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선을 1년 4개월여 앞두고도 진로를 명확히 하지 않아 주위 애를 태우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다산 정약용 선생 서세 180주기 묘제에 참석한 손 전 고문.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이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니 손 전 고문을 향한 러브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손 전 고문을 향한 러브콜은 최근의 현상만 아니다. 이미 오래됐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을 찾아 힘을 보태달라고 구애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번번이 즉답을 피하며 자신의 측근들을 직접 찾거나 우회적으로 지지했을 뿐 어느 당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사실상 정계를 은퇴, 전남 강진 다산초당 인근 토담집에서 칩거를 시작했다. 이후 야권은 선거 등이 있을 때마다 손 전 고문을 찾았지만, 그는 정계에 돌아갈 시기가 아니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손 전 고문은 지난 4·13 총선 이후 정계 복귀 뜻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했다. 대외활동도 많아졌다. 정치권과 만나는 횟수도 늘어났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손 전 고문의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관측에도 손 전 고문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2시간 동안 반주를 곁들여 비공개 단독 만찬회동을 했다./더팩트DB |
이런 손 전 고문의 모호한 태도가 문제다. 더민주를 만날 때도 국민의당을 만날 때도 원론적이거나 정치권의 문제를 지적만 할 뿐이다. 강진으로 내려간 직후라면 충분히 이해 된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간 손 전 고문의 태도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볼 때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라는 짜증이 날 정도다.
흔히 '간 본다'는 말이 있는데 손 전 고문의 지금 태도가 딱 그렇게 보인다. 우유부단한 그의 처신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손 전 고문의 자세에서 국민은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는 사람으로 볼까, 아니면 현안을 꿰뚫는 해안을 가진 정치인으로 볼까. 후자였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다.
항간에는 손 전 고문의 태도를 볼 때 더민주도 국민의당도 아닌 제3지대에서 머무르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온다. 제3지대는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기도 한다. 정가에서 제3지대론이 나오는 것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새 지도부가 친박계와 친문계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대권을 위해 양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들이 제3지대에서 세력을 모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새판짜기'를 말한 손 전 고문의 의중도 제3지대 세력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해석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전남 강진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손 전 고문. /문병희 기자 |
물론 손 전 고문이 더민주로 가기도, 그렇다고 국민의당으로 가기도 애매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친 정치 거물 손 전 고문이 돌파하지 못할 부분도 아니지 않나 싶다.
과거 손 전 고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말했을 때만 해도 그의 정치 비전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와 같은 뭉뚱그린 말은 국민에게 '나를 지켜봐 주시오'라는 희망 고문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손학규라는 정치 거물이라면 제3지대가 아닌 더민주나 국민의당에서 대선 주자들과 경쟁하고 정치적 비전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