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엔 '초선 의원 주의보'가 내려졌다. 사진은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주최로 제20대 국회 초선의원 연찬회가 열린 가운데 초선 의원들이 선배 국회의장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임영무 기자 |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로 박수를 받거나,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습니다. 이번 주는 갖은 이유로 구설에 오른 정치인들이 많았습니다. 또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란 말로 유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의 '황제 노역' 논란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이철영·임영무·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가 참석했고, 명재곤 부국장과 박종권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가십 모음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오경희 기자] 절대 권력자의 아들이 '돈이 없어' 노역형에 처해졌습니다. 지난 1일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52) 씨는 조세포탈죄로 선고받은 벌금 40억 원 중 38억6000만 원을 내지 못해 서울구치소에서 일당 400만 원짜리 노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황제 노역' 논란이 불거졌고, 그의 근황을 추적한 <더팩트>는 5일 옥바라지에 나선 아내 박상아(44) 씨를 단독으로 카메라에 포착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또, 최근 정치권엔 '초선 의원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넘쳤던 걸까요?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의혹 제기 및 대정부질문, 상임위 활동 중 '말실수' '갑질' '명예훼손' 등 논란에 휩싸이며 유탄을 맞았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여의도 정가 속으로 함께 들어갈까요?
◆ '황제 노역' 전재용, '숨은 돈' 없을까?
지난 1일부터 서울구치소에서 노역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 씨와 결혼한 배우 박상아가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면회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전재용 씨의 '황제 노역' 논란이 뜨거웠죠? <더팩트> 정치사회팀도 구치소에 수감된 재용 씨의 근황을 쫓다 한때 하이틴 스타였던 아내 박상아 씨를 단독으로 포착했는데,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지난 5일이었죠. 아침부터 굵은 비가 내려 구치소로 향하는 길도, 현장도 왠지 모르게 처연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쯤 비가 그쳤고, 재용 씨의 아내 박상아 씨가 구치소를 찾았습니다. 처음엔 박상아 씨가 온 지 몰랐습니다. 재용 씨의 구치소 수감 상황 등을 취재하다 마스크를 쓴 한 여성과 그를 경호하듯 둘러싼 여러 남성 무리에 이상하다 싶어 확인해 보니 박상아 씨였습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어떤 질문에도 입을 닫은 채 빠르게 차로 이동했고,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남편의 옥바라지 차 면회를 온 박상아 씨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8) 씨의 장녀 수현(32)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후 4년 만입니다. 화려한 배우 시절과 크게 달라진 점이라도 있나요?
-글쎄요. 외모상으론 세월이 흘렀으니 흰머리가 보였고, 살이 조금 오른 정도라고 할까. 여하튼 배우 출신답게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아름다운 외모는 그대로인 듯했습니다. 다만, 돈이 없어서 재용 씨가 노역을 사는데 박상아 씨의 대형차와 명품 가방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지인들이나 누리꾼들은 "돈 없는 거 맞냐?" "꼬불쳐 놓은 돈은 있는데,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때문에 벌금 대신 노역형을 사는 것 아니냐" 등의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박상아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남편 재용 씨의 면회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어찌 됐든, 재용 씨가 노역을 얼마나 버틸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모르겠네요.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아들을 만나러 구치소로 향할지 말입니다.
-각설하고, 국민의 공분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일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요. 핵심은 벌금 대신 노역 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리자는 것인데, 실효성 있는 법안인가요?
-산술적으론 3년에서 6년으로 노역 기간을 늘리면 일당이 낮아지게 되는데, 형법에서 정한 징역형과의 구분 등 여러 부분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열정과 오버사이' 더민주, 초선 의원 '입단속'
더불어민주당 손혜원·표창원·박주민·조응천 의원은 각각 정부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표절 의혹, '잘생긴 경찰 배치' 발언, 'MBC 간부 성추행 허위 폭로', '경찰 개인정보 공개'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더팩트DB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초선 의원'들의 입단속에 나섰다고 하던데요. 다른 정당에 '말꼬리' 잡히는 걸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논란의 중심에 선 의원들이 왜 문제인가요.
