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정기 휴가(7월 말~8월 초) 시즌, 정치권 인사들도 여름 휴가를 떠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임세준 인턴기자, 김무성·탁현민·안철수 페이스북 |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정치권 인사들도 '여름 휴가'를 떠난다. 지친 심신을 다스리고 하반기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대선 후보들은 '대권 구상'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일부는 각종 현안이 쌓인 데다, '비상 사태'라는 이유로 '조용한 휴식'을 택하기도 한다.
<더팩트>는 일반인들의 하계 정기 휴가(7월 말~8월 초, 광복절 이후 8월 셋째주) 시즌 여의도 사람들의 '여름을 나는 법'을 들여다 봤다.
◆ '잠룡 감별사' 할배들의 '여름 휴가'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8월 첫째주 여름 휴가를 떠난다./임세준 인턴기자 |
'비상대권'을 틀어쥔 두 '할배'도 여름나기에 돌입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이야기다. 김 대표는 1940년 생, 박 위원장은 1942년 생으로 '희수'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두 당이 '비상사태'를 겪어 '구원 등판' 했다. 두 사람은 2017년 야권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킹메이커'인 만큼 여름 휴가동안 정국 구상을 하면서 '잠룡 감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대표는 8월 초에 일주일 가량 휴가를 떠난다. 김 대표는 아내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읽고 싶은 책' 16권의 리스트를 만들어 '독서 휴가'를 즐길 것으로 알려졌다. 16권 가운데 이미 '구글의 미래(토머스 슐츠)' '허수아비춤(조정래)' '2막의 멘탈(오영철)' '인상수업(법륜)' 등의 책을 사놓았다고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여름 휴가를 반납, 당 안정에 힘쓸 예정이다./임세준 인턴기자 |
박 위원장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당이 평지풍파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당내 현안도 산적한 만큼 현재를 '비상사태'로 간주하고 별다른 휴가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의 측근은 "따로 휴가는 안 간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맘편히 휴가를 가겠나. 가더라도 제대로 쉴 수나 있겠나. 당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모두 그렇다"고 밝혔다. 다만 20대 국회 시작 직후부터 비대위원장을 맡을 때까지 1시간 단위로 촘촘했던 일정을 느슨하게 잡고, 머리를 식히는 모양새다.
본격 여름시즌이 지나면 두 '할배'는 킹메이커로서 나름대로 대권 가도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기 위해선 최고통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평소 당의 간판인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 외 여러 대선 주자들이 경쟁해 대권 가도를 꾸려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해 온 만큼 머릿속 구상을 구체화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전남 강진에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에게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 12일 취재진과 만찬에서 "때가 되면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공부하고, 투어 떠나고' 바쁜 잠룡들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배낭 투어'를 떠날 예정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ㅈ난달 한달간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 대표는 휴가를 반납하고 민생 행보에 나선다./김무성, 탁현민, 안철수 페이스북 갈무리 |
19대 대선은 내년 12월 20일이다. 1년 남짓 남은 대선을 앞둔 잠룡들에게 올해 여름은 기회의 시간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선 직전 년도의 여름 휴가는 알찼다. 수시로 국민과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6년 낙동강 하류에서 경기도 한강 하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민생체험 활동을 하며 '대운하 건설' 구상을 구체화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0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독서를 하며 대권 가도를 구상했으며, 휴가 기간 SNS(사회관계망시스템)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친근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19주 동안 차기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다 4·13 총선 참패 후부터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한동안 '잠행 모드'를 이어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배낭 투어'에 나선다. 동행하는 의원은 없으며 최소한의 비서진과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잠을 잘 계획이다.
이번 '배낭 투어'는 전국을 돌며 국민과 스킨십을 강화해 급락한 대권 잠룡의 존재감을 끌어올리겠단 복안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달 말부터 깊게 공감한 '동반성장론' 실천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초청 조찬 강연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특강에 연이어 참석한 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게 양극화 해소에 이바지하는 길이고 동반성장이다. 저도 올여름 휴가는 국내에서 보낼 생각이다. 두 딸 부부, 손자들과 해운대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8대 대선 직전 년도 여름 휴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수박을 먹는 '셀카'를 트위터에 올리며 국민과 소통했다./박근혜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
문재인 전 대표는 일찌감치 약 한달 간 히말라야 트래킹 투어를 마치고 지난 9일 귀국했다. 8·27 전당대회까지는 가급적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생 행보'는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세월호 수색작업 후유증에 시달리다 숨진 고 김관홍 잠수사의 유족을 만나 위로했으며, 히말라야 여행 후기 등에 대한 저서 집필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따로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일 해외 출국과 휴가 계획을 묻자 "(해외 출국) 계획이 없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나 보다"라고 답했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후폭풍으로 당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한 데다, '반성의 기간'이라는 점에서 휴가를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의원회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중국어 과외를 받으며 국회 교문위원회 등 현안을 챙기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강연 정치'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미 초중고교 등 교육현장 40여 곳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민생 현장 스킨십을 늘이고 있다. 지난 19일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청소년수련관에서 200명을 상대로 '알파고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로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