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봉하마을 '두 민심'…文 '환영' vs 安 '우산 경호'
입력: 2016.05.23 17:43 / 수정: 2016.05.23 18:11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에 참석한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반면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추도식을 마친 뒤 우산을 쓴 채 식장을 나서고 있다./김해=문병희 기자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에 참석한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반면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추도식을 마친 뒤 우산을 쓴 채 식장을 나서고 있다./김해=문병희 기자

[더팩트 | 김해=신진환·서민지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향한 '봉하마을' 민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호남 1당 행세를 톡톡히 했던 국민의당은 이날 노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행사가 열린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선 '불청객'에 가까웠다. 반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더민주 당선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위풍당당한 행보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안철수 대표의 봉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현수막과 상반됐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우산 경호를 받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봉하마을=문병희 기자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우산 경호'를 받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봉하마을=문병희 기자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선자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민들은 "안철수 물러가라!" "호남에서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 "여기가 어디라고 와!" "광주 가서 아부나 떨어!"라는 욕설이 난무했고, 일부에선 몸싸움도 벌어졌다.

행사 직전부터 노무현재단 관계자들은 지지자들에게 "이러시면 노 전 대통령께 좋을 게 없어요!"라며 자제 요청을 했지만, 쏟아지는 인파에 속수무책이었다. 항의가 점점 거세지자 안 대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박 원내대표는 소리를 지르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국민의당은 가까스로 사저로 입장했고, 이후 행사부터는 물병 투척 등을 방지하기 위해 폴리스라인 안에서도 '우산 경호'를 대동했다. 헌화 장소와 권양숙 여사 예방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20여 명의 경호원이 10개가량 우산을 펼친 채 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보호했다. 국민의당은 마지막 일정인 권 여사 예방 후엔 사저 내 경호동을 통해 뒤로 빠져나올 정도로 삼엄한 경호를 받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봉하마을=문병희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봉하마을=문병희 기자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우리 당은 재단에서 안내한 사저 마당과 바로 연결된 경호동 건물을 통해 빠져나왔다"면서 "재단 측에서 최단거리로 버스까지 안내한 것 같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국민의당과 달리 환영을 받으며 봉하마을에 입장했다. 시민들은 당선자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특히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등장했을 땐 그의 동선을 따라 길게 줄이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던 시민들도 모두 기립해 노란색 모자를 들고 "문재인! 문재인!"을 연호하며 "문재인을 청와대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문 전 대표는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이름을 남기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추도식은 추모를 넘어서 희망을 말하는 자리였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께서 평생 몸 바쳐서 노력한 우리 정치의 망국적인 지역구도 타파, 그리고 우리 당의 전국 정당화를 이번 선거에서 국민께서 만들어주셨다. 오늘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에 바칠 가장 뜻깊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봉하마을에서 참배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봉하마을=문병희 기자
봉하마을에서 참배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봉하마을=문병희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구원투수론'을 비롯한 정치 관련 질문에는 "오늘은 정치적 질문을 받지 않겠다. 추도식의 콘셉트는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라면서 "7주기 추도식을 하면서 한 가지 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분을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후 일정에서 시민들은 더민주 정청래·이석현·진선미 의원과 조응천·손혜원·표창원 당선자 등이 지나갈 때마다 이름을 부르고, 함께 '셀카' 찍기를 요청하거나 음료수를 주는 등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평소 '친노(친노무현)' 계파 청산 및 운동권에 대한 불만을 표해왔던 김종인 더민주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봉하마을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우산, 모자, 떡, 부채 등을 들고 참배 행렬을 이어갔다. 김종인 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등은 근조 화환을 보내 뜻을 기렸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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