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청와대 '송로버섯' 오찬 논란의 본질
입력: 2016.08.16 05:00 / 수정: 2016.08.16 13:39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송로버섯, 캐비어 등이 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이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송로버섯, 캐비어 등이 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이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 /청와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금 항아리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대에서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이 눈물 흘리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하는 소리 높더라!'

우리나라 고전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사또 변학도가 주최한 잔칫상에서 읊은 시다. 이몽룡의 이 시를 들은 관리들은 혼비백산하고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장면이 이어진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춘향전>을 통해 많이 본 장면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청와대 '송로버섯' 오찬 소식을 들으며 이몽룡의 이 시가 떠올랐다. 요즘 이 송로버섯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질 당시 식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도부에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의 핵심이 될 이 대표를 위해 그야말로 '산해진미'를 대접했다.

오찬 음식 내용을 보면 물냉면과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 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찜, 능성어찜, 한우 갈비 등이다. 냉면과 능성어 찜은 이 대표의 취향과 호남 출신인 점이 고려된 메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우용 교수 트위터 갈무리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우용 교수 트위터 갈무리

이날 오찬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25분간 독대하기도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찬 이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인하를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오찬에 나온 음식 때문이다. '송로버섯' '캐비어' 등 값비싼 식재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날 오찬에는 세계 3대 식재(송로버섯, 푸아그라, 캐비아) 중 두 가지나 식탁에 올랐다.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선 시대 임금도 가뭄, 혹서 등으로 백성이 고생할 땐 '감선령'을 내렸다. 임금 밥상에 올리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라며 "고통을 분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백성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조선 시대 임금도 알았다"고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오찬 식탁을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SNS를 통해 이번 오찬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의 비난은 "국민은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도 맘대로 틀지 못하는 데 국민 혈세로..."라는 지적이다. 국민 정서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모습에 분노한 것이다.

초호화 오찬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지난 14일 송로버섯 등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청와대
'초호화 오찬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지난 14일 "송로버섯 등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청와대

논란이 확산되자 식재 가격까지 거론되며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다. 오찬에 오른 송로버섯은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시중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국 윈난 성 송로버섯 50g을 기준으로 하면 5만6000원, 100g이면 11만2000원, 1kg이면 112만 원 정도로 판매될 정도로 고가다. '초호화 오찬 논란'이 계속 되자 청와대는 지난 14일 "송로버섯 등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송로버섯'을 먹으며 전기요금 누진제 인하를 논했다는 국민의 비난을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된다.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은 그런데도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 혈세가 '송로버섯' 오찬에 쓰였으니 고된 삶을 사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어떤 왕보다 애민(愛民)의 마음이 깊었다.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고 말했을 정도로 백성을 사랑했다. 국민은 정조의 애민 마음까지 바라지 않는다. 다만, 국민이 얼마나 힘든지 좀 생각해 달라는 것 뿐이다. 언제까지 국민은 세금을 아까워해야 할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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