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사람의 '품격'은 '말'에서 나온다는데, 우리 국회의원 말은?
입력: 2016.10.11 05:00 / 수정: 2016.10.10 17:56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한쪽 눈의 장애를 가진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향해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DB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한쪽 눈의 장애를 가진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향해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가끔 친한 선배를 만나면 농담처럼 반말을 하곤 한다. 워낙 친한 사이다 보니 선배는 이를 애교정도로 받아주며 호탕하게 웃는 경우가 많다. 흔히 이런 선후배 사이를 두고 '격의 없이 편한 사이'라고 한다.

격의 없이 편한 선배를 만나 농담을 주고받더라도 절대 넘어야 할 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로 이 선을 넘는 후배가 종종 있는데,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고성이 오가다 감정이 상해 다시는 보지 않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말과 관련해 많은 속담이 있는데 예를 들어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가 있다. 두 속담은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하기도 하지만, 잘만 말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직위에 따라 말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위치에 맞게 조심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요즘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귀를 의심하게 된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될 정도다.

말에도 분명 '품격(品格)'이 있다. 이 품격이란 것은 사람의 본바탕으로 신분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이라면 일반인보다 더 말에 격을 지켜야 한다. 특히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것에는 더욱더 그렇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난 6일 김진태(재선, 강원 춘천시)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향해 "누가 간첩이라고 지칭하지도 않았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양입니다. 하긴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과 관련 내가 일일이 답변하면 안 되지. 기차는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 남윤호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과 관련 "내가 일일이 답변하면 안 되지. 기차는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 남윤호 기자

김 의원의 이 글을 보면서 참 불쾌했다. 본인은 박 위원장의 대북관을 지적했다고 하겠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눈이 삐뚤어졌는데'라는 말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유는 박 위원장의 경우 한쪽 눈에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모르는 경우는 없다. 김 의원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박 위원장은 "내가 일일이 답변하면 안 되지. 기차는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라고 내색하지 않았지만 분명 상처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묘사하는 듯한 말은 말의 격을 따졌을 때 가장 저급하다. 그리고 이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듣기 좋은 말이 될 수 없다. 실제 김 의원의 발언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전형적인 비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월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막말과 고성을 주고 받아 주목 받은 바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31일 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이 의원. /국회=서민지 기자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월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막말과 고성을 주고 받아 주목 받은 바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31일 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이 의원. /국회=서민지 기자

이들은 "김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의 공적 책임과 인권의식 문제를 넘어 이 땅에 살아가는 장애인에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피해를 준 인권범죄인 발언이다. 이에 우리는 김 의원에게 즉각 이 땅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공식적이고 엄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김 의원을 예로 들었을 뿐이지 국회는 틈만 나면 막말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하기 일쑤다. 본인들이 겉모습만 반듯하게 입고 대우를 받으려 하지만, 정작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반듯한 겉모습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말에는 분명 품격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신한다는 국회의원들이라면 더욱더 품격을 갖춰야 한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에는 네 가지 기준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신언서판(身言書判 몸·말씨·글씨·판단)이다. 네 가지 기준 중 말씨(言)에 관한 평가가 들어간 이유는 이렇다. '외모는 꾸미기 쉬워도 말씨는 꾸미기 어려워 사람의 품격은 대개 말씨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 볼 때 지금 국회의원 중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몇이나 될지, 그리고 본인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자문해보길 바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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