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좌고우면' 손학규, 기다리다 지치겠네
입력: 2016.08.30 05:50 / 수정: 2016.08.30 05:50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선을 1년 4개월여 앞두고도 진로를 명확히 하지 않아 주위 애를 태우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다산 정약용 선생 서세 180주기 묘제에 참석한 손 전 고문. /남윤호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선을 1년 4개월여 앞두고도 진로를 명확히 하지 않아 주위 애를 태우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다산 정약용 선생 서세 180주기 묘제에 참석한 손 전 고문.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이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니 손 전 고문을 향한 러브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손 전 고문을 향한 러브콜은 최근의 현상만 아니다. 이미 오래됐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을 찾아 힘을 보태달라고 구애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번번이 즉답을 피하며 자신의 측근들을 직접 찾거나 우회적으로 지지했을 뿐 어느 당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사실상 정계를 은퇴, 전남 강진 다산초당 인근 토담집에서 칩거를 시작했다. 이후 야권은 선거 등이 있을 때마다 손 전 고문을 찾았지만, 그는 정계에 돌아갈 시기가 아니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손 전 고문은 지난 4·13 총선 이후 정계 복귀 뜻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했다. 대외활동도 많아졌다. 정치권과 만나는 횟수도 늘어났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손 전 고문의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관측에도 손 전 고문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2시간 동안 반주를 곁들여 비공개 단독 만찬회동을 했다./더팩트DB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2시간 동안 반주를 곁들여 비공개 단독 만찬회동을 했다./더팩트DB

이런 손 전 고문의 모호한 태도가 문제다. 더민주를 만날 때도 국민의당을 만날 때도 원론적이거나 정치권의 문제를 지적만 할 뿐이다. 강진으로 내려간 직후라면 충분히 이해 된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간 손 전 고문의 태도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볼 때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라는 짜증이 날 정도다.

흔히 '간 본다'는 말이 있는데 손 전 고문의 지금 태도가 딱 그렇게 보인다. 우유부단한 그의 처신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손 전 고문의 자세에서 국민은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는 사람으로 볼까, 아니면 현안을 꿰뚫는 해안을 가진 정치인으로 볼까. 후자였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다.

항간에는 손 전 고문의 태도를 볼 때 더민주도 국민의당도 아닌 제3지대에서 머무르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온다. 제3지대는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기도 한다. 정가에서 제3지대론이 나오는 것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새 지도부가 친박계와 친문계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대권을 위해 양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들이 제3지대에서 세력을 모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새판짜기'를 말한 손 전 고문의 의중도 제3지대 세력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해석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전남 강진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손 전 고문. /문병희 기자
손 전 고문은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전남 강진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손 전 고문. /문병희 기자

물론 손 전 고문이 더민주로 가기도, 그렇다고 국민의당으로 가기도 애매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친 정치 거물 손 전 고문이 돌파하지 못할 부분도 아니지 않나 싶다.

과거 손 전 고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말했을 때만 해도 그의 정치 비전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와 같은 뭉뚱그린 말은 국민에게 '나를 지켜봐 주시오'라는 희망 고문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손학규라는 정치 거물이라면 제3지대가 아닌 더민주나 국민의당에서 대선 주자들과 경쟁하고 정치적 비전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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