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리베이트 파문' 안철수, 혁신을 두려워하는가
입력: 2016.06.28 11:57 / 수정: 2016.06.28 11:57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3 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주고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음 혐의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을 고발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받았다.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3 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주고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음 혐의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을 고발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받았다.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받았다. 유감스러운 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3 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주고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을 고발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은 신속하게 당내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했고, 이상돈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이 단장은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 13일 첫 진상조사단 회의를 하고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련해 "굉장히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했다.

이틀 뒤에는 "리베이트가 국민의당 관계자에 흘러들어 갔다는 건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선관위 고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의당의 이런 발표를 놓고도 말이 많았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검찰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국민의당의 '사실이 아니다'는 확신이 조금씩 깨진 것 같다. 사실이 아닐 것으로 확신했던 안 대표도 "송구스럽다"며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태도를 바꾼 것이다.

국민의당도 바빠졌다.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은 28일 오전 구속되고, 안 대표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은 17시간 동안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부랴부랴 왕 부총장이 구속된 날 오전 6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후 오전 8시 30분 리베이트 의혹을 받는 의원 대한 징계와 검찰 수사 대응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당 총선 리베이트와 관련해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당 총선 리베이트와 관련해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새로운 정치에 기대를 건 국민은 안 대표의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받았다"는 말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검찰의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진행될수록 안 대표나 국민의당에 '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안 대표는 새정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번 리베이트 파문으로 최대 위기에 부닥쳤다.이번 리베이트 의혹은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안 대표에 직격타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새정치의 이미지는 퇴색하고 안 대표의 대권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 검증 시스템에 관한 지적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안 대표는 이번 논란으로 당 대표 거취도 흔들릴 수 있다. 안 대표가 사실상 당 창당을 주도했고, 그의 최측근으로 안살림을 책임졌던 박 의원이 사건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을 비례대표로 결정한 것까지 마찬가지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10일 국민의당 발기취지문을 발표하고 국민의당 창당에 나선다. 부패를 척결하고 낡은 진보와 수구보수를 넘어선 합리적 개혁이라고 밝혔다./남윤호 기자
안 대표는 지난 1월 10일 국민의당 발기취지문을 발표하고 "국민의당 창당에 나선다. 부패를 척결하고 낡은 진보와 수구보수를 넘어선 '합리적 개혁'"이라고 밝혔다./남윤호 기자

박 의원과 김 의원의 징계 수위는 출당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출당을 결정한다 해도 당 이미지를 제고하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안 대표나 국민의당이 내건 '새정치'는 '새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득 안 대표가 지난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던 때가 떠오른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활로를 찾으려면,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습니다.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저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합니다. 저는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섭니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습니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합니다."

안 대표는 탈당 한 달 후인 지난 1월 10일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양당 체제의 종식을 선언하며 '새정치'를 내세웠다. 안 대표나 국민의당은 다시 한번 창당 기치를 내걸며 외쳤던 그 말을 되뇌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이 갈 길은 분명합니다. 부패를 척결하고 낡은 진보와 수구보수를 넘어선 '합리적 개혁'입니다. 역사적으로 낡은 것은 스스로 물러난 적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이 나타나야 낡은 것이 물러갑니다. (중략) 낡은 정치를 깨뜨리는 새로운 정치, 강력한 혁신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정당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안 대표나 국민의당에 필요한 것은 총선에서 국민이 만들어준 제3당으로서의 뻣뻣한 자세가 아니라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고 진정으로 고개 숙이는 겸손한 자세다. 부패를 척결하겠다던 안 대표의 초심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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