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이런 '개·돼지'만도 못한 공무원을 봤나
입력: 2016.07.12 05:00 / 수정: 2016.07.12 08:35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임영무 기자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거 뭣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 씁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 중 신문사 주필 이강희 역할로 나온 백윤식의 대사다. 사실을 과장하기 위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말이 실제로 교육부 고위공무원 입에서 나왔다. 이강희가 그랬듯이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또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교육부는 당장 대기발령 조치하는 한편 "경위를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자리는 고위공무원 2~3급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굵직한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다. 이런 자리에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 있다니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어쩌다 이런 사람이 이런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나 기획관 발언 논란과 관련, 11일 국회 교문위에 출석해 이 문제는 가볍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 엄정하게 조사를 하고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팩트DB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나 기획관 발언 논란과 관련, 11일 국회 교문위에 출석해 "이 문제는 가볍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 엄정하게 조사를 하고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팩트DB

나 기획관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이유가 권력의 맛을 본 탓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는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치고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알 듯 권력의 근거리에서 '힘의 맛'을 본 나 기획관이다. 그러니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속성, 권력의 단맛에 취해 정작 본인의 위치나 공직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건 아닌가 싶다.

원래부터 학식이 뛰어나고 돈을 가진 사람은 늘 언행을 조심하도록 자신을 다스리는 법이다. 이른바 자신들만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반대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사람은 본분을 착각하기 마련이다. 권력 옆에 있으니 나 또한 권력자라는 망각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부역한 이들도 태생은 한국 사람이지만, 일본인인척 하며 동족을 괴롭힌 사례도 있지 않은가. 나 기획관이 뱉은 말을 볼 때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부역했던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면 필자가 너무 앞선 것일까.

파문이 확산하자 나 기획관은 신문사를 찾아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했고,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또, 취중 진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취중이었다고 해도 인사불성이 아닌 이상 국민을 개·돼지로 말할 수 있을까. 나 기획관이야말로 개·돼지만도 못하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업무를 이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교육부도 경위를 조사할 것이 아니라 당장 파면 조치를 해야 한다. 고위 공무원 한 명이 교육부 전체의 명예와 위상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격이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7일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나 기획관의 발언은 영화 <내부자들>중 신문사 주필 이강희(백윤식)가 말한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와 흡사하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 컷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7일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나 기획관의 발언은 영화 <내부자들>중 신문사 주필 이강희(백윤식)가 말한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와 흡사하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 컷

나 기획관이 교육부에서 역사교과서 등의 업무를 다뤘으니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한마디 조언 하고 싶다. 조선 후기 문신 윤기(尹愭)는 '무명자집' 서문에서 "입은 화를 부르고, 행동은 흔단(釁端)을 여니, 명심하고 명심해, 경계하고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있어 말은 물이나 불과 같다. 사람은 물과 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수재(水災)나 화재(火災)를 당하면 참혹하기 그지없으니, 조심해 사용해야 폐해가 없다"라며 말을 함에 있어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도 했다. 나 기획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고위공직자일수록 겸손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주머니를 채우는 사람이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는 이렇게 말한다.

"콩밥도 먹을 만하고 생각할 시간도 많고 나쁘진 않습니다. 오징어 씹어 보셨죠? 근데 그게 무지하게 질긴 겁니다. 계속 씹으시겠습니까? 그렇죠? 이빨 아프게 누가 그걸 끝까지 씹겠습니까.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술자리나 인터넷에서 씹어댈 안줏거리가 필요한 겁니다. 적당히 씹어대다가 싫증이 나면 뱉어 버리겠죠. 이빨도 아프고 먹고 살기도 바쁘고…. 맞습니다. 우린 끝까지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민족성이 원래 금방 끓고 금방 식지 않습니까? 적당한 시점에서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이강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니, 그것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부의 고위 공무원이 그렇게 생각한다니...정말 믿고 싶지 않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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