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부인 먼저' 김수민·국민의당,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입력: 2016.06.14 05:00 / 수정: 2016.06.13 23:38

리베이트 의혹을 받는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단 선출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효균 기자
'리베이트 의혹'을 받는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단 선출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효균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한 가지 일이 만 가지 일로 번짐'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아 가는 형국이다. 김수민(30) 국민의당 의원과 연관된 '리베이트 의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13 총선 과정에서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도 고발했다. 선관위의 고발에 당황한 당사자와 당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비례대표 7번 공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까지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지만,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면서 "사실이 아니다"는 확신에 금이 간 모양새다. 일단 국민의당은 이상돈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13일 오전 출범시켰다. 자체 조사에 나선 것이다.

현재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2억 원대 자금 용처 ▲리베이트 주도자 ▲비례대표 공천 등 크게 세 가지이다. 아직 어느 것 하나 진실이 드러난 바 없다. 검찰이 조사 과정에 있으니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 중 리베이트 부문만을 조사할 예정이다. 공천 과정 등은 추후 조사한다는 것이다. 일의 경중에서 리베이트 의혹이 더 중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경중을 따질 것이 없어 보인다.

김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보좌진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이효균 기자
김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보좌진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이효균 기자

이번 김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 파문을 지켜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국회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화려하게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김 의원이 처음부터 호된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는 것 아닌가 싶어서다. 이런 마음과 함께 드는 생각이 또 있다. 과연 '30세 김 의원 혼자서 이런 일들을 처리했을까'이다.

현재 김 의원 파문을 둘러싸고 전해지는 보도와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감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흔히 벌어졌던 '꼬리 자르기' 수준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정치' 기치를 내건 국민의당임을 고려할 때 기존 잘못된 정치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이는 지난 선거에서 38석이라는 의석을 국민의당에 준 국민의 희망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당의 이번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대처는 못내 아쉽다.

"사실이 아니다"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 등의 대처가 당연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였으면 했던 것은 논란을 일으킨 것에 관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는 것이 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리베이트 의혹'이라는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9일 김수민 의원을 둘러싼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0일 안 대표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9일 김수민 의원을 둘러싼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0일 안 대표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배정한 기자

새정치가 꼭 나라를 바꾸는 거대한 것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는 기성 정치가 보여준, 혹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아닌 새로운 자세와 정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기존 정치권을 통해 이미 신물나도록 봐온 것처럼 이를 부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당사자로 지목된 '초선' '최연소' 김 의원 역시 묵묵부답이나 변호사를 대동하고 언론을 향해 '버럭'하는 자세가 아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먼저 고개를 숙여야 되지 않았을까.

김 의원과 국민의당에서는 당장 자신들을 향한 비판과 비난이 달갑지 않을 뿐더러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왜, 그럴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양약고구' 즉, 좋은 약이 입에도 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장은 귀에 거슬릴 수 있지만 멀리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김 의원이나 국민의당은 이번 논란으로 다시 한 번 당을 다잡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승리에 도취돼 창당 초기와 다른 방향으로 배가 가고 있다면 키를 다시 다잡으면 그만이다. 감정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구한말의 유학자 성재(省齋) 유중교(柳重敎)는 '남이 나에게 잘못이 있다고 일러주면 기뻐할 것이 셋이다. 내가 나에게 잘못이 있음을 알아 고치게 되는 것이 그 하나이고, 남이 나의 잘못 때문에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남이 나를 일러줄 만한 사람으로 여겨 일러주었다는 것이 또 그 하나이다'라는 말을 김 의원과 국민의당은 가슴 깊이 되새겨보길 바란다.

지난 1월 10일 국민의당은 '창당 발기취지문'에서 "국민의당이 갈 길은 분명합니다. 부패를 척결하고 낡은 진보와 수구보수를 넘어선 '합리적 개혁'입니다"라고 밝혔다.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국민의당은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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