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막장' 조윤선 청문회, 한 사람만 웃었다?
입력: 2016.09.01 05:00 / 수정: 2016.09.01 10:52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여야가 막말과 고성으로 야당 단독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국회 교문회 인사청문회에 대기 중인 조 후보자./국회=문병희 기자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여야가 막말과 고성으로 야당 단독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국회 교문회 인사청문회에 대기 중인 조 후보자./국회=문병희 기자

[더팩트 | 국회=오경희 기자] 허탈한 웃음만 남는 청문회였다. 지난달 31일 열린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이날 오전 9시 56분께 조 후보자가 청문회장으로 들어섰다. 뒤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교문위 소속 의원들 중 가장 먼저 출석했고, 10여분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자리했다. 조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이때까지만해도 조 후보자는 자신이 대기석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할 신세라는 것을 알았을까.

반면 여당 의원석은 텅 비었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무슨 천재지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못하는 이유가 뭐냐"며 청문회 개의를 촉구했고, 유성엽 위원장(국민의당)은 "두 당 간사가 갔고, 새누리당 의원들께서 '협의'할 사항이 있어서 늦어지는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교문위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불참하며 오전 내내 파행을 거듭했다. 사진은 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국회 교문위 인사청문회의장. /문병희 기자
지난달 31일 국회 교문위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불참하며 오전 내내 파행을 거듭했다. 사진은 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국회 교문위 인사청문회의장. /문병희 기자

새누리당은 청문회를 앞둔 시각, 지난달 29일 야당이 교문위 소관 추경안(지방교육채 상환 예산 6000억 원)을 단독 표결처리 한 것에 대해 '법률적 위법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와 관련 없는 사안을 왜 이제서야 의논하느냐"고 반발했다.

'5분, 10분….' 청문회가 지체되자 유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3분 내 출석'을 못 박았고, 새누리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이 10시 36분께 등장해 "협박하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의 예정시각에서 '55분'여가 흐를 동안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유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지난번도 1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하고 아주 버릇이야 버릇"이라며 개의를 선언했다.

'막장 드라마'는 개의 후 펼쳐졌다. 청문회장에 들어선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 위원장의 지난달 29일 교문위 회의와 이날 청문회 진행 방식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사퇴까지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을 향해 "멍텅구리들"이라고 발언했고, 손혜원 더민주 의원이 "닥치세요"라고 응수하며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손 의원은 오후 속개한 회의에선 과한 표현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국회 교문위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이장우, 이은재 의원(왼쪽부터)./문병희 기자
사진은 지난달 31일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국회 교문위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이장우, 이은재 의원(왼쪽부터)./문병희 기자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를 지목하며 "(야당이) 이렇게 진행해도 되요? 이게 새로운 정치에요?"라고 따져 물었고, 신동근 더민주 의원은 "왜, 엉뚱한 사람한테 얘기하냐"며 맞섰다. 갑작스레 공격을 받은 안 전 대표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당황한 그는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보다 못한 유 위원장은 조 후보자에게 선서를 하도록 해 청문회를 강행하려 했으나, 이장우 의원은 '헌법'을 열변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여야 의원 간 대립은 계속됐다. 한 편의 '봉숭아학당'을 연상케 한 상황 속에서 조 후보자는 그저 하릴없이 청문회 준비자료를 뒤적이고 또 뒤적일뿐이었다.

두 시간을 '허비'한 끝에 유 위원장은 오전 11시 58분께 정회를 선언한 뒤 오후 2시 청문회를 속개하기로 했다. 후보자를 검증할 반나절을 그냥 보낸 셈이다.

그러나 청문회는 '반쪽'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2시 46분께까지도 오전 입장을 고수하며 '보이콧'했고, 유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회의 거부에 대해 유감"이라며 야당 단독 진행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지 16년 만의 일이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31일 국회 교문위에서 열린 가운데 오후 2시 46분께가 되서야 조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오경희 기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31일 국회 교문위에서 열린 가운데 오후 2시 46분께가 되서야 조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오경희 기자

약 5시간 만에 조 후보자는 선서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야당은 조 후보자 검증에 나섰다. 앞서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던 만큼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오전 공방전으로 체력을 소모했던 걸까. 기대는 곧 무너졌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 2013년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 당시 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조 후보자 부부의 재산 내역과 자질 및 역사관 등에 국한된 추궁에 집중했고, '허'를 찌르는 '한방'은 없었다. 무엇보다 공격수(야당)만 있고, 수비수(여당)가 빠져 야당 의원과 후보자 간 '질의응답 시간'에 그쳤다.

오히려 조 후보자의 처세가 눈길을 끌었다. 이미 한차례 청문회를 거쳤던 경험때문인지 그는 침착했고 의원들이 질의할 때마다 "의원님, 제가 설명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되묻고, 조곤조곤 질의의 맹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자신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의원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검토하겠습니다"라며 수긍했다. 사실관계를 물으면 "네, 아니요"라고 답변했다. 다만 '건국절 논란'과 '위안부 한일 합의' 등 정부와 연계된 쟁점 사항에 대해선 다소 두루뭉술한 답변을 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교문위에서 인사청문회가 정회 되자 자리를 뜨는 조윤선 후보자./문병희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교문위에서 인사청문회가 정회 되자 자리를 뜨는 조윤선 후보자./문병희 기자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청문회는 이날 밤 11시께 마무리했고, 교문위는 1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국회에 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구할 수 있고, 이 기간까지도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언제든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조 후보자의 '억대 씀씀이 논란'과 관련해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청문회에서 "어차피 인사청문회 후 야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통령은 임명을 감행할 거고요. 장관이 되시면 오해를 받거나, 불명예스러운 부분을 털고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장관이 직원들에게 떳떳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폭 개각을 단행해 조 후보자를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했고, 그는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전임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 두 번이나 장관에 오르게 된다.

조 후보자는 2014년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때 그의 부인 펑리위안과 동행하는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은 뒤 '박 대통령의 여자'라는 별칭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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