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여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DJ 동향 보고' 논란으로 정치권이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충청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든 상황이었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난 20대 총선은 잠재적 대권주자인 반 총장을 여권 유력 후보군으로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에서 대권주자로 꼽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패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역시 텃밭인 대구에서 김부겸 더민주 의원에 무릎을 꿇었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참패의 책임론에 직면했고,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지목 당한 유승민 의원은 측근들과 동반 입성에 실패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진영에선 '반기문 대망론'이 솔솔 피어올랐다. 지지기반인 충청권 출신 인사이기에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호남 대 비호남)를 만들 수 있고, 3당 체제로 양분된 야권 상황에 비춰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17일 돌발 변수가 터졌다. 반 총장이 1985년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에서 연수할 당시 망명 중이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동향을 본국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가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 만에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외무부 참사관은 그해 1월 7일 미국의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이 망명 중인 김 전 대통령의 안전한 귀국을 요청하는 서한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낼 것이라는 정보를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상부에 보고했다.
반 총장은 1985년 1월 30일에도 김 전 대통령의 정보를 상부에 한차례 더 보고했다. 한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생활 중에도 철저하게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신군부 세력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내란음모를 꾸미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1982년 12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반 총장의 'DJ 동향 보고' 문건 공개로, 일각에선 그의 대권주자로서 위상이 흔들릴지 주목하고 있다.
SNS (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반기문도 쪽박 상태인 새누리에는 안갈거 같은데(@rain*****)" "대망론에서 대멸망론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bata****)" "반기문 美연수 중,전두환에 자발적으로 DJ동향 보고한 사실이드러났네요…군부독재충견으로 기회주의자실체의 전형이었습니다(@nam*****)" "휴~~~당신이 애써 노무현 대통령님을 외면하는 이유가 이제 이해됩니다(@jks******)"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 총장이 여권 주자로 나설 경우, '외교부 업무와 관계없는 연수생 신분이었음을 고려할 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신군부정권에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들어 야권 진영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선 여야 모두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편 반 총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 본부에서 열린 행사 참석 후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 관련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가벼운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