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안철수·천정배 '동반사퇴' 막전막후…'아무도 꺾지 못해'
입력: 2016.06.29 18:23 / 수정: 2016.06.29 18:40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관계자들의 총선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관계자들의 총선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태를 책임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기까지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두 공동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까지 당 지도부는 극구 만류하며 항의했지만, 결국 안 대표의 결정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 '지도부 책임론' 대두 안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는 전날(28일)부터 나돌았다. 리베이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이 28일 새벽 검찰에 구속되면서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징계 수위와 더불어 당 지도부의 책임론은 온종일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박지원 원내대표에 따르면 안 대표는 이보다 더 전부터 사퇴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김수민·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고발했을 당시부터 출당·제명 조치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그럴 때마다 나가라고 한다면 과연 야당으로서 존재할 수 있겠느냐"고 맞섰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안철수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 安 "사퇴하겠다" 결심…千 통보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지난 10일, 20일, 27일, 28일 총 4번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안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중을 확고히 한 것은 전날 오전 최고위 때부터다. 그는 최고위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강하게 밀어부쳤고, 안 대표의 결정에 최고위원들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당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갈 때다. 그 후에 논의를 하자"고 만류하며 결정을 보류했다.

안 대표는 한 번 굳힌 뜻을 굽힐 줄 몰랐다. 28일 오후 4시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징계 수위(당헌당규에 따른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 때 '사퇴 회견문'을 써왔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그래도 일단 천 대표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했다. 천 대표는 당시 지역 일정으로 광주에 내려가 있었다. 안 대표는 천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자 문자로 천 대표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가 29일 오전 당 관계자들의 총선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안철수 대표가 29일 오전 당 관계자들의 총선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 "安 없는 국민의당 안돼" 만류 하지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구성원인 박지원 원내대표, 박주선 ·장병완 ·김성식 ·이상돈 ·박주현 ·이준서 ·한현택 최고위원 등 7명은 이날 오전까지 여전히 안 대표의 사퇴를 반대했다. 창당한 지 고작 149일밖에 안 된 데다가, 당의 얼굴인 안 대표가 직을 내려놓는 것은 국민의당으로선 심각한 타격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전 9시로 예정된 최고위를 오전 10시까지 연기해 논의를 이어가며 진통을 겪었다. 안 대표의 주장에 반발한 일부 최고위원들은 "지도자라고 하는 것은 자기들 소신만 관철하는 것이 지도자가 아니다. 조직 가장 최상위 기관인 의원총회와 최고위에서도 만류하는데 왜 사퇴를 하려고 하느냐"고 설득했다.

그런 최고위원들에게 안 대표는 "그것보다 '책임 정치'와 우리 국민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버릴 수 없다. 사퇴하더라도 당의 발전과 정권교체에 헌신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 국민을 실망시킬 순 없다"고 강조하며 계속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29일 오전 10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가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가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 최고위 7명 전원 반대 논의가 답보 상태에 놓이자 일부 최고위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자리를 떠났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당시 비공개 최고위 상황에 대해 "안 대표의 의중은 강하고, 나머지 분들은 강력하게 만류하는 상태다. 최고위원들 항의 차원으로 가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간담회 도중 지역구 일정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들에게 "안 대표가 책임진다고 당이 수습되겠느냐. 난 안 대표의 대표직 사퇴에 반대했다"면서 "지금 수습하는 것이 목적이지 현실 도피해선 안 된다고 했다. 내일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잠깐 신뢰를 잃어버리더라도 약속을 지켜야 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만 안 대표의 뜻이 워낙 강경한 데다 일단 '책임론'이 대두한 이상 뒤로 물러설 명분이 없는 천 대표는 "당 대표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으면 바로 이날 사퇴로 이어져야지, 좌고우면하거나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면서 안 대표의 뜻에 동조하게 됐다.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 "책임 통감" 동반 사퇴 발표 안 대표는 상임위 등 각자 흩어져 있는 최고위원들을 오전 11시께 불러 모았다. 최고위장 안에 모인 지도부 표정도 한층 단호해졌고, 당직자들은 분주했다. 천 대표까지 합류해 "책임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의기투합하자, 일부 최고위원은 사퇴 이후에도 반발하며 '동반 사퇴'를 주장하면서 결국 두손 두발을 들었다.

'지도부 책임론' 재논의가 시작된 지 1시간이 넘은 11시 30분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대표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포했다.

천 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충정에서 나온 여러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저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지도부 공백'이란 최대 위기를 맞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오후 6시께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국민의당호', 앞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