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김재수·조윤선 임명 강행과 '참된 벗'의 조건
입력: 2016.09.07 05:00 / 수정: 2016.09.07 09:45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지난 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조윤선(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열린 인사청문회장의 조 장관과 김 장관./배정한·문병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지난 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조윤선(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열린 인사청문회장의 조 장관과 김 장관./배정한·문병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벗'이란 마음이 서로 통하여 가깝게 사귀는 사람을 이른다.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로맹 롤랑은 "나와 뜻을 같이 할 사람 한둘이면 족하다"고 했다. '진정한 벗'을 가졌다면 성공한 인생이란 얘기다.

프랑스 유학파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고난'을 벗 삼으라고 했다. 사드 배치 파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사건으로 야당의 비판과 국민들의 정부 불신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18년 전에 이미 비슷한 표현을 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여읜 박 대통령이 18년 은둔 생활를 접고 정계에 본격 입문한 이듬해인 1998년 출판한 일기모음집 제목도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다.

그러나 고난을 '함께할 벗'들이 자꾸 도마에 올랐다. 취임 후 단행한 인사는 '실패'의 연속으로 점철됐다. 총리, 장관 후보자 등이 갖은 비위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그 중심엔 제대로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나홀로 수첩 인사'란 비판이 자리 잡았다.

임기 말, '돌려막기 인사'로 이제 그 수첩마저도 바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각 때마다 '썼던 사람을 자리만 달리해 또 쓰는' 임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개각 등 고위공직자에 등용되는 인물들 대부분이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신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단행한 인사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엔 제대로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나홀로 수첩 인사란 비판이 자리 잡았다./서울신문 제공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단행한 인사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엔 제대로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나홀로 수첩 인사'란 비판이 자리 잡았다./서울신문 제공

지난달 16일 개각 때도 2012년 박 대통령 대선 후보 수행 대변인에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조 장관이 '박 대통령의 여자'라 불리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후보자론 김재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국회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인 '인사청문회' 전후 조윤선·김재수 후보자를 둘러싸고 의혹이 하나둘 터졌다. 조 후보자는 '억대 씀씀이 논란'과 '큰딸 인턴 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고, 김 후보자는 직무 연관성과 연관한 '황제 전세''초저리 대출'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두 후보자는 지난달 31일·1일 각각 청문회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 정서에 반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해명이라고 하기엔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반쪽' 청문회 직후, 국회 교문위와 농해수위 등 각 상임위는 두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채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중국 순방 중인 지난 5일 '전자결재'로 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현행법상 국무총리·대법관·헌법재판관·감사원장과 달리 장관은 국회 임명동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서 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은폐 의혹'이 제기된 이철성 경찰청장 역시 야당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에도 박 대통령은 임명을 번복하지 않았다.

조윤선(왼쪽)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배정한 기자
조윤선(왼쪽)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배정한 기자

야당조차 이 같은 수순을 예견했다. 청문회장에서 "어차피 야당이 반대해도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을 정도였다. 청문회 직후 일부 취재진들의 입에서, 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상에선 "(국회 의견을 무시하고, 대통령 마음대로 장관을 임명할 거라면)이럴거면 청문회는 왜 했냐"며 질타가 쏟아졌다.

사실 장관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1월 노무현 정부 개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후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청문회법 개정을 촉구했고, 같은 해 6월 실현됐다. 10년 전, 그 의지는 이제 흔적을 찾기 힘들다.

일단 야권은 조 후보자를 제외한 "한놈만 팬다"는 전략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이른 시일 내에 제출키로 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옛말에 "임금은 아첨으로 눈을 멀게 만드는 신하를 멀리하고, 직언과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신하를 가까이 두라"고 했다. 고난을 벗 삼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대통령이 곁에 두어야 할 '참된 벗'은 '민의'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