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일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복도에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국회=신진환 기자 |
[더팩트 | 국회=신진환·서민지 기자] "쓰레기 잘 모아서 버리고, 컴퓨터 연결해주시는 분은 언제 온대?"
20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층. 새누리당 A 의원실 관계자들은 내부 정리가 한창이다. 업무를 보는 이는 언론담당 보좌관 1명과 비서 1명. 나머지 직원 4명은 선풍기를 닦거나 컴퓨터와 복사기 등 전자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어떤 이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될 정도로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정리·정돈을 지시하거나 묻는 대화 외엔 아무 말도 없다.
이날 의원회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의원회관은 여전히 짐 정리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3당체제로 문을 연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난항을 겪는 것처럼 의원회관 역시 완벽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복도에는 서류 뭉치, 책, 신문, 소파 등 갖가지 물건들이 쌓여 있다. 한 청소 담당 직원은 "끝이 안 보이네요"라고 푸념하면서 서류들을 묶는 작업에 열중한다.
30일 아직 도배가 한창인 10층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서민지 기자 |
부산스런 와중에도 연이어 당선된 의원실은 한가했다. 본인 책상에 앉아 업무에 집중할 뿐이다. 반대로 일부 의원실은 이제 막 도배를 하는 곳도 있어 대조됐다. 또 청소 벽을 뚫는 드릴 소리나 덜컹거리는 수레바퀴 소리는 조용한 의원회관에서 더욱 크게 들린다.
손혜원 더민주 의원실(317호)도 내부 정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손 의원의 의원실을 들어가 보니 대나무 자개가 수 놓인 고풍스러운 가구가 눈길을 끈다. 손 의원은 "집에서 쓰던 가구들을 들여다 놨다"며 웃는다. 홍익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답게 세련된 자신만의 집무실을 만들었다.
30일 오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 의원은 직접 쓰던 가구들을 그대로 의원실로 들여왔다고 말했다. 고풍스럽고 심플한 느낌이다./국회=신진환 기자 |
3층의 경우 의원들이 다른 의원실을 찾아가는 경우도 보인다. 312호를 쓰는 조응천 의원은 손 의원 의원실로 찾아가 인사하고 담소를 나눴다. 또 손 의원은 전현희 의원실(315호)를 방문한다. 의원들뿐 아니라 보좌관과 비서관 등 직원들 역시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친분을 쌓는다.
20대 국회 개원 첫날이라는 기념적인 날답게 꽃과 화분을 배달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지역구 의원실에 '축하난'이 배달 중이다./국회=서민지 기자 |
"배달왔습니다~." 택배 회사 직원은 새로 바뀐 호수와 명패를 확인하며 리어카에 실은 '축하난'을 전달한다. 인수증을 들고 있는 한 배달원은 "OO어린이집회장이 국민의당 11명의 전남 의원들에게 보낸 축하난을 각 의원실에 쭉 배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선물받은 '축하난'이 가득 들어찬 의원실./국회=서민지 기자 |
발신인은 주로 해당 지역구 인사나 정부 관료들, 대학을 포함한 기관장들 등이다.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보다 주로 지역구 의원들이 '축하난'을 많이 선물 받는 듯했다. 각 의원실은 저마다 입구에 자랑이라도 하듯 받은 '축하난'을 늘어놓았다. 막 입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우리 한번 잘해봅시다" 20대 국회 개원날인 30일 한 의원실의 보좌관들이 의원회관 휴게실에 모여 '과자 파티'를 하고 있다. 향후 의원실 과제와 처리해야 할 법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국회=서민지 기자 |
하지만 각 의원실 앞에는 낙선한 의원들이 미처 처분하지 못한 시든 난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19대 OO수상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리본도 바닥에 놔뒹군다. 의원실 입구마다 색색깔로 늘어선 '축하난'과 버려진 난초들의 운명도 엇갈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