-대표적으로 손혜원 의원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가 8일 도리어 국회 입성 전 디자이너 대표 시절 만든 '이브자리' 로고 표절 의혹에 부딪혔습니다. 경찰관 출신의 표창원 의원은 지난 6일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학교전담 경찰관과 여고생 간 성관계 사건에 대해 "잘생긴 경찰을 배치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고,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은 MBC 간부 출신 대법원 양형위원의 성추행을 폭로했다가 동명이인으로 밝혀져 명예훼손 논란, 변호사 출신의 박주민 의원은 '경찰 개인정보 요구'로 갑질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조 의원의 경우 법적으로 상대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간단하지 않을 것 같고, 표 의원은 본의가 아니더라도 최근 남녀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을 하는데 어디까지가 소관 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인가 등 짚어야 할 부분이 있고, 손 의원의 정부 디자인 표절 제기 의혹은 꼭 국민 입장에선 상당히 유사성을 띠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타당성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창조적 표절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니까요.
-이들 네 명의 의원은 국회 입성 전부터 자기 전문 분야에서 활동을 해왔기에 주목을 받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더 이목을 끄는 것 같고, 또한 초선으로서 의욕도 넘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일련의 행보에 있어 사전에 선배 의원에게 조언을 충분히 받고 검토를 거쳤다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을 거란 얘기도 있습니다. 또, 언론이 지나치게 부각하는 면도 있지만, 당 안팎에선 "소나기라도 피해가야 하는 입장에서 우산이라도 써야 하지 않나"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왼쪽)은 지난 6일 대정부질문에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과 입씨름을 벌였다./남윤호 기자 |
-초선 의원들 못지않게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과 입씨름을 하다 사과를 해야 했죠? 언론에 비치기론 김동철 의원이 좀 더 주목받았는데, 전후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그게 취재진 사이에서도 도긴개긴이라고 합니다. 방송카메라는 연단에 선 김 의원의 모습만 비쳤는데, 김 의원은 맞은편 새누리당 의석에서 이장우 의원 등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문을 할 때 끼어들어 화가 났습니다. 사실 본회의장에서 야유나 의사발언진행 등은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다, 자기 화를 참지 못한 거죠. 물론 일각에선 김 의원의 행동 역시 이 기회에 호남 3선 의원으로서 '나 살아있어'를 보여주자란 계산이 깔린 행동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국민의당 내 한 의원은 "김동철 의원이 공들여 준비를 많이 했더라. 그런데 (이장우 의원이) 계속 깐죽거리니까 화가 난 모양"이라면서 "제가 좀 앞자리니까 그 광경을 찍어 놓고 싶었다. 썩 좋은 장면이 아닌데, 나중에 본인들이 보면 얼마나 창피스러운 일인지 알 것 아니냐. 잡힌 사람만 보이지, 그 뒤에서 깔깔거리면서 비웃는 모습은 안 보이고 열심히 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 '짤박' 유승민, '친박' 이정현의 선택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2014년 2월 당시 원내대표에 선출된 유 의원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청와대 제공 |
-8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찍힌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지 1년이 된 날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의원과 오찬을 했고, 사이가 좋지 않던 유 의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등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유 의원 역시 박 대통령과 화해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요. 이날 회동이 앞으로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앞서 한 언론보도에선 유 의원이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고 했는데요,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여당 쪽에선 유 의원의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 의원 개인적으로도 당내 장악세력인 친박계와 척을 져서 좋을 게 없고요. 차기 정권에서 국회 장악력을 염두에 둬야 할 박 대통령으로서도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없겠죠. 회동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준 만큼, 당권 경쟁 구도 등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 의원이 '짤박'에서 '복박'으로 가나요.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KBS 보도 개입 의혹을 받는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7일 당권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정현 의원을 보면, 일각에선 '배우형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는데요. 자신이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 자신을 노출하고, 또 적절히 과감한 모습을 구사하죠.
'친박'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7일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더팩트DB |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도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는 말을 '세 차례'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확실히 액션이 있는 정치인인 듯합니다. 최근 '배낭 유세'를 펼치는 등 쇼맨십도 있죠.
-그러게요. 국민의 '어떤' 가치를,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종합하면, 정치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참 머리를 잘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썩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때로 당락을 가르니까요. 20대 국회가 아직도 초반이니 '변화'에 기대를 걸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