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20대 국회 시동…의원실마다 "꽃 배달왔습니다~"
입력: 2016.05.31 05:45 / 수정: 2016.05.31 06:12
20대 국회 개원일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복도에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국회=신진환 기자
20대 국회 개원일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복도에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국회=신진환 기자

[더팩트 | 국회=신진환·서민지 기자] "쓰레기 잘 모아서 버리고, 컴퓨터 연결해주시는 분은 언제 온대?"

20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층. 새누리당 A 의원실 관계자들은 내부 정리가 한창이다. 업무를 보는 이는 언론담당 보좌관 1명과 비서 1명. 나머지 직원 4명은 선풍기를 닦거나 컴퓨터와 복사기 등 전자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어떤 이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될 정도로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정리·정돈을 지시하거나 묻는 대화 외엔 아무 말도 없다.

이날 의원회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의원회관은 여전히 짐 정리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3당체제로 문을 연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난항을 겪는 것처럼 의원회관 역시 완벽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복도에는 서류 뭉치, 책, 신문, 소파 등 갖가지 물건들이 쌓여 있다. 한 청소 담당 직원은 "끝이 안 보이네요"라고 푸념하면서 서류들을 묶는 작업에 열중한다.

30일 아직 도배가 한창인 10층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서민지 기자
30일 아직 도배가 한창인 10층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서민지 기자

부산스런 와중에도 연이어 당선된 의원실은 한가했다. 본인 책상에 앉아 업무에 집중할 뿐이다. 반대로 일부 의원실은 이제 막 도배를 하는 곳도 있어 대조됐다. 또 청소 벽을 뚫는 드릴 소리나 덜컹거리는 수레바퀴 소리는 조용한 의원회관에서 더욱 크게 들린다.

손혜원 더민주 의원실(317호)도 내부 정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손 의원의 의원실을 들어가 보니 대나무 자개가 수 놓인 고풍스러운 가구가 눈길을 끈다. 손 의원은 "집에서 쓰던 가구들을 들여다 놨다"며 웃는다. 홍익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답게 세련된 자신만의 집무실을 만들었다.

30일 오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 의원은 직접 쓰던 가구들을 그대로 의원실로 들여왔다고 말했다. 고풍스럽고 심플한 느낌이다./국회=신진환 기자
30일 오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 의원은 직접 쓰던 가구들을 그대로 의원실로 들여왔다고 말했다. 고풍스럽고 심플한 느낌이다./국회=신진환 기자

3층의 경우 의원들이 다른 의원실을 찾아가는 경우도 보인다. 312호를 쓰는 조응천 의원은 손 의원 의원실로 찾아가 인사하고 담소를 나눴다. 또 손 의원은 전현희 의원실(315호)를 방문한다. 의원들뿐 아니라 보좌관과 비서관 등 직원들 역시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친분을 쌓는다.

20대 국회 개원 첫날이라는 기념적인 날답게 꽃과 화분을 배달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지역구 의원실에 축하난이 배달 중이다./국회=서민지 기자
지역구 의원실에 '축하난'이 배달 중이다./국회=서민지 기자

"배달왔습니다~." 택배 회사 직원은 새로 바뀐 호수와 명패를 확인하며 리어카에 실은 '축하난'을 전달한다. 인수증을 들고 있는 한 배달원은 "OO어린이집회장이 국민의당 11명의 전남 의원들에게 보낸 축하난을 각 의원실에 쭉 배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선물받은 축하난이 가득 들어찬 의원실./국회=서민지 기자
선물받은 '축하난'이 가득 들어찬 의원실./국회=서민지 기자

발신인은 주로 해당 지역구 인사나 정부 관료들, 대학을 포함한 기관장들 등이다.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보다 주로 지역구 의원들이 '축하난'을 많이 선물 받는 듯했다. 각 의원실은 저마다 입구에 자랑이라도 하듯 받은 '축하난'을 늘어놓았다. 막 입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우리 한번 잘해봅시다 20대 국회 개원날인 30일 한 의원실의 보좌관들이 의원회관 휴게실에 모여 과자 파티를 하고 있다. 향후 의원실 과제와 처리해야 할 법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국회=서민지 기자
"우리 한번 잘해봅시다" 20대 국회 개원날인 30일 한 의원실의 보좌관들이 의원회관 휴게실에 모여 '과자 파티'를 하고 있다. 향후 의원실 과제와 처리해야 할 법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국회=서민지 기자

하지만 각 의원실 앞에는 낙선한 의원들이 미처 처분하지 못한 시든 난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19대 OO수상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리본도 바닥에 놔뒹군다. 의원실 입구마다 색색깔로 늘어선 '축하난'과 버려진 난초들의 운명도 엇갈린 셈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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