교에서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는 이념 체제를 뛰어넘는 숭고한 가치다. 저는그 당시 유엔결의안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찬성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 전 대표에 대해선 "현재 정치권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은데 정쟁에 휩싸이는 건 옳지 않다.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해결법을 찾고 실행에 옮겨야 되는 지금은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면서 "진실을 밝혀서 빨리 (이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상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안 전 대표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17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당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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