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워킹맘' 신용현·김삼화 의원도 '듣기 싫은 말'
입력: 2016.09.15 05:00 / 수정: 2016.09.14 22:05

14~16일 추석을 앞두고 워킹맘들의 고충을 공감해보고자, 국민의당 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이자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신용현(오른쪽)·김삼화 의원./ 김삼화 페이스북
14~16일 추석을 앞두고 '워킹맘'들의 고충을 공감해보고자, 국민의당 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이자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신용현(오른쪽)·김삼화 의원./ 김삼화 페이스북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집에 엄마가 없어서 그래."

추석을 앞두고 최근 만난 신용현·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워킹맘'으로서 자녀를 키우며 이 한마디를 가장 마음 아팠고, 듣고 싶지 않았던 말로 꼽았다. 국회 내 '워킹맘'들이 모이면 흘러나오는 이야기 1순위는 '육아 전쟁'이다.

특히 여기자들과 여성 의원들은 오·만찬 때 둘러앉아 '일과 육아'를 주제로 이런저런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창 아이를 양육 중인 여기자들은 아이를 다 키운 의원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는 게 맞는 건지, 엄마로서 늘 미안하다"고 토로하고, 의원들은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때론 좋아요"라며 '육아팁(TIP)'을 귀띔하곤 한다.

'유리 천장'을 깨고 국회에 입성한 여성 의원들도 고충은 매한가지였다. 머리는 일터에 있지만, 마음 한편엔 늘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존재했다. 겉으론 '강한 엄마'였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2일 얼굴을 마주한 신용현 의원은 "친정이 다 서울에 있고, 저는 대전에 있어서 아주머니 손에 키웠어요. 아주머니가 못 오시는 날이면 굉장히 애를 먹었죠. 항상 우리 애한테 미안하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과학자의 삶을 걸어온 신 의원은 같은 직업을 가진 배우자와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뒀다. 지금은 장성해 한 가정의 가장이 됐지만, 신 의원도 하나뿐인 아들을 키울 땐 고민이 참 많았다고 했다.

12일 비대위원회의 직후 만난 신 의원(왼쪽 두 번째)은 긴급 상황 시 아이를 케어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직장 내 어린이집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신용현 페이스북
12일 비대위원회의 직후 만난 신 의원(왼쪽 두 번째)은 '긴급 상황' 시 아이를 '케어'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직장 내 어린이집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신용현 페이스북

"아이가 네 살 때 뇌막염으로 굉장히 아팠어요. 뇌 기능이 악화하니까 걷지도 못하고, 눈에도 초점이 안 맞는 거예요. 바이러스는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병문안을 온 분이 '엄마가 없어서 애가 참 안 됐다'고 위로할 땐, 정말 참 상처였죠."

그나마 '육아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은 남편과 '협업'이라고 신 의원은 말한다. 양육 기준을 두고 부부 간 다툼이 잦았기 때문이다. "저는 남편에게 '같은 일을 하는데 항상 내가 더 일을 많이 하잖아'라고 말하고, 남편은 '주변 친구들보다 나는 가정일을 많이 하는데, 나만큼 하는 사람 없더라'고 했죠. 제가 평생 후회를 하는 게 아이를 하나만 낳은 거에요. 제도가 잘 돼 있고, 누군가 도와줬더라면 하나 더 낳았을 텐데. 그래도 키우고 나니 워킹맘도 좋은 점이 있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30년 동안 변호사였던 김삼화 의원도 신 의원과 같은 마음이었다. 대학생인 두 아들을 둔 김 의원도 '육아와 일' 사이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지난 9일 이야기를 나눈 그는 "아이들이 한창 클 때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어요. 다행히 저는 시어머니께서 도움을 주셔서 일과 병행할 수 있었고, 아니었다면 무척 힘들어서 못했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변호 업무를 하면 저녁 약속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최대한 피하고 저녁 시간엔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했어요. 주말이면 아이 아버지와 함께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일정을 잡으려고 했죠"라면서 "특히 아이들 양육 과정에서 '엄마가 집에 없어서 잘못 컸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라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지난 9일 의원실에서 만난 김 의원은 일·가정 양립 제도를 위한 의정활동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삼화 페이스북
지난 9일 의원실에서 만난 김 의원은 "일·가정 양립 제도를 위한 의정활동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삼화 페이스북

때문에 두 사람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서 '워킹맘'의 고충을 정책으로 탈바꿈하고자 노력 중이다.

신 의원과 김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직후,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출산 전후 휴가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권고기준인 12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도 현행 3일에서 3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정책들도 많다. 신 의원은 "직장 내 어린이집' 확대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또한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시간 선택제' 도입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엔 재택근무를 한다든지 시간을 유연하게 쓴다면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고도 아이들 양육에 신경을 쓸 수 있어 훨씬 좋죠"라고 설명했다.

"모든 어머니들처럼 '가족'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는 김 의원 역시 '일·가정 양립'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가정양립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이를 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해요. 일시적으론 임신, 출산 등 때문에 회사에 손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주도적이고 열정적으로 본인의 일을 잘 해나가는 주역이잖아요. 여성의 역할이 점점 커질 거에요."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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