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정의당의 '메갈리아' 논란과 양성 차별
입력: 2016.08.02 05:00 / 수정: 2016.08.01 21:10

정의당은 최근 한 게임업체가 남혐(남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성우 교체에 관해 성우 옹호 논평을 냈다가 당원 탈당으로 이어지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팩트DB
정의당은 최근 한 게임업체가 '남혐'(남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성우 교체에 관해 '성우 옹호' 논평을 냈다가 당원 탈당으로 이어지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지금 우리는 남녀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린 남녀평등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고 본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법 앞에 평등한 것을 명기하고 있다.

법 앞에 평등하다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녀불평등은 존재한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엔 남녀의 인식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성이 말하는 페미니즘(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에 많은 남성은 단순하게 성(Sex)의 문제로만 보는 경우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성(Sex)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성(Gender)으로까지 볼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의 임금 차별, 승진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하는 남녀평등 문제는 '남녀혐오'로 변질된 느낌이 있다. 혐오는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제거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정서'인데,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점차 확산, 굳어지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다.

한 게임업체 성우가 소녀는 왕자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교체됐다. 정의당은 성우를 옹호하는 논평을 냈고, 일부 당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문제가 된 메갈리아 티셔츠. /트위터 갈무리
한 게임업체 성우가 '소녀는 왕자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교체됐다. 정의당은 성우를 옹호하는 논평을 냈고, 일부 당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문제가 된 메갈리아 티셔츠. /트위터 갈무리

이런 가운데 이 혐오의 문제가 정치권에도 불어 닥쳤다. 이른바 '정의당 메갈리아 티셔츠' 논란이다. 논란의 시작은 정의당의 논평에서 비롯했다. 정의당은 최근 한 게임업체가 '남혐'(남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성우를 교체한 것에 관해 '성우 옹호' 논평을 냈다. 그러자 일부 당원들이 탈당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정의당은 상무위 차원에서 논평 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당원들과 대화의 장을 열고 내부 공론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일 PBC 라디오에 출연, "메갈리아 반대와 친메갈리아로 나뉘어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우리 사회가 성평등 의식을 높이고 양성차별을 해소하는, 더 나은 사회로 나가는 과정의 진통"이라며 "정당이라는 조직이 어느 한쪽에 확실하게 서는 것이 전혀 사태를 해결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성차별 문제를 극복해내는,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서 당내의 논의가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당이 앞장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메갈리아 티셔즈 논란에 휩싸였다. 1일 현재 정의당 누리집 당원게시판에는 탈당과 함께 당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누리집 갈무리
정의당이 메갈리아 티셔즈 논란에 휩싸였다. 1일 현재 정의당 누리집 당원게시판에는 탈당과 함께 당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누리집 갈무리

논란이 되는 메갈리아는 2015년 6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연대해 웹사이트 '메갈리아'를 만들었다. 메갈리아는 디시인사이드 내 '메르스 갤러리'와 노르웨이 여성주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이후 메갈리아는 여혐 남성들을 향해 '한남충' '갓양남' 등 이른바 '미러링'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메갈리아의 이런 반응은 과거부터 여성들이 당해왔던 폭언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자 분노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드려 패야 한다'는 과거부터 이어진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고려해도 이번 정의당 메갈리아 논란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양성차별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점이다. 정당이 어떤 성(Sex)을 대변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면에서 노 원내대표의 발언에 동감한다.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남녀 혐오 문제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 자리한 불평등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차별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고도 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사회적 변화를 꾀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녀 혐오는 인신공격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배척을 심화한 남녀대결 측면이 강하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의 논쟁이 양성차별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정의당으로부터 촉발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남녀혐오가 아닌 진정한 차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