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정가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여당의 국회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협치'를 내걸었던 20대 국회, 첫 국감은 지난달 30일로 닷새째 파행을 빚었습니다.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이철영·임영무·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가 참석했고, 명재곤 부국장과 박종권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가십 모음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오경희 기자] 극한 대치 중인 여야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4일 야당 단독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데 대해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와 26일 시작한 국정감사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 의장 사퇴 때까지 무기한 단식'이란 초강수를 뒀고, 새누리당은 릴레이 시위와 동조 단식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으로 전환한 만큼 야당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인 경우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했고,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정 의장 역시 '사퇴와 사과는 없다'는 강경한 뜻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장기전으로 흐를수록 유불리를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먼저 '백기'를 들까요?
◆ "어영부영 안 한다" 이정현의 '이상한 단식?'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을 두고 뒷말이 많습니다. 공개된 장소가 아닌 당 대표실에서 진행하며, 단식 초기 외부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단식 첫날인 지난달 26일 당 대표실 문이 한 시간 동안 닫히자 취재진도 "이럴 거면 단식은 왜 하느냐" "이재명 성남시장도 그러면 광화문 말고 시장실에서 단식하지"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속칭 '뻗치기' 중인 기자들을 당 대표실에 불러 앉혀놓고 "단식을 하니까 좋은 점이 기자들과 얘기를 많이 할 수 있고, 잠을 많이 잘 수 있다"고 농담을 건네며 "언제든지 보러오라"고 말했습니다.
-단식 사흘째, 이 대표는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대규모 규탄대회에서 의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습니다. 자칭 '단식 선배'라며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제가 단식해봐서 잘 안다. 단식 3일째에 부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살다 보니 별 희한한 일도 보네요. 코미디 개그입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규탄대회 공식 석상에서 자당 의원들의 국감 복귀를 요청하는 '깜짝 발언'을 했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새누리당도 발칵 뒤집혔습니다. 새누리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선 막말과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몇몇 의원들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BH(청와대)에서 시그널이 온 거 아닌가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한 여당 원외 인사는 "사실상 이정현 대표를 대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라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영부영하지 않겠다"며 단식을 선언했던 이 대표는 단식 닷새째인 지난달 30일 힘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규탄대회 이후부터 공식 일정을 전면 중단했고, 이날 오전엔 탈진 상태가 심해져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엔 앞서 단식을 비판한 데 대해 사과한 박지원 위원장이 위로 방문을 하려다 이 대표의 상태가 좋지 않아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도 일각에선 "이전 정치인들의 단식 사례에 비춰 일주일 넘어서야 병원으로 옮기지 않느냐"며 "5일 만에 구급차는 오버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의원실은 "이 대표와 정 의장 중 누가 먼저 사과할까"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영란정식(김영란법 맞춤 세트)' 내기 중이라고 합니다.
◆ 김영우 '감금' 사태…정진석의 '야! 정세균'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을 위원장실에 감금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자당 의원을 방에 감금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 무슨 일 때문인가요.
-지난달 27일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며 국감 참석을 선언하자,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위원장실에 '감금(?)'되기도 했습니다. 곧바로 김 의원에게 연락을 했는데, "내부적으로 실컷 욕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갈 길은 가겠습니다"라고 답이 왔습니다. 결국 김 의원은 당론을 깨고 지난달 29일 국감에 참석했습니다.
-김 의원의 국감 복귀 만류를 위해 김무성 전 대표가 찾아간 것을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여권 내 복수의 관계자들은 "김 전 대표가 이번 보이콧에서 보인 모습은 대권 주자로서 하기엔 부적절하고 성급했다"는 지적입니다. 적어도 "대권을 생각한다면 '릴레이 시위'도 첫 번째 주자로 나설 것이 아니고 적정한 시점에 무게감을 보였어야 했는데,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눈치를 보느라 여론은 전혀 읽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국감 파행 정국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도 말이 많더군요. 정 원내대표의 정 의장 호칭이 매일 다르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고려대 선배인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호칭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강행 당일인 지난달 24일엔 "야!" 25일엔 "정세균이!!" 26일엔 "정세균 씨" 27일엔 "정세균 의장" 28일엔 "정세균 의원!" 29일엔 "정세균 의장" 30일엔 "정세균 국회의장님" 등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보이콧에도 야당이 단독으로 국감을 이어가고, 정 의장도 사퇴 불가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어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감을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새누리당과 정 의장 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여야 원내대표 협상 타진 등 출구 찾기를 모색 중입니다. 정치권에선 정 의장이 오는 3일 호주 출국 일정을 앞둔 만큼 이번 주말을 분수령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권 내 원외 핵심 관계자는 "일부 세력의 주장만을 밀고 나가기엔 여론이 너무 안 좋다. 정 의장도 출국하는 마당에 계속할 수는 없다. 이 대표도 원내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원외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 국감 파행 "우리만 X 됐네"…김영란법 '자택 만찬'

-여야 대치로 국감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가장 난감한 사람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부처 장관 및 기관장, 이하 담당 공무원 등입니다.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일부 상임위인 경우 국감을 진행하는데 이전 같으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속칭 '실드(방패)'를 쳐주지만, 오롯이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다 받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국감장 밖에서 "우리만 X 됐네"라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반말과 호통, 무안 주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감 기간 중인 지난달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전면시행되면서 공무원들도 바짝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도시락을 먹거나 1만 원 이하로 점심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의원들 역시 취재진을 만나면 '저희는 더치페이입니다!'를 강조했습니다.
-박지원 위원장은 시행 당일 오찬에선 "3만 원 이하로 꼼꼼히 계산해 (밥을) 먹었다"고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번 만찬에선 아내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옛날 방식대로 집으로 초청하는 것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모쪼록 여야가 이번 주말엔 대치를 풀고,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