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밀리면 끝' 여야, 주도권 잡기 '강 대 강' 대치로 멈춘 국회
입력: 2016.09.02 05:00 / 수정: 2016.09.02 09:46

1일 국회 개원식이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이 사드반대·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지지 등 개회사를 발표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1일 국회 개원식이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이 사드반대·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지지 등 개회사를 발표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20대 첫 정기국회가 시작과 함께 멈춰 섰다. 여야가 여소야대로 재편된 이번 20대 국회에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를 벌이면서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여소야대' 구도에 더는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 더불어민주당은 '실리'를 챙기는 제1야당,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중재자'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각 당의 정략적 계산이 깔렸다.

새누리당은 1일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사드 반대·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지지 등 개회사를 발표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오후 9시까지 사과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 없이 이야기한 것"이라고 새누리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개회사에 대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추후 논의하고 시급한 현안처리를 하자"고 했고, 여야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 1차戰, '추경'부터 '삐걱'…與 '아뿔싸'

여야는 지난달 22일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원내대표간 합의했지만,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 예산 등을 이유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합의에 이르렀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새누리당 이장우(왼쪽), 이은재 의원./문병희 기자
여야는 지난달 22일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원내대표간 합의했지만,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 예산 등을 이유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합의에 이르렀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새누리당 이장우(왼쪽), 이은재 의원./문병희 기자

여야의 1차전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상이었다. 정기국회 시작 전부터 여야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여소야대라는 정치지형을 일차적으로 실감했다. 여야는 지난달 22일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원내대표 간 합의했지만,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합의에 이르렀다.

야당은 지난달 29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지난해 세제 잉여금(수납된 세입액에서 지출된 세출 액을 차감한 잔액) 1조 2000억 원 가운데 6000억 원을 지방교육채무 상환 용도로 사용하는 안을 단독 표결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가습기특위 청문회를 제외한 정무위·안행위 등 모든 상임위의 일정을 중단시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오전 의총에서 "야당의 행태는 폭거다. 우리 당은 절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아마 새누리당이 받을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라고 야당을 비판하며 주도권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추경협상은 예결위로 공이 넘어왔지만 진통은 계속됐고, 여야 간사는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은 브리핑에서 "여야는 교육시설 개보수 예산 2000억 원 및 복지예산 1500여억 원을 각각 증액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자신들이 제시했던 기준(교육시설 예비비 한도 2000억 원)을 끝까지 지켜내는 대신 야당은 복지 예산을 1400억 원가량을 추가로 얻어낸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당은 '명분'을 챙기고, 야당은 '실리'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 2차戰, 정 의장 vs 與…강 대 강 '정면대결' 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가 야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며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사진은 1일 오후 본회의 퇴장 후 긴급 의원총회 중인 새누리당 의원들./국회=이새롬 기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가 야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며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사진은 1일 오후 본회의 퇴장 후 긴급 의원총회 중인 새누리당 의원들./국회=이새롬 기자

가까스로 마련된 추경안이 통과되나 싶더니, 정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으로 여야의 2차전이 시작됐다. 여당은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비롯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거취, 사드 배치 등 발언을 두고 "여권에 대한 전쟁선포"라고 규정,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채택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주도권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개회사에 반발, 전원 본회의장을 퇴장한 뒤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정현 대표는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고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이러한 도발은 있을 수가 없다. 1년 반 남은 박근혜 정부를 무력화시키겠단 것"이라면서 "정말 비장한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그동안 선배들이 쌓아온 의회주의를 무너뜨릴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부터 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때까지 향후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영부영 넘어가서는 집권 여당으로서의 본분과 책무를 이뤄낼 수 없다"면서 의원들의 의지를 단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국회의장실에서 정 의장을 만나 개회사 논란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에게 엄중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까지 (정 의장이)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으면 우리가 그다음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2일로 연기됐고, 김용덕 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파행됐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도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야의 주도권 싸움이 어떻게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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