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반기문, '출마 시사→확대 해석→JP 예방'...'대망론' 재점화
입력: 2016.05.29 05:00 / 수정: 2016.05.29 10:27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어머니와 함께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김종필 전 총리의 서울 중로구 신당동 자택을 찾아 30분간 예방했다./이새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어머니와 함께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김종필 전 총리의 서울 중로구 신당동 자택을 찾아 30분간 예방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발언을 놓고 "대선 출마 시사는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은 지 이틀 만인 28일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며 또다시 '충청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반 총장은 이날 고건 전 총리, 노신영 전 총리를 비롯한 각계 원로들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찬을 했다.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지만, 국내 정치권 지지기반이 약한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만남이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반 총장은 그동안 '대선 출마'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중 모드로 일관하던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직접 내비친 것은 지난 25일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서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튿날 파장을 의식한 듯 '대선 출마 시사'로 해석한 데 대해 "과잉 해석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후 일본으로 출국한 반 총장은 "과잉 해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28일 충청권 맹주 격인 김 전 총리를 찾으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 가능성을 다시 내비쳤다.

김종필(사진) 전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외출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김종필(사진) 전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외출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전격 예방했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의 신당동 자택에 들러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날은 반 총장이 방한 기간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일정'으로 비워둔 날이었다.

정치권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전 총리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밀 이야기를 했다"고 한 만큼 대선 관련 이야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도 김 전 총리 예방 후 서울 무교동에서 가족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역할을 설명했더니 김 총재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 잘 마치고 들어와라'고 격려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충청 대망론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제가 그런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고 다음에 내년에 와서 뵙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어머니를 부축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어머니를 부축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여야 정치권도 반 총장의 발언과 광폭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반 총장이 지난 25일 "내년 1월 1일이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겠다"는 발언은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확실시 했다.

4·13 총선 참패로 사실상 이렇다 할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대권주자가 많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 총장의 발언을 평가절하하거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은 만 40세가 넘으면 누구나 대통령 출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데, 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의미를 축소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임기가 남아 있는데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을 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도 정치권을 의식한 듯 다음 날인 26일, "과잉 해석"이라며 수위조절에 나섰지만,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충청 역할론'을 강조하는 김 전 총리와 '비공개 회동'하면서 '충청권 대망론'에 뜻이 있음을 다시 내비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삼엄한 경호 속에 차량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삼엄한 경호 속에 차량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반 총장은 29일 TK(대구경북)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권 핵심부 인사들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 반 총장은 경북 안동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에 들러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고택을 방문, 인근에 기념식수를 하고 김관용 경북도지사·오준 주유엔대사·권영세 안동시장 등과 오찬을 함께한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참석할 계획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반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반 총장은 이런 '친박 프레임'과 관련 "그런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기가 막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야권은 여전히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이런 '광폭 행보'에 충청권과 영남권 등 대통령 대망을 이루기 위한 지역 다지기로 보고, 여야 대선 주자 간 경쟁도 조기에 불붙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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