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여야 3당의 '눈치·협치·염치'
입력: 2016.06.05 05:00 / 수정: 2016.06.04 21:54

20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2일 3당 원내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손을 맞잡으며 협치를 다짐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20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2일 3당 원내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손을 맞잡으며 '협치'를 다짐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협치' '협치' '협치'…. 요즘 정치권의 화두입니다.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안은 19대에 대한 반성이자, 3당 체제로 재편해 새롭게 시작한 20대 국회의 각오입니다.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협치'를 입버릇처럼 얘기합니다.

'협치(協治)'란 뜻이 뭘까요. 국어사전에는 이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자 뜻을 빌어 해석하면, '협할 협'에 '다스릴 치'로 '힘을 합쳐 잘 다스린다'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옷만 바꿔입었을 뿐 새로운 단어는 아닙니다. 역대 국회에서도 늘 '민생'과 '상생'을 말해왔으니까요.

20대 국회에서 상생이란 단어가 '협치'로 대체된 것은 지난 4·13 총선 결과와 맞물려 있습니다. 제 3당인 국민의당이 약진하면서 원내교섭단체로 진입했고, 16년 만에 국회는 '여소야대'로 재편됐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정치권은 "양당제 체제 하의 여야 극단의 정쟁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이자 심판"으로 받아들여 '서로 협력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속 빈 강정'이라고 했던가요? '협치'란 그릇은 있는데, 아직까지 안은 텅텅 빈 듯합니다.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시작됐지만 4년간 국회를 이끌 원(院) 구성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과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등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간 '수싸움' 때문입니다.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오는 7일까지 원 구성을 하지 못하면 지난 국회에 이어 또다시 '지각 개원'이 불가피합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4일째인 31일 오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서울 2호선 구의역 사고 발생 지점과 추모의 공간에서 메시지 전달과 헌화를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4일째인 31일 오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서울 2호선 구의역 사고 발생 지점과 추모의 공간에서 메시지 전달과 헌화를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주목할 점은 당리당략을 떠난 실리를 챙길 땐 여야 간 '협치'가 발빠르게 작동합니다. 최근 여야 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달 30일 국민들의 공분을 산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다음 날인 31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잇따라 현장을 방문하거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한 당에서 먼저 언급하면 다른 당에서 강조하는 식입니다.

마치 '이슈 선점 경쟁'을 위한 '눈치 게임'을 하듯이 말입니다. 겉으로는 3당이 협치의 한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2대 1' 구도로 돼버리면 나머지 '1'이 '질 수 없다'란 프레임이 짜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행보란 것이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때문에 일부 취재진들 사이에서 "부화뇌동도 정도껏 해야지"란 쓴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화뇌동(附和雷同, 우레 소리에 맞춰 함께하다)'도 함께 어울린다는 측면에서 협치와 비슷하지만, 본질은 다릅니다. '자신의 뚜렷한 소신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과 '민심을 받들어 서로 협력해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개원의 명운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협치'는 부화뇌동의 '눈치'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염치'를 잊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