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윤상현·우병우 파문, "배후를 찾아라"
입력: 2016.07.23 05:00 / 수정: 2016.07.23 07:52

최근 정부여당이 최경환·윤상현(왼쪽)·현기환 등 친박계 핵심 인사의 4·13 공천 개입 의혹과 현 정부 비선실세인 우병우(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의 갖은 비위 의혹 등 연일 악재의 수렁에 빠졌다. /더팩트DB·서울신문 제공
최근 정부여당이 '최경환·윤상현(왼쪽)·현기환' 등 친박계 핵심 인사의 '4·13 공천 개입 의혹'과 현 정부 비선실세인 우병우(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의 갖은 비위 의혹 등 연일 악재의 수렁에 빠졌다. /더팩트DB·서울신문 제공

본디 '배후'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지난 18일 불거진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의 '4·13 공천 개입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진경준 게이트 연루 의혹' 등을 두고 정치권에선 '배후론'이 제기됐습니다. '누가, 왜, 지금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나?'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이철영·임영무·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가 참석했고, 명재곤 부국장과 박종권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가십 모음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오경희 기자] 정부·여당이 최근 연이은 악재로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친박 핵심' 최경환·윤상현 의원에 이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 출마를 선언한 김성회 전 의원의 지역구 변경을 종용한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또,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꼽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이 한날 동시에 터졌습니다.

이번 녹취록 파문을 놓고 '배후'에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저절로 나지 않으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는 지난 19~20일 이틀간 '뜨거운 감자'인 사드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했지만, 공전만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그 현장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 '녹취록 파문' 與 '암투 후 휴전?'

친박계의 공천 개입 의혹 이후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서청원(오른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음습한 공작정치라고 배후론을 제기했다. 서 의원이 제기한 배후론에 관해 정가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영무 기자
'친박계의 공천 개입 의혹' 이후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서청원(오른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음습한 공작정치"라고 배후론을 제기했다. 서 의원이 제기한 배후론에 관해 정가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영무 기자

-새누리당은 친박계의 공천 개입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연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의혹 당사자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서청원 의원은 '배후설'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요.

-애초 친박계에서 오는 8·9 전당대회 당권 주자로 서 의원을 내세우려 했습니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서 의원은 문제의 녹취록이 공개되자마자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며칠 뒤엔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공작정치'. 배후론을 정면 제기한 것으로 해석됐는데요. 그렇다면 지금 단순하게 드러난 구도로만 보면, 서 의원이 겨냥한 배후는 누가 있을까요? '비박(비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로 추측되고 있습니다만, 김 전 대표 측에선 펄쩍 뛸 소리겠죠? 어찌 됐든 김 전 대표는 지금 당내 혼돈을 뒤로하고 8월 한 달간 민심을 경청하고자 전국 배낭여행에 나설 예정입니다.

-배후가 김 전 대표가 맞든 아니든, 주목할 점은 서 의원을 공격한 쪽은 성공(불출마)했다는 것이고, 여당 자체적으로 이 논란에 불씨를 더 지피지 않는 것은 암묵적인 휴전이나 냉전 상태로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습니다. 전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굳이 당내 계파 갈등을 노골화할 필요가 있겠냐 하는 계산이 깔린 거죠.

-그냥 하는 얘기지만, 녹취록을 보면 3선의 윤상현 의원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하는데 정말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깊은 건지, 공격하는 쪽의 주장처럼 '대통령 팔이'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네요.

◆ '靑 실세' 우병우의 선택은?

정부여당의 연이은 악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연이은 악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녹취록 파문도 여권을 강타했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의 '진경준 게이트 연루 의혹'도 못지않습니다. 대통령의 뜻이 잘 통하지 않는 임기 말의 상황, 즉 조기 레임덕이라고 봐야 할까요?

-우 수석이 넥슨으로부터 비(非)상장주 1만 주를 뇌물로 받아 126억 원의 대박을 친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봐주기 검증'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못해 수십억의 가산세를 물어야 했던 우 수석 처가의 보유 부동산을 넥슨이 고가에 사줬다는 의혹, 부인 등 처가 식구들이 보유한 땅이 농지법을 위반한 의혹 등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 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길 바란다"며 우 수석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우 수석이 실세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우병우 사태'의 초점은 아직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민정라인을 보수언론(세력)이 건드린 이유에도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앞서 말한 레임덕을 감지했기 때문에 선제로 선 긋기에 나선 것인지, 또 다른 세력의 암투인지는 두고 볼 일인 것 같습니다.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선 누가 이길까, 누가 진실일까가 궁금한 거죠.

-결국, 키는 우 수석이 쥐고 있습니다. 꼬리를 말 것이냐, 꼬리를 세울 것이냐. 우 수석을 향한 사퇴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번 주말이 우 수석의 거취를 가를 고비로 보고 있습니다. 제2의 전선이 형성될지, 청와대의 결정과 레임덕, 여당의 전대 등이 어떤 상관관계로 흐름을 이룰지 하한 정국의 중요 포인트 같습니다.

◆ 여야, 사드 '공전'…정치인式 유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9~20일 국회에서 열린 사드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더팩트DB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9~20일 국회에서 열린 사드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더팩트DB

-야심 차게 시작한 사드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여야는 평행선만 달렸습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동상이몽만 반복했습니다. 실제 지난 19~20일 이틀간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기존의 사드 찬반론과 군사적 효용성 및 외교 마찰 우려 등 논의의 범주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의원들의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반복했고, 취재진의 귀에도 '돌림노래'처럼 들릴 정도로 '한 방'도 없고, 그렇다고 '진전'도 없는 하나 마나 한 긴급현안질문이었습니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 군민들이 국회를 직접 찾아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긴급현안질문을 지켜봤는데요. 한 군민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성주 너희가 독박써라'하는 흐름으로 가는 듯하고, 경북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역시 당 차원에선 사드 배치 찬성인데 지역민을 생각하면 대놓고 찬성할 수도 없고, 참 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난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을 말하다-의원대담 간담회에서 사회를 본 박영선(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 차 참석한 김종인 대표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다./더팩트DB
지난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을 말하다-의원대담' 간담회에서 사회를 본 박영선(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 차 참석한 김종인 대표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다./더팩트DB

-여담이지만, 지난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을 주제로 한 의원대담에선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머'가 눈에 띄었습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같은 당 소속 박영선 의원은 개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김 대표께선 26년 전에 헌법에 '경제민주화'란 단어 하나를 넣으셔서 지금 당 대표까지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민 의원은 "김 대표님처럼 저도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을 해야 26년 후에…"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또, 개헌의 방향성으로 '의원내각제'를 제시했던 김부겸 의원이 박 의원에게 조용히 쪽지를 건네자, 민 의원은 "김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라서 그런지 '분권형 대통령제'로 정리를 한다고 하시네요. 하하"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의 유머는 때로 전술이 되기도 하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요즘 정국을 보면, 정치인도 웃고 국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풀어내는 게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웃어야 복이 온다는데, 다음 주엔 속 시원하게 웃어봅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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