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채이배 "난 재벌 해체 주의자 아니다" <하>
입력: 2016.06.17 05:00 / 수정: 2016.06.16 22:26

채이배(42,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의원은 국내 대기업이 지나치게 오너에 의존적인 후진국 형태를 보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임영무 기자
채이배(42,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의원은 국내 대기업이 지나치게 오너에 의존적인 후진국 형태를 보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임영무 기자

☞ <상> 편에 계속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채이배(42,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의원은 "국내 대기업들은 오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만큼 오너 의존적이라는 것이고 그만큼 후진적이라는 것"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채 의원은 20대 국회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6번을 받으면서부터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회계 전문가로 20년간 기업지배구조 개선 시민운동을 해온 이력 때문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재벌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재계가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 의원은 "제가 '재벌 저격수' '반시장주의자'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단어가 불편하다고 했다.

<더팩트>는 14일 오후 채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났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재벌 개혁과 지배구조의 문제 그리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롯데 사태 등을 들었다.

채 의원이 국내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리스크다라며 웃고 있다.
채 의원이 국내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리스크다"라며 웃고 있다.

◆대기업 오너, 권한 만큼 책임 져라!

채 의원은 누가 뭐래도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그는 20년간 재벌개혁,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채 의원은 국내 대기업의 가장 문제로 '오너리스크'를 꼽았다.

오너가 구속될 경우 기업이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내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자 채 의원은 "오너리스크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채 의원은 "단 몇 %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배주주들이 모든 의사결정을 다한다. 전횡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표현한다"면서 "예를 들어 총수가 감옥에 가면 기업들이 우린 아무것도 결정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얼마나 기업이 문제가 있는 거냐?"라고 혀를 찼다.

오너리스크에 대해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오너리스크)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권한과 책임의 대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권한 만큼 책임을 지고 책임만큼 권한을 가지라는 것이다. 50% 지분을 가졌으면 50%의 권한을 행사하고 잘못했으면 응당 형사든 민사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4%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100% 의사결정을 하고 미등기임원이라며 책임은 또 빠져나간다. 소송에 걸려도 빠져나가고 진짜 어렵게 처벌을 받아도 사면권으로 빼주고. 권한 행사와 책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은 대기업의 가족승계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전문경영인의 여지가 넓어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가족승계 끝 이런 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대기업의 가족승계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전문경영인의 여지가 넓어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가족승계 끝' 이런 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너리스크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재계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채 의원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채 의원은 근래 대기업들의 상황을 예시 주시한 결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채 의원은 "(재벌들이) 하루아침에 나아질 수 있는 것으로 보진 않는다. 세대교체가 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삼성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현대는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교체되면서 개선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사람이 바뀌어서도 그렇지만, 중요한 건 시대적 환경이 바뀌어서도 그렇다.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그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족한 부분은 채찍질해야 한다. 더 채근해서 더 빨리 바뀌게 해야 한다"고 앞으로 재벌 개혁에도 나설 뜻을 분명히 밝혔다.

채 의원의 말을 들으면서도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변화하고 있지만, 결국엔 가족승계로 이어지는 부문이다. 부의 대물림 과정에서 숱한 부정이 있었던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승계 역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이건희 회장이 모든 걸 다 결정했다면 지금 이재용 부회장은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점점 전문경영인들이 포진되고 참모들에 의해 결정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에도 이건희 회장 옆에 참모들이 있었지만, 그때는 따라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식은 아닌 것 같다. 삼성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예전 스타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들의) 가족승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전문경영인의 여지가 넓어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가족승계 끝' 이런 건 될 수 없다"면서 "대기업들도 점점 전문기업화 전문경영인화되고 있다. 자기들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그룹이 전문기업화되면서 전문성을 가진 경영진들이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들이 생기고 있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롯데그룹 사태와 관련해 급여가 과도한 것이 문제인 거지 그거 자체가 비자금이거나 더 나쁜 배임이나 횡령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고 보았다.
그는 롯데그룹 사태와 관련해 "급여가 과도한 것이 문제인 거지 그거 자체가 비자금이거나 더 나쁜 배임이나 횡령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고 보았다.

◆롯데 사태, 비자금·배임·횡령으로 바라볼 문제 아냐

채 의원에게 최근 롯데그룹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롯데그룹 파문과 관련해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오너일가에 대한 과도한 배당금 그리고 비자금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채 의원은 롯데그룹 문제가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된 경향이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왜, 일까.

그는 "형제의 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 국적 논란으로 이상하게 방향이 틀어졌다"며 "승계 과정에서 정당한 경쟁 없이 누군가가 경영권을 이양받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런 면에서 롯데는 두 형제가 나름 경쟁했다. 남들은 분쟁이라고 하지만 전 경쟁이라고 본다. 둘이 다툰 거다. 경쟁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선택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택의 주체가 주주들이어야 하는데 임원들이 누구에게 줄 서느냐로 변질했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을 운영하는데 경쟁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 롯데그룹은 그런 모습이었다. 이걸 나쁘게만 해석하지 말자"는 시각을 보였다.

롯데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과 비판을 쏟아낼지 알았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채 의원을 향한 반시장주의자나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이 왜 붙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그는 "최근 정운호 게이트 때문에 신영자 씨 뇌물이 나오고 그러면서 검찰이 제2롯데월드 허가와 성남공항 확대하면서 전면 수사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은 조금 과장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채 의원이 저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극단적으로 재벌 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자신을 둘러싼 일각의 시선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채 의원이 "저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극단적으로 재벌 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자신을 둘러싼 일각의 시선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채 의원은 "급여 배당 300억 원을 두고 말이 많은데 세금 다 내고 정당하게 가져간 것"이라면서 "급여가 과도한 것이 문제인 거지 그거 자체가 비자금이거나 더 나쁜 배임이나 횡령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비자금으로 이름 붙여서 너무 선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검찰 수사를 두고 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롯데를 둘러싸고 계속 문제가 제기됐던 하도급업체 불공정거래를 이번 조사를 계기로 개선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만약 수사결과 배임과 횡령이 있었다면 응당 법적인 처벌과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롯데그룹 오너들의 책임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채 의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재계에서 긴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재계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 막힘이 없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또 결연했다. 20년 시민운동가 내공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그는 '재벌 저격수' '반시장주의자'도 아니었다.

채 의원은 "저는 시장이 잘 작동되도록 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 노력하고 그런 것들을 훼손하는 지배주주들의 불법행위나 이런 것들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업의 정도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된다. 그런 면에서 지나치게 (재벌 저격수, 반시장주의자) 딱지 붙이기는 앞으로 일을 하는데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재벌 입장에서는 제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극단적으로 재벌 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업들도 그런 것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며 "시민운동을 했던 입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주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며 재벌들이 자신을 향한 경계를 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cuba20@tf.co.kr

<사진=임영무 기자>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