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딕션] 불체포특권ː 금배지의 '으~리' 버리나요
입력: 2016.07.01 10:21 / 수정: 2016.07.01 10:50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불체포특권 폐지와 세비 동결,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국회 전경./더팩트DB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불체포특권 폐지'와 세비 동결,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국회 전경./더팩트DB

관용어란 습관적으로 늘 쓰거나 오랫동안 써서 굳어진 말이다. 특정 분야마다 그 영역의 언어가 존재한다. 정치 역시 생소한 말들이 많다. '정치 용어'가 궁금하다면? [폴리딕션]에서 찾아보자.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최근 여의도에 '특권 폐지' 바람이 요란하게 분다.

국민의당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 논란, 그리고 두 야당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던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친인척 채용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특권 내려놓기'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먼저 깃발을 든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선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와 세비 동결,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을 내걸었다.

같은 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불체포특권 포기' 및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왤까.

■ 불체포특권이란

국회법 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될 수 있는 권리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문병희 기자
국회법 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될 수 있는 권리'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문병희 기자

국회법 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될 수 있는 권리'다.

체포·구금이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공권력의 강제처분을 말한다. 만약 국회의원을 회기 중 체포하려면 국회법 제26조에 따라야 한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얻으려고 할 때에는 관할 법원의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한 후 지체없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72시간 내 표결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때 표결은 무기명으로 실시하며,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수는 300명이다.

여야는 전날 '불체포 특권 포기'와 관련해 '72시간 자동폐기 규정을 없애자는 데 뜻을 모았다.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자동 상정한다.

무기명 투표는 국회법 제112조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는 내용에 따른 것이다. 체포 또는 구금된 국회의원이 있으면 정부는 지체 없이 국회의장에게 영장의 사본을 첨부하여 통지해야 한다(국회법 제27조).

■ 왜, 특권인가

올해 1월 기준 19대 국회에서 접수된 현역의원 체포동의안은 송 의원을 비롯해 모두 11건으로 4건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가결률은 40%다./YTN 방송 화면 갈무리
올해 1월 기준 19대 국회에서 접수된 현역의원 체포동의안은 송 의원을 비롯해 모두 11건으로 4건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가결률은 40%다./YTN 방송 화면 갈무리

하지만 동료 의원들이 무기명투표에서 '의리(?)'를 지킬 경우 구속 여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여야가 '72시간 자동폐기 규정'을 없애 본회의에 자동상정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특권'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2014년 9월 3일 철도 비리 혐의를 받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300명 중 22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로 부결됐다. 송 의원은 부결 직후 "동료 의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기준 19대 국회에서 접수된 현역의원 체포동의안은 송 의원을 비롯해 모두 11건으로, 이 가운데 4건 만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가결률은 40%다.

또 불체포특권을 이용한 '방탄 국회'도 도마에 오른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행정부의 불법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지만, 임시국회는 국회의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방탄 국회'를 열기 쉽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에도 '불체포특권 포기'는 '헛구호'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관련 조항 개정 등은 지난 19대 국회 시절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당론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법 통과에 실패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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