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故 백남기 농민 문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입력: 2016.10.04 05:00 / 수정: 2016.10.03 21:05

서울대병원 고 백남기 특별위원회는 3일 담당교수가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진료를 시행했으며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강요나 외압은 없었다고 병사를 재확인 했다. /남윤호 기자
서울대병원 '고 백남기 특별위원회'는 3일 "담당교수가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진료를 시행했으며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강요나 외압은 없었다"고 '병사'를 재확인 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1987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전두환 정권은 박종철 열사의 사망을 두고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변명했다.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정부의 해명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병사'와 '외인사'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은 공개적으로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환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의 종류는 선행사인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며, 질병 외에 다른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를 선택합니다.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으면 외상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는 것은 모두 저희가 법의학 강의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고 백남기 씨는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합니다'라고 선배들에게 물었다.

후배들의 물음에 서울대 의대 동문 365명은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며 '후배들이 지적했듯이 고인의 사망진단서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시한 원칙에서 어긋납니다.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했으면 '외인사'로 작성하도록 배웠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상으로 인한 급성 경막하 출혈이 원인이 되어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하더라도 병사가 아닌 외인사가 됩니다'라고 후배들의 의견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102명은 고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고 물었고, 서울대 의대 동문 365명은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며 후배들의 질문에 공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102명은 고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고 물었고, 서울대 의대 동문 365명은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며 후배들의 질문에 공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 '고 백남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의대 이윤성 교수는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담당교수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했음을 확인했다"면서 "담당교수가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진료를 시행했으며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강요나 외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주치의가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했지만, 주치의의 소견인 '병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저라면 외인사라고 쓰겠다"는 개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지침을 집필한 저로서는 의견이 다르다. 어떤 경우라고 할지라도 선행 원인이 급성격막하 출혈이면, 그것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무관하게 외인사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진단서 지침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면서 "저는 외인사로 기재됐어야 했다고 믿는다"고 의사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이 위원장이나 서울대 의대 학생들과 많은 동문들은 백남기 씨의 사인을 '외인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치의는 '병사'라는 입장이다. 일반 상식을 가진 국민은 여기서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사망진단서 작성은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문서로 주치의가 '병사'라고 했다면 어찌할 수가 없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달 12일 백남기 청문회에서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 적절치 않다고 말해 유족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임영무 기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달 12일 백남기 청문회에서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 적절치 않다"고 말해 유족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임영무 기자

일각에서는 고인의 사망에 정치 논리가 개입했기 때문으로 본다. 고인과 관련해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정부여당이 보인 그동안의 태도 때문이다. 공권력의 진압과정에서 불거진 사망에 정부와 여당은 그 어떤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달 12일 백남기 청문회에서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사람이 중태에 빠졌다면 사과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하게 한 후에 할 수 있다. 결과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끝까지 사과를 거부했다.

고 백남기 농민 사인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백남기 농민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물대포를 맞았고 그로 인해 심한 머리 손상(급성 경막하 출혈 등)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민주사회에서 모두가 잘살기 위해서는 법질서를 수호하는 공권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법질서와 공권력은 억압이 아니라 존중에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부상한 한 농민의 사망 원인을 놓고 국민이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 농민은 국민 누구나가 될 수 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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