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5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전국 최초로 50여개 민간기업과 함께 노숙인, 쪽방주민 등을 위한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장을 찾은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서울광장=오경희 기자 |
[더팩트 | 서울광장=오경희 기자] 25일 오후 2시, A 기업 부스엔 구직자가 잇따라 들어섰고, B 기업 부스엔 파리만 날린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전국 최초로 50여 개 민간기업과 함께 노숙인, 쪽방주민 등을 위한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장엔 32개의 민간기업이 부스를 마련했고, 인사담당 직원들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구직자들은 기업들의 구인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온라인(20개 기업) 박람회도 병행됐다.
노숙인 A 씨(60대) 는 "미화업체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변변한 이력이 없어서 채용이 될까 싶다"면서도 "취직이 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입사지원서를 작성한 뒤 구직자들은 기업 부스를 돌며 면접에 도전했다. 인사 담당자로부터 근무조건과 시간 급여 등을 안내받고, 합격을 바라며 부스를 나섰다.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이력서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 중인 구직자들. |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의 모집분야는 ▲미화 ▲택배배송 ▲생산/현장 관리 ▲건설현장 ▲판매사원 ▲주방보조원 ▲주차관리직 ▲제조 ▲식당 보조원 ▲세차원 등이다.
모집인원은 최소 2명에서~95명이며, 근무조건은 주 5~6일(오전 9시~오후 6시), 급여는 월 130만 원~300만 원 등이었다. 경력무관이며, 고졸이상 학력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미화업체 면접을 마친 B 씨는 "생각보다 월급도 좋고, 근무조건도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노숙인 생활을 오래 해온 터라 직장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면접관에게 걱정을 털어놨다.
일부 기업들 역시 박람회 취지엔 공감했지만, 고민과 우려를 안고 있었다.
텅 빈 부스를 지키고 있던 참여기업 인사담당 관계자 C 씨는 "최초로 취업계층 박람회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요즘 사람들이 눈이 높아져서 주 5일제에 월 165만 원의 급여를 줘도 저희 같은 생산·제조업 등은 구인난에 시달린다. 좋은 분들과 인연이 닿았으면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 부스별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갈렸다. 한 부스엔 구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반면 다른 부스엔 파리만 날리고 있다. |
하지만 C씨는 "아무래도 노숙인 분들이 오신다고 하니 선입견과 편견이 없을 수 없다"며 "내부에서 2차적으로 신원 문제 등 검증을 통해 탈락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또 와 보니 연령대가 높아서 저희 업체랑 안 맞아서 거의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 박람회 면접 결과는 오는 27일이면 대부분 확정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채용된 이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각 취업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박람회장을 직접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시적 환경 때문에 힘들어도 누구다 다 위대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람회에 참여한 민간기업과 자원봉사자 등에 감사 드리며, 우리 모두 함께되는, 차별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람회장을 직접 찾은 박원순 시장이 구직자 등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편, 서울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자활시설 등에 거주하는 노숙인과 쪽방주민 7730여 명 중 47%인 3460여 명이 일상적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온‧오프라인 박람회에서 최소한 1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올 한 해에만 240여 개의 민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박람회도 정례화해 오는 2020년까지 박람회를 통해 총 500개의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