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노역 3년→6년 '전재용 방지법'…"무기한" vs "숙의 필요"
입력: 2016.07.08 05:00 / 수정: 2016.07.08 09:38

최근 조세포탈죄로 선고받은 벌금을 미납해 서울구치소에서 지난 1일부터 노역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황제 노역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7일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더팩트DB
최근 조세포탈죄로 선고받은 벌금을 미납해 서울구치소에서 지난 1일부터 노역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황제 노역'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7일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더팩트DB

"'법'이 '밥' 먹여주나요?"라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법(法), 참 어렵습니다. 입법 기관인 국회에선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수많은 법을 쏟아내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단어 자체도 딱딱하고, 법안을 발의했으나 낮잠을 자는가 하면 있으나 마나 한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19대 회기 종료로 9800여 법안이 자동폐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데도 20대 국회 역시 초반부터 '입법 전쟁'이 펼치지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법안 취지를 조명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과 향후 전망 등을 SNS 툴을 이용한 [@법안]으로 해부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죄를 지은 사람이 '일당 400만 원'짜리 노역으로 벌금을 대신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지난 1일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조세포탈(27억 원)죄로 선고받은 벌금을 미납해 서울구치소에서 노역 중인데, 이를 놓고 '황제 노역'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재용 씨와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5) 씨가 조세포탈죄와 관련해 부과된 벌금 80억 원(각각 40억 원) 중 일부를 내고 38억6000만 원과 36억 원을 내지 않자 재용 씨와 이 씨에게 각각 965일(약 2년8개월), 857일(약 2년4개월)의 노역을 집행했습니다. 재용 씨의 경우 벌금 미납분을 하루 환형(換刑) 액수로 환산하면 400만 원에 달합니다. 통상 노역 일당인 5만~10만 원보다 80배나 많습니다.

'황제 노역'과 관련해 7일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6선, 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트윗(@THE FACT) 이석현 의원, '황제 노역' 논란 '전재용 방지법' 발의

전재용 방지법의 핵심은 형법 제69조 제2항의 선고 받은 벌금 또는 과료를 납입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되는 기간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이다./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전재용 방지법'의 핵심은 형법 제69조 제2항의 선고 받은 벌금 또는 과료를 납입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되는 기간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이다./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먼저 '전재용 방지법'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개정안의 핵심은 형법 제69조 제2항의 선고 받은 벌금 또는 과료를 납입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되는 기간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현행 형법에 따른 노역장 유치기간은 벌금의 경우 최장 3년, 과료의 경우는 30일 미만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노역장 유치기간이 3년 이내로 제한되다 보니 벌금액이 큰 경우 산술적으로 이를 유치 기간으로 나눈 일당 벌금액도 따라서 높아집니다. 다만, 법리적으론 1억 원 이하인 경우 일당 10만 원을 책정해 일한 일수만큼 벌금을 줄여, 3년을 넘어선 벌금은 면책되는 개념입니다.

이 의원은 '유치기한 3년 상한선'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죄질이 중한 고액벌금형과 벌금 납부 능력이 충분한 재력가들도 벌금 탕감을 위해 노역장 유치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용 씨 뿐만 아니라 2년 전에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일당 5억 원의 '황제 노역'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당시 허 회장은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벌금 245억 원을 선고 받았고, 법원은 벌금 대신 50일 동안 노역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국회는 '벌금 1억원 이상 5억 원 미만은 300일 이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500일 이상,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 유치기간을 정하도록 형법 제70조 제2항을 신설해 벌금액에 따른 '최소 유치일수'를 정했습니다.

재용 씨인 경우 개정된 법에 따라서 '500일 이상 3년 이하의 노역'에 처해진 것입니다. 또, 유치 상한선인 1000일(3년 이하)을 기준으로 했을 때 편의상, 환형액수는 '벌금 1억 원 이상일 경우 일당은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적용하기 때문에 400만 원(40억 원/1000만 원)이고, 벌금을 다 갚으려면 965일(미납금 38억6000만 원/400만 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때문에 유치 상한선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높이면 일당 벌금액도 낮아지게 됩니다.

