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폴리뷰] '밀당 운명' 국민의당, '국감 파행' 속 깊어가는 고민
입력: 2016.10.02 05:00 / 수정: 2016.10.01 22:47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여당의 보이콧으로 파행 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차례대로)./임영무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여당의 '보이콧'으로 '파행 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차례대로)./임영무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요즘 국회 상황을 달리 표현하면 '밀당(밀고 당기기) 고수'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이른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블랙홀'에 빠진 여야는 '국회의 꽃'인 국정감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고, 야당은 여당을 비판하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각당 지도부의 '밀당'은 여전했다. 취재진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오락가락'하는 이들의 정치적 입장을 해석하느라 진땀을 뺀다. 아침 공식 회의가 끝난 후 진행되는 백브리핑(비공개 브리핑)에서 취재진은 매번 묻는다. "오늘, 원내대표 회동해요? 언제 만나요?"라고 말이다. 회동할 것 같다가도 곧 "파행"이란 소식이 들려온다. 때문에 기사를 썼다가 엎기를 반복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날 새누리당은 '국감 정상화'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감 복귀 요청→국감 정상화 전망→새누리당 의총서 국감 보이콧 유지 결정' 등 새누리당의 밀고 당기기 전술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입장도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새누리당 국감 보이콧 유지에 대해 국민의당은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했다. 이후 기자들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처세술을 놓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용의 요지는 제3당으로서 '밀당의 중심'에 있는 국민의당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김재수 해임안 블랙홀'의 시발점이 된 당시의 상황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박지원(오른쪽) 위원장은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야3당의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주도하다 마지막 순간 빠졌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박 위원장./이새롬 기자
박지원(오른쪽) 위원장은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야3당의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주도하다 마지막 순간 빠졌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박 위원장./이새롬 기자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부인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해서 다시 찬성을 한 거냐. 아니면 주장했던 객관적 팩트가 잘못돼서 그런 거냐. 그게 좀 궁금한데."

20대 국회 출범 후 '중재자'를 자처한 국민의당은 최근 김재수 해임안과 관련해 '찬성→반대→찬성' 등 입장을 번복하면서 '갈지(之) 자' 행보의 '진짜 이유'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낳았다. 국민의당 결정에 국민도, 취재진도 고개를 '갸우뚱'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인사청문회 당시 박 위원장은 "한놈만 팬다"며 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앞장서 야3당과 공조했다. 하지만 정작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당시엔 야당 공조에서 빠졌다. 그러다 해임건의안 채택을 위한 지난달 23일엔 대정부질문에선 또다시 찬성으로 중론을 모았다.

"김재수 장관이 정말로 장관을 하기에 적합하냐, 부적합하냐 이 부분이 제일 중요했다. 그런데 청문회에 있었던 농해수위 의원들은 '적합'하다는 거다. 중요한 건 팩트 아니냐. 그래서 (지난달 21일 더민주, 정의당의 김 장관 해임안 제출을)반대 했는데, 여권에서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를 하고 박 대통령 발언도 그렇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김 장관 개인에겐 미안하지만, 더 큰 것 때문에…. 국민의당은 태생적으로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는 당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제3당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였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의장실에서 인사를 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문병희 기자
국민의당은 지난 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제3당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였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의장실에서 인사를 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문병희 기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당의 '갈지자 행보'를 '38석을 지닌 소수 정당이자 제3정당의 입지'와 함께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거대 정당에 비해 적은 의석수를 지녔지만, 과반수를 넘겨야 통과되는 의사결정을 할 때만큼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때문에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때도 국민의당 역할이 관건이었다.

'캐스팅보트'라는 권한을 가진 제3정당으로 '밀당'을 하기엔 최적의 상황인 셈이다. '밀당'을 하던 국민의당은 '국민편'이라는 명분과, '제3정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실리'를 택했다.

그러자 한 기자는 '밀당의 원칙론'을 제기하며 "그럼 김 장관에 대한 '팩트'는 무시한 건가요? 국민의당에 국민이 기대하는 건 그게 아니지 않나요. 오락가락도 원칙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49:50' 왔다 갔다 해서 가까스로 50을 선택하는 것과, '그르다:아니다' 명확한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완전 다른거죠"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창당 당시 '원칙'을 당명 그대로 '국민의, 국민에 위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당'을 기준으로 삼았다. 국민의당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모든 의사일정에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과 이에 맞서 '법적 검토' 등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정 의장과 민주당 사이에서 박 위원장의 고민이 깊다.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준 국민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살려 국민의 뜻에 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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