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첫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에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의장에 심재철 새누리당·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사진은 의장석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국회=이효균 기자 |
20대 국회가 9일 첫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에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의장에 심재철 새누리당·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을 각각 선출하는 등 국회 전반기 2년을 이끌어 갈 국회의장단을 확정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이철영·임영무·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가 참석했고, 명재곤 부국장과 박종권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가십 모음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서민지 기자]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회의장직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만 같던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급물살을 타더니 지난 9일 드디어 국회의장단이 결정됐습니다. 한 발씩 양보를 하자 일사천리로 진행되더군요. 국민의 시선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날 찜찜한 새 출발을 하는 당도 있었는데요. 바로 국민의당입니다. '새정치'의 기치를 내 건 국민의당은 시작부터 김수민·박선숙 의원이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이면서 블랙홀에 빠졌습니다. 국민의당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 정세균 의장 선출, 의장단 '호남 트로이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이효균 기자 |
-결국 정세균 더민주 의원이 국회의장에 올랐는데 비결이 있었나요?
-그렇습니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으니까요.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제1당의 입법부 수장인 의장 자리를 놓고 당내 경쟁이 치열했지요. 계파색이 옅은 초선 의원들을 타깃으로 의장 후보군이 아침마다 초선 의원실을 순회 방문하거나, 심지어 의원들의 자택까지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질 정도였으니까요.
-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낙승을 거둔 요인으로도 주류와 초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꼽히고 있습니다. 또, 사실 더민주에선 지난주께 정세균 의원이 의장직을 맡는 분위기란 얘기가 돌았어요. 정 의원의 의장 선출은 당권, 대권 경쟁에서 후보군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얘기예요. 정 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졌다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의원과 당 대표를 놓고 경쟁을 벌이거나 대권 경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 관계가 돼 주류의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됐다는 거죠.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대표가 의장으로 선출될 당시 한 의원실에서 보좌진들과 국회 TV로 함께 그 상황을 지켜봤는데요. 정 의원이 선출되자 하는 말이 "의전서열 2위" "자동차 번호 1002번" 등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이 의장석에 앉는 장면을 보더니 웃으면서 "와~ 원래 자기 자리였던 것 같은 모습이다. 완전히 편안해 보이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어갈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의 최대 장점은 온화한 성품에 있죠. '미스터 스마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상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사람들을 두루두루 아우르는 부드러운 리더십은 더민주 당내 경선에서 초선 의원들을 끌어들인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이 된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9일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이효균 기자 |
-이번 전반기 의장단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호남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라고 하는데요, 당내 경선을 치르고 후보에 올라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당선된 만큼 짜인 각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채롭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일부 수석을 교체했는데, TK(대구·경북)와 충청 인사가 주를 이뤘거든요. 호남 인사는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갈등을 빚어 왔던 청와대와 국회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 후 의장 당선 발표가 나자, 전체 의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기립해서 박수를 치면서 환영했고, 대통령이 국회 연설 왔을 때처럼 중앙으로 집결해 악수하고 인사하고 하더라고요. 삼권분립 체계에서 입법부를 존중하는 의미로 국회의장의 의전서열을 대통령 다음으로 예우해주잖아요. 국회에서도 일순간 서열이 쫙 정리되는 걸 보니 의장직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정세균 신임 의장이 가장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8선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아니겠어요. 지난 8일 "야당이 국회의장 달라고 하면 줘라"고 폭탄 발언을 했고, 이를 정진석 원내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이어받아 서 의원의 제안대로 실행됐습니다. 당초 서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노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요, 당시 취재진 사이에서는 서 의원이 좀 더 일찍 용단을 내렸더라면 법정시한 내 원 구성을 마칠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사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리베이트 의혹' 김수민 침묵에 폭발한 취재진 "이게 새정치입니까?"
박준영(왼쪽 세 번째)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국회 부의장 후보자 투표를 하기 위해 기표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선 선관위의 고발을 당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왼쪽 네 번째)이 참석해 관심이 집중됐다./국회=서민지 기자 |
-선관위가 국민의당 김수민·박선숙 의원을 '리베이트 의혹' 및 허위계약서 작성으로 고발한 것은 이번주의 핫이슈였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요즘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박준영 의원에 이어 김수민 의원까지. 공교롭게 두 분은 20대 국회의 최고령 초선 의원과 최연소 의원으로 등원부터 주목을 받았죠?