☜리트윗(@ryuj*****) "전재용 방지법, 6년이 아니라 15년은 해야할 듯"

전재용 방지법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트위터 갈무리
'전재용 방지법'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트위터 갈무리

'전재용 방지법'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도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수십 억, 수백억 원 벌금을 3년으로 대체하는 것이 옳으냐'는 주장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리꾼들은 '유치기한을 더 늘려야 한다"며 법안에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6년이 아니라 15년은 해야될 듯(@ryuj*****)""나 전재용 옆에 가서 똑같이 노역할테니 일당의 10%만 지급해주라. 그러면 내 휴일도 없이 노역하마(@jayh***)""노역장 유치기간 3년→6년으로 늘려...음 유치기한을 무기한으로 했으면 좋았을걸...(@aran****)""반드시 법을 개정해서 노역기간을 무제한으로 하고, 노역 일당은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황제노역이 사라진다(@jun****)" 등을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노역장 유치제도는 벌금의 납입을 촉구하고, '사회적 약자나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한 벌금 탕감 차원에서 도입됐습니다. '죄질이 중한 고액 벌금형의 노역형 대체가 적합한가'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냐는 것이죠.

서울동부지법 문유석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형법이 정한 유치 기한 상한선의 이유를 설명하며, 노역장 유치형의 합리적 고민의 필요성을 제언했다./문유석 페이스북
서울동부지법 문유석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형법이 정한 유치 기한 상한선의 이유를 설명하며, 노역장 유치형의 합리적 고민의 필요성을 제언했다./문유석 페이스북

그런데 법조계에선 '형법이 유치기간 상한을 3년으로 정한 것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글쓰는 현직 부장판사'로 유명한 서울동부지법 문유석(47)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벌금형은 원래 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체계상 더 가벼운 형벌로, 본질적으로 재산을 박탈하는 형벌인 벌금을 내지 않는 대신 무제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낳으므로 3년의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벌금형은 액수와 상관 없이 '인간 신체의 자유 3년' 이상의 값어치일 수 없다는 사상이 법조항에 담겨 있다는 얘깁니다.

때문에 "지금 법 규정이 옳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3년이라는 노역장 유치형의 제한을 풀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인 징역형과 다를 게 없어져 이에 대한 합리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문 판사의 견해입니다.

☞팔로(@THE FACT) "법과 감정사이, '황제 노역' 근절 가능할까"

지난해 12월 19대 국회에서도 벌금 납부능력이 부족한 서민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시 노역장 유치를 우려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장발장법(형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법의 일부로 추진됐던 일수벌금제 도입은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해 6월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발장은행 설립 100일을 맞은 기념행사./문병희 기자
지난해 12월 19대 국회에서도 '벌금 납부능력이 부족한 서민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시 노역장 유치를 우려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장발장법(형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법의 일부로 추진됐던 일수벌금제 도입은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해 6월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발장은행' 설립 100일을 맞은 기념행사./문병희 기자

결국, 범죄 수익의 박탈인 경우 '엄정한 징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중죄라면 벌금 액수 상향보다 징역형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이 해법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문 판사 역시 지난 5일자 '일당 400만 원 황제노역'에 관해 덧붙이고 싶은 것들' 칼럼에서 "벌금형 집행의 경우에도 노역장 유치에 앞서 은닉 재산을 광범위하게 추적해 강제징수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우선"이라며 "철저한 재산 몰수는 노역장 유치보다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일각에선 같은 죄를 저질렀어도 소득에 따라서 벌금을 다르게 내는 '일수벌금제 도입'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경우 소득과 재산에 따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달리 내듯 벌금도 차별적으로 부과합니다. 역대 국회 또한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지만 '도입 시 형벌의 형평성에 비춰 불평등한 외관 조장 우려, 경제적 사정에 대한 정확한 조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지난해 12월, 19대 국회에서도 '장발장법(형법 개정안, 벌금 대신 징역형 집행유예 도입)'의 일부로 추진했던 일수벌금제 도입은 무산됐습니다. 경제적 사정에 따른 벌금형 산정은 '시기상조'라는 법무부 의견에 부딪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여하튼 '전재용 방지법'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단순히 '유치 기한'을 늘리는 것만으로 '황제 노역' 논란을 아예 근절할 수 있을지, '법과 국민 감정 사이'에서 숙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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