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전재용 방지법' 환영, 그런데 남은 문제는?
입력: 2016.07.08 08:30 / 수정: 2016.07.08 08:30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황제 노역을 방지할 일명 전재용 방지법을 7일 발의해 결과가 주목된다./ 문병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황제 노역'을 방지할 일명 '전재용 방지법'을 7일 발의해 결과가 주목된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제 마음도 한 10년 노역으로 하거나, 보통 사람의 일당 개념으로 계산하고 싶었지만 법조계 전문가 말이, 그리하면 벌금형이 사실상 징역형보다 무거운 결과가 되어 형벌체계상 모순이라데요."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일명 '전재용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후 발의 배경을 묻는 필자에게 트위터상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노역 일당 벌금액이 과다하게 고액으로 책정되는 '황제 노역'을 방지하려는 ‘전재용 방지법’이 7일 발의됐다. 형법 일부를 개정하는 이 법률안은 벌금 미납시 노역 유치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는 형법 제69조(벌금과 과료)2항 중 ‘3년’을 ‘6년’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석현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루 노역이 400만원? 일당 7만원 일용 노동자가 150년 일해야 갚을 벌금 38억 원을 전두환 차남 전재용씨는 2년 8개월 노역으로 때우는군요. 막노동에도 귀천이 있나요”라면서 '황제 노역'을 강하게 질타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52)의 미납벌금 38억6000만 원에 대해 965일의 노역장 유치를 결정했다. 벌금과 노역일수를 환산하면 일당 400만 원꼴의 노역이다.

최저시급 6030원인 시대에서 일당 400만 원 노역은 그 대상이 설혹 전두환 일가가 아니더라도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억대 이상의 고액 벌금 미납자들 노역장 유치기간을 대폭 늘려라.’ ‘내가 전재용 대신 노역할 테니 그 돈을 내게 달라.’

급기야 '황제 노역'은 시장주의 체제를 부인한다는 말마저 낳았다. 서민들 노역장 일당이 10만 원인데 전 씨의 경우는 하루 400만원씩 탕감받는다면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방증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벌금 미납으로 하루 400만원 꼴의 노역에 유치되자 황제노역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 더팩트 DB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벌금 미납으로 하루 400만원 꼴의 노역에 유치되자 '황제노역'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 더팩트 DB

들끓는 특혜성 '황제노역' 논란과는 달리 사실 검찰은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의 노역 일수를 책정했다. 형법 70조(노역장유치)2항은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 원이상 50억 원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 원이상의 경우에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여 한다'고 규정됐다.

형법 69조 2항은 벌금 미납으로 인한 노역은 3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실정법상 전 씨는 하루 400만 원 꼴로 965일 노역하는 게 최대치 처분인 셈이다.

'전재용 방지법'은 국민 정서를 법 체계에 반영하려는 입법활동이다. 일당 벌금액이 지나치게 고액으로 산출돼 소액 벌금과 불균형이 문제가 되고, 노역장 유치 제도가 벌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다.

'황제 노역'에 대한 논란이 거센던 만큼 '전재용 방지법'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하나 개정 후 시행되기까지는 또다른 차원의 깊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노역 유치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게 법 체계질서를 유지하면서 국민 정서를 아우르는 데에 적합하느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벌금형은 징역형보다 더 가벼운 형벌이다. 현재 징역형이 3년 이상이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만큼, 징역형보다 처벌이 가벼운 벌금형으로 3년 이상 노역장을 처하는 것은 법적 모순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판사출신 한 변호사의 지적이다.

개정안 대표발의자인 이 의원도 이 대목을 고민했고 , '6년'이란 최장기간을 결정하는 데에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전재용 방지법발의로 국회가 향후 황제노역논란을 법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5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모습. / 더팩트DB
일명 '전재용 방지법'발의로 국회가 향후 '황제노역'논란을 법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5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모습. / 더팩트DB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대 전제하에 벌금 미납자에 대한 처벌도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게 우리 국민의 일반적 정서다. 이같은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서 벌금형과 징역형의 경중을 어떻게 구분해 법의 형평성과 균형성을 살릴 수 있을지는 국회와 사법당국의 숙제로 남겨졌다. 단적으로 노역장 유치를 3년에서 6년으로 늘릴 경우, 전재용씨 경우를 사례로 들면, 산술적으로 일당 노역이 400만원에서 200만원이 된다. 일당 200만원 노역은 '귀족 노역' 논란에서 자유로울지 등도 잘 따져봐야겠다.

법에 문외한인 필자가 '전재용 방지법'에서 갖는 의문점이 '벌금형 미납에 따른 노역 유치가 최장 6년까지 될 때 일반 징역형과 집행유예간의 처벌의 경중이 뒤바뀔수 있다'는 거였다. 이 의원은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십분 고려해 노역유치 최장기간을 '6년'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그간 의정활동을 볼 때 '전재용 방지법'을 즉흥적으로 별 검토없이 발의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개정안 취지에 대해 호응하고 있는 만큼 면밀한 입법논리로 결실을 맺어 '황제 노역'논란이 더이상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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