-네. 김수민 의원은 사실 선출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새정치를 내건 국민의당 후보로서 충북 의원 아버지를 둔 '금수저'란 논란이 있었으니까요. 아직 '혐의'이기 대문에 김수민 의원이나 박준영 의원이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주목할 점은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얘기도 있어요.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9일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 선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국회=이효균 기자 |
-그러니까요. 안 그래도 국민의당 몇몇 의원실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개원하자마자 사고를 쳐서 참 곤란하다." "왜, 비례대표를 줬는지" 등의 탄식이 나왔습니다. 또, 일부 의원실에선 "당 지도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선관위가 괜히 시비를 걸려고 검찰에 고발했겠느냐.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말하기가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박준영 의원과 김수민 의원을 겨냥한 말이 아니라, 지난 총선 과정에서 제3당으로 더민주와 경쟁을 하면서 양당 모두 신인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혁신 인사'를 내걸고 앞다퉈 인사를 영입했는데, 과연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느냐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세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면 국민의당뿐 아니라 더민주 역시 향후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지난 9일 선관위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고발돼 '논란의 중심'에 선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진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이효균 기자 |
-그렇죠.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여론이 굉장히 싸늘한 만큼 국민의당이 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의중을 반영해 기소만 돼도 당원권을 정지하는 당규가 있지 않습니까. 결국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청렴한 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의 이미지는 상당히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평소 말을 아껴왔던 안 대표도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진화에 나선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도 나서서 "사실 여부를 떠나 심려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당사자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사과 내지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선관위 고소 당일 오전엔 김수민 의원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 답답함을 넘어 감정이 폭발한 취재진이 "이게 국민의당이 말하는 새정치에요?" "억울하면 하다, 반박하셔야 할 것 아니에요"라고 말했지만, 여기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더군요.
-국민의당은 여러모로 험난한 행보가 예상됩니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으로 국민의당 이미지뿐 아니라 안 대표와 당 지도부까지 대처 능력에 대한 리더십과 지도력 또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박준영 의원의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도 남아 있어 국민의당이 앞으로 어떠한 반응과 결단을 보일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 '윤칼세' 윤창중의 '깜짝 등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자신의 블로그 '윤창중의 칼럼 세상'에 올린 글을 통해 "앞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 영혼의 상처-윤창중의 자전적 에세이'를 연재하며 독자 여러분과 공감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남윤호 기자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칼럼 세상'의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주변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더라고요.
-우선 억울함을 호소한 시점이 왜,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이냐란 겁니다. 정말 억울하다면 은둔할 것이 아니라 공소시효 내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했어야 했어요. 그런데 마치 윤 전 대변인은 '공소시효가 끝났다=혐의없음'이란 프레임을 짜고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칼럼을 살펴보면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자전적 에세이라 자신의 심경과 생각이 오롯이 담긴 글이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대중들 반응을 보면 여전히 냉소적입니다.
-시쳇말로 우리나라 국민은 '냄비근성'이라고 하는데, 파장이 컸던 만큼 국민의 분노가 식기에는 아직 이른듯 보이고 또, 국민은 그렇게 우매하지 않죠.
-언론인 출신 다운 마인드와 처세술이 아닌가란 게 호사가들의 말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입을 연 순간 언론인들이 앞다퉈 기사화할 것이란 것도 염두에 뒀겠죠. '꺼리(기삿거리)'가 되니까요.
-청와대에선 윤 전 대변인의 칼럼 시작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 실시간검색어까지 오르는 등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가나 BH 쪽에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딱히 우리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없어서 크게 관심 없다. 단지 염치없다 그뿐이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사실 관심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법인데요.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주목해 봅시다.
◆ "우린 일하는 국회야~"…공부 모임·민생 토론회 '봇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남인순, 도종환, 이학영, 제윤경 의원 등은 8일 '저소득층의 생리대 사용관련 실태파악 및 대안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국회=오경희 기자 |
-국회가 부쩍 '일하는 국회' 프레임을 내걸고, 민생 현장을 돌보거나 공부하는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미세먼지 문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사고, 이른바 '깔창 생리대' 논란 등 각종 토론회를 열고 있죠.
-3당 원내대표 원 구성 협상이 전격적으로 이뤄지기 한시간 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선 '깔창 생리대 논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현장 전문가들의 간담회가 있었어요. 소규모 회의실에서 열렸지만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여러 좋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가장 귀를 쫑긋하게 했던 말은 지역아동센터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지난 총선 때 지역아동센터를 찾은 국회의원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요. 어린이집이나 노인정은 찾아도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의원들의 호소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저소득층 청소녀 역시 선거권의 사각지대로서 이들을 위한 정치권과 사회의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산업 연구모임인 국회미래전략 포럼이 지난 8일 출범했습니다. 일명 알파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이 포럼은 '친박계'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의 주도로 결성됐습니다. 출범식 행사에 친박계 좌장 격이자 20대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었다는 의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참석했습니다. 때문에 서 의원이 차기 당권 후보군에 있는 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아직 새누리당 전당대회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는데요, 누가 차기 당권을 거머쥘지 지켜보면 알겠죠.
9일 오전 국민의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제13차 정책역량강화 집중워크숍에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준비한 김밥과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강의를 듣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
-국민의당은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정책역량강화 집중워크숍을 진행하는데요. 장르를 망라한 각종 주제에 대한 전문가를 섭외해 강의를 듣습니다. 이번주 화요일(7일)에는 '한국의 과학기술력, 제조업 붕괴를 막을 수 있나'라는 주제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인 오세정 의원이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오전 7시에 모여 의원들이 돌아가며 샌드위치, 김밥 등과 커피를 마시며 시작하는데요. 사실 일주일에 세 번 취재하러 가는 취재진도 고역이고, 의원을 모시는 보좌진들도 "누가 하자고 한 거냐. 죽을 맛이다"고 하지만, 모두 동의하는 건 취지 자체는 좋다는 겁니다. 덕분에 더민주와 새누리당에서도 각종 '공부 모임'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합니다.
-13일 국회 개원식이죠. 말로만 '일하는 국회'가 아닌, 초심이 4년 내 쭉 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