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교육청 등 8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일반증인 신청을 두고 여야가 의견 대립을 하며 국감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게 다 국회의원이 보낸 자료예요?"
취업 면접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며칠간의 동거를 시작한 대학 후배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5일 국정감사 자료가 메일함을 가득 채운 것을 보더니 말이다. 이유인즉슨 국회의원이 일을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단다. "국감 전에도 이렇게 많이 왔었어요?"라는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이번 국감은 애초 지난달 26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 야당 단독 강행 처리에 반발해 새누리당이 국감 참여를 거부하면서 파행을 거듭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일부터 정상화됐다. 일각에서는 '지각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쨌든 늦게라도 국감이 일정에 맞춰 순항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각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면서 여야 의원실에서 보낸 이메일이 매일 100여 통이 넘는다. 이번 국감을 위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정리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올바른 정책으로 이끌기 위한 소중한 자료다.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땀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가득 쌓인 메일함을 볼 때마다 '정말 열심히 일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노고에 손뼉을 쳐주고 싶다가도 실제 국감 현장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산산이 부서진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 순서에 맞춰서 회의장에 들어오거나 질의가 끝날 경우 자리를 뜨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마치 '내 할 말만 하고 간다'라는 식이다. 피감기관 증인과 관계자 등에게는 엄격한 잣대와 태도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의원 자신이 꾸벅꾸벅 조는 풍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지난 6일 국회 미래창초과학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졸고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안일한 국회의 '민낯'은 고유권한인 입법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5월 30일 출범한 20대 국회는 현재까지 낙제점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일 기준 2436건의 법안이 접수됐으나 처리 건수는 '0'건이다. '처리'로 분류된 25건은 모두 의원들이 자진 철회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외침이 무색하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새삼스럽지 않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의 신뢰도는 15.3%로 주요기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회보다 한 단계 위인 중앙정부부처(31.9%)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차이가 난다. 국민과 소통 부문에서도 국회(13.5%)는 중앙정부(21.8%)와 지방의회(23.7%), 지방정부(26.7%)에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국회는 '생산적인 국회'를 국민 앞에 다짐하며 돛을 올렸다. 각 정당은 '민생 정당'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정쟁을 거듭해왔고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모습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 당연히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고, 국회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과연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 '민의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나 묻고 싶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광주지법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기사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고 한 누리꾼(ghda****)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누리꾼들은 이 의견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 국감에 참석해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는데, 일하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회의원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