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영란법' 공청회, '상한액' 격론…참석 열기 '후끈'
입력: 2016.05.24 16:18 / 수정: 2016.05.24 16:18

국민권익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중구=오경희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중구=오경희 기자

[더팩트 | 중구=오경희 기자]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 '청렴성' 기준이냐" vs "일반 국민의 상식 수준이다."

24일,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 공청회에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상한액'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약 200여 명이 참석해 '김영란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공청회는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5월13일∼6월22일) 중 입법 예고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병섭 서울대 교수가 공청회 진행을 맡고, 곽형석 권익위 부패방지 국장이 청탁금지법 주요 내용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에선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와 언론인, 교원 뿐만 아니라 학계와 재계 등 관련 업계, 학부모 단체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3명이 토론자로 나서 시행령의 실효성 등에 대해 격론을 펼쳤다.

◆ '상한가액 논란' 농축수산업 등 관련업계 "소비 위축, 피해 ↑"

김홍길(왼쪽 세 번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이 법 시행으로 농축수산업의 피해 우려를 강조하고 있다.
김홍길(왼쪽 세 번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이 법 시행으로 농축수산업의 피해 우려를 강조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볼 것으로 우려되는 농축산업계와 화훼업계 등 관련업계 대표자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상한액'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시행령 입법 예고안에 따르면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 공무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의 상한은 5만 원, 경조사 비용은 10만 원으로 정했다.

사정상 불참한 김재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부회장은 토론문에서 "지난해 기준 수협중앙회에서 판매하는 명절 수산물 선물세트의 경우 전체 상품(503개) 중 5만 원 이상의 상품이 60%(302개)를 점유하고 있으며, 갈치의 경우 92%, 전복의 경우 80%를 차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행령대로 5만 원 이내의 선물만 수수 금지품에서 제외할 경우 어가 경제 악화 및 수산업 전반에 대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재만 부회장은 "물론 청탁금지법에서 직무와 무관한 경우에는 1회에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 이내에서 금품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 법은 수수 금지 대상자 및 금품의 범위가 너무 넓고, '직무 관련성'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도 "양대 명절 선물 수요가 소비가 평월의 1.6배 수준(2015년)이고, 한우선물세트의 99%가 5만 원 이상"이라면서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가액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3만 원, 5만 원 등 확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액제한을 할 경우 금전의 음성거래가 성행할 수밖에 없어 더 큰 불신과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민상헌(오른쪽 두 번째)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사는 농축수산업 뿐만 아니라 유통업, 관광업 등 일련의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 분야에서 침체의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민상헌(오른쪽 두 번째)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사는 "농축수산업 뿐만 아니라 유통업, 관광업 등 일련의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 분야에서 침체의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임연홍 한국화훼협회 부회장 또한 "화훼업계는 지난 2003년 공무원행동강령에서 선물의 한도를 3만 원으로 제한하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경조사에 보내는 꽃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지 뇌물이 아니"라며 화훼를 포함한 농축산물은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사는 "상한액의 예외규정을 둔다면 부패현상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여론에 등 떠밀려 시행령이 제정되면 외식산업 뿐만 아니라 농축수산업, 유통업, 관광업, 일련의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 침체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한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이재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사는 "'사립학교 교원 및 학교법인'과 '언론종사자'에 대한 일률적 법 적용은 '과잉입법' 논란 및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새로운 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입법과정에서 변질이 있다고 해도 법을 무조건 폄훼해선 안 된다"면서도 "현실적이지 못한 법이나 시행령은 국민들의 냉소를 받을 수 있고, 이는 국가 제도나 법 취지에 대한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법적용 대상으로 포함된 것을 놓고 과잉입법과 평등성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추후 국회의원과 정당인,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론 의료계와 변호사계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비판의 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탁 금지법이 하루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들이 좀 더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시했다.

◆ "하루빨리 법 시행해야"…후속 입법 보완 강구 필요

고유경(왼쪽 두 번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이 일반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 법 시행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유경(왼쪽 두 번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이 "일반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 법 시행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학계와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시행령의 취지에 공감하며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고유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은 앞다퉈 '청탁금지법을 시행할 경우 농축수산업과 화훼농가 등이 몰락할 것이고,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호들갑"이라며 "반대로 금액이 제한됨으로써 내수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지경이라면 하루빨리 이 법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고유경 수석부회장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사립초등학교 교원이 학부모로부터 4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도 무죄로 판결이 나고, 서대문구의 공립초등학교 교사는 160만 원을 받았는데 유죄가 확정된 일이 있다. 이는 일반인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고, 따라서 법에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것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상한가액 논란' 역시 "미국은 한 번에 우리 돈으로 약 2만 원, 1년에 5만 원이 넘는 선물은 금지했고, 유럽 선진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은 3만 원에서 5만 원을 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 시행령을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결코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준호(왼쪽)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만 적용하는 법으로, 이로 인해 금품 ·향응·편의와 관련된 업계가 고사하거나 경제 활성화가 위축된다는 것은 과장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송준호(왼쪽)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만 적용하는 법으로, 이로 인해 금품 ·향응·편의와 관련된 업계가 고사하거나 경제 활성화가 위축된다는 것은 과장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청탁금지법의 뿌리는 지난 2003년에 제정된 공무원행동강령이고, 이미 공직사회에 뿌리 내렸다. 때문에 청탁금지법 제3장이 규정하는 금품 수수의 문제가 일반 공직자에게는 새삼스런 것이 아니"라며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만 적용하는 법으로, 이로 인해 금품·향응·편의와 관련된 업계가 고사하거나 경제 활성화가 위축된다는 것은 과장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는 선동에 가깝다고 아니 할 수 없다"며 "공공성이 큰 언론기관과 사학의 종사자가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전체 근로자 1만9312명의 10%도 안되는 비율"이라고 말했다.

송준호 상임대표는 "상한가액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이제부터는 청탁금지법 문제에 대해 사적 이해관계를 떠나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법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올바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병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원장은 "공무원 입장에선 과거 선물의 개념은 '청탁의 미끼'였다"며 "법안 취지를 후퇴시키는 쪽이 아니라 여러 경로로 지적받은 문제(특히 쪼개기 결제 등)들에 대한 후속 보완 입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이어 "김영란법 시행이 앞으로 청렴과 부패의 길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덧붙였다.

김성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농축산업 또는 화훼산업 등의 물량이 50%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만큼 고액의 유흥비와 고가의 선물 등이 뇌물 또는 조공의 형식으로 공직자 등에게 흘러들어가 인치와 돈치를 활성화시켜 우리 사회를 반법치로 만들었음을 반증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며 "법의 취지와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축산업은 고액의 상품구성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고, 모두가 만족할만한 생산적인 국가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공청회엔 약 200여 명이 참석해 김영란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공청회엔 약 200여 명이 참석해 '김영란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권익위는 입법예고가 끝나는대로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 정부입법절차를 진행하고,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전까지 시행령 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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