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기국회 개회 첫날 丁 의장 발언 '충돌'...본회의 '파행'
입력: 2016.09.01 17:51 / 수정: 2016.09.02 07:58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식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에 불만을 표출하며 항의를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식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에 불만을 표출하며 항의를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여야가 20대 정기국회 개회일인 1일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를 놓고 충돌하면서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문제를 지적하며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 신설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사실상 야당의 입장에 있다며 반발했고 급기야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문제가 된 정 의장의 개회사를 보면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국민의 공복(公僕)인 고위공직자,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 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자리"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은 실질적으로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최근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부정과 부패를 보면서 이제 더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장은 또 여전히 논란이 되는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입장도 내놓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일 20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저는 최근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부정과 부패를 보면서 이제 더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배정한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1일 20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저는 최근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부정과 부패를 보면서 이제 더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배정한 기자

그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 주변 국과의 관계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 그런 과정이 생략됨으로 해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공수처 신설과 사드 배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집단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발언의 문제를 지적하며 본회의장을 떠나 긴급 최고의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내년 대선에 본인이 나가든 자기가 과거에 소속된 정당이 집권하게 할 순전히 그야말로 대권병, 완전히 이건 대권병 이외에 다른 거로 해석이 될 수 없는 아주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런 헌정 사상 초유의 이런 국회의장의 도발은 있을 수가 없다"며 "이건 정상적인 상태 아래에서 어떤 누구도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권병이 깊어도 아주 중증의 깊은 대권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의도 없이 저런 일을 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정 의장의 발언을 지적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리가 함께 목도한 일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며 "국회의장도 정견 있을 수 있다. 정견은 국회의장석에서 나오는 건 중립적이어야. 그게 의장 본분이고 의무이다. 본분 망각한 채 편향된 야당 당론 흡사한 중립적이지 못한 공식 발언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걸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식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에 불만을 표출하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식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에 불만을 표출하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이어 "아무리 국회의장의 권위를 인정하고 원만한 운영 위해서 닥쳐있는 화급한 의사일정 처리 위해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안 등 처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퇴장한 것에 더불어민주당은 "정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를 민생국회로 명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새누리당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가 정부여당의 형식적 들러리나 무기력한 반대가 아닌,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롯한 정부정책의 비판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 의장의 개회사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합의한 추경안을 비롯한 2015년도 결산안 심의 등 산적한 과제를 내팽개친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심스럽다. 어제 있었던 교문위 인사청문회 여당 불참사태까지 목도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이제 본격적으로 야당 연습하냐'는 힐난마저 있는 마당이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분명히 상기시켜 드린다. 국정운영과 국회운영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제1당, 집권여당이다. 청와대의 심기가 아닌 국민의 심기를 살펴라. 즉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 의장은 사드 배치 발언 논란과 관련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민의 수렴과 주변국과의 관계변화에 대한 고려 등이 부족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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