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 세상토크]'김포 존 레논' 윤창중의 '노무현 동지'궤변 유감
입력: 2016.06.10 06:18 / 수정: 2016.06.10 07:47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3년여 만에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 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동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창중의 궤변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더팩트가 단독포착한 김포 존 레논 윤창중의 모습/ 김포=남윤호 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3년여 만에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 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동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창중의 궤변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더팩트'가 단독포착한 '김포 존 레논' 윤창중의 모습/ 김포=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전국의 백마를 한 곳에 다 모았다. 이후에 시골에 남아 있는 말을 가리키며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대답은 당연히 “말입니다”였다. 그러자 한 곳에 모여 있는 '백마는 말이 아닌 것'이 된다.

말(馬)이란 형태를, 희다(白)란 색깔을 명명한 것이다. 색깔을 명명한 것은 형태를 명명한 게 아니다. 그래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 동양의 궤변(詭辯)사례로 흔히 인용되는 중국 전국시대 '백마비마(白馬非馬)론'의 일반적 풀이다.

궤변은 이치에 닿지 않는 변론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어떤 진실을 규명하려는 논법이 아니다. 처음부터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억지와 혼선, 허위, 착각등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화술로 현대인들은 받아들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3년여 만에 블로그를 통해 사실상 공개 활동에 나서 세간의 화제다. 공인으로서 ‘윤창중’이라는 이름의 파장이 박근혜 정권 출범초기에 결코 간단치 않은 까닭에 그의 등장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됐다.

보수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그를 두둔했고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는 "윤창중, 과연 박근혜가 고른 남자답다"며 청와대와 묶어서 시쳇말로 ‘깠다’. “청와대와 연결 짓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올 만큼 윤 전 대변인의 활동은 이래저래 야릇한 관심사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2013년5월 박근혜 대통령 방미기간중 발생한 성추행 의혹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더팩트DB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2013년5월 박근혜 대통령 방미기간중 발생한 성추행 의혹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더팩트DB

그는 지난 7일 블로그 '윤창중 칼럼세상'을 통로로 ‘다시 글을 쓰려 합니다’라는 표제에 자기 심경을 펼쳤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은둔과 칩거 탈출의 이유를 댔다. 이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 ‘굴욕의 극치’라는 제목등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특정 세력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자전적 에세이 형태로 '윤칼세'의 키보드를 두드린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2013년5월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중 여성 인턴 성추행(희롱) 의혹건에 대해 미국 당국이 기소를 하지 않음에 따라 처음부터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걸 강변하기 위해서 아침마다 자판을 치고 있다는 냉소어린 평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윤 전 대변인의 제 논 물대기식의 ‘사필귀정’에 대해 논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오늘은 그의 참 어이없는 ‘궤변’에 대해 따져야겠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동지’라고 언급한 것에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윤 전 대변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라는 글에서 "내가 암담하고 참혹했던 칩거와 은둔의 3년을 보내면서 나는 '노무현'을 나의 '동지'로 따뜻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뚱맞다 못해 마른하늘 날벼락 같은 '동지론'을 내세워 필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윤 전 대변인은 모 신문사 재직시 "(노무현을 용서한다면)대통령 이명박은 보수-우파정권의 치욕으로 기록돼 두고 두고 원용될 것"이라는 글을 썼고 노 대통령 서거직후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를 두고 “벌떼같은 황위병이 벌인 ‘거리의 환각파티’”라며 극도의 조롱과 비난을 앞장서 했던 보수 논객이다.

그런 그가 "강인했던 노무현이 무너지게 된 것 근 반년에 걸친 언론의 집중포화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면서 박 대통령 방미시 자신이 연류된 성 추행의혹에 대한 언론의 집중보도와 노 전 대통령의 그것을 빗대면서 ‘동지론’을 입에 담았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칩거와 은둔생활을 하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되는 게 윤 전 대변인의 동지론이나 보다.

참여정부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지인은 이에 대해 "살다보니 별 황당무계한 일을 다 겪는다"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헛웃음만 냈다.시대적 상황과 처지, 가치 판단과 평가가 다르더라도 언론의 집중관심을 받는 이와 일반인을 나눠 동지의 경계선을 짓는 윤 전 대변인의 궤변적 사고방식에 누가 무슨 말을 할까 싶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자살을 하지 않았다. 왜, 나는 자살을 하려는 독한 마음보다 결백을 언젠가 호소해야겠다는 욕망이나 믿음이 더 강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여 노 전 대통령을 ‘디스’하는 윤창중식 궤변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줬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7일부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블로그 갈무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7일부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블로그 갈무리

궤변은 참이 아니고 거짓이다. 보통 거짓속에는 저의가 숨겨져 있다.

'김포 존 레논' 윤창중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동지라고 지칭한 궤변속에서 그가 이루려고 하는 숨은 목적은 무엇일까. 얼마 전 한 정치평론가가 윤창중 전 대변인이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한 방편으로 현실정치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걸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설마...

덧붙이는 말=‘더팩트’는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후 두 번째 미국 공식방문에 나서자 자연스럽게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근황이 궁금해 김포 현장에 갔고 그의 캐쥬얼 차림과 단발머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확 달라진 그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 ‘김포 존 레논’윤창중 이란 제목을 달았다. 윤 전 대변인이 '김포 존 레논'이란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발을 하기를 권한다. 벌써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은 달라도’ 언론계 후배 기자들의 취재열정을 높이 사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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