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들도 카니발 등 승합차와 대형차를 선호하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 10일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배정한 기자 |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지난 10일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차량에 올라 유세기간 들고 다니던 빨간색 배낭을 '나의 비서'라며 들어보였습니다. 상대 후보와 달리 전국을 돌며 '나홀로 유세'를 다녔던 이 대표였기에 전대 승리 비결을 입증하는 듯한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배낭 보다 눈길을 끈 것은 이 대표의 차량이었습니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때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했을 당시 이 대표는 후줄근한 동네 아저씨같은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혼자 지역을 누볐습니다. 그 결과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 여당 깃발을 꽂았습니다. 4·13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즉, 전대 이전까지만해도 그의 애마는 두발자전거였습니다.
당 대표에 오른 뒤엔 달라진 지위 따라 카니발로 갈아탔습니다.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밴 차종인 기아차의 배기량 2000cc 이상의 '카니발'은 19대 국회에서도 '대세' 차량이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카니발을 탔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같은 차종을 선택했습니다. 2015년 국회의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유 차량 중 카니발이 단일 모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대표가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당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했을 때와 지난 4·13 총선 당시 자전거를 타고 홀로 유세를 다니는 장면./이정현 페이스북 |
왜, 카니발일까요? 카니발과 같은 승합차가 '의원님 차'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실용성'을 우선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지역구를 돌아보고 입법하기에 바쁜 국회의원 업무의 특성상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 넓고 편리한 승합차량이 이점을 갖기 때문입니다. '카니발'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 시 버스전용차선(9~11인승 기준, 6인 이상 탑승 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넓은 차량내부를 갖추고 있어 이동할 때 편리하다는 점도 승합차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카니발과 같은 승합차의 약진에도 고급 대형 승용차인 '에쿠스·제네시스·그랜저(현대자동차)', '체어맨(쌍용차)' 등 역대 국회에서 강세였던 '의원님 차'의 계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노컷뉴스'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에 등록한 292대의 의원 차량 중 대형차(2000cc 이상)는 271대였고, 그 중에서도 5명은 배기량 4000cc 이상인 차량을 타고 있었으며 또 2명은 해외에서 수입한 메르세데스 벤츠 E300, GM대우 임팔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무성(왼쪽) 전 새누리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9대 국회 당시 카니발을 탔다./더팩트DB |
'차량'은 국회의원들의 '발'입니다. 그러나 약 3000만 원을 호가하는 차량을 타야만 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금배지의 '품격'과 '예우' 때문인가요. 대형차량은 주유비도 참 많이 든다던데요. 각설하고, 국민 눈높이에선 '좋은 차'를 타는 만큼, 국민을 위해 더 멀리, 더 많이 달렸으면 합니다. 그러나, '협치' 대신 '대치'를 보여준 